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인동준 상임이사 인터뷰

IT라는 단어를 들을 때, 대다수 사람은 어떤 것을 생각할까, 대부분 대기업 브랜드나 상품만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한다면 유명인과 경영자만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IT 직종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1.9% 증가하는 등, IT 직종은 우리 바로 주변의 사람이 갖는 직업일 수도 있다.

그런 가까우면서도 먼 IT 서비스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났다.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이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의 인동준(a.k.a 지각생) 상임이사를 녹번동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인동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시민단체에 컴퓨터 수리 같은 IT 지원이 필요할 때, 비싸고 어려워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등에서도 시민단체에 IT 장비를 지원할 때 사후지원이 없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시민단체가 필요로 하는 IT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뜻이 있는 IT 업계인 네 명이 처음 의기투합해 뜻이 맞는 주변 분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IT업종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이 처음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방적인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조합원으로서 공익IT활동가와 함께 서로 협력하며, 주체적으로 IT실력을 키워가는 기술공동체이다.

사무국은 홈페이지 제작, 기초상담과 교육, 컴퓨터 수리, 회계프로그램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한다. 시민들에게는 공공교육도 하고 있다. 고급 기술의 경우 생산자조합원의 기업으로 소개해주는 업무도 하고 있다. 조합원으로는 정조합원이 45명, 준조합원을 포함하면 50여 명 정도다.

- IT라는 분야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도 있고, 학창시절 수학을 포기하듯 IT 기기의 사용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을 법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조합이 갖는 역할에 대해 ‘자랑’하자면?

대부분의 IT기술자들은 사회적 약자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넘치게 갖고 있지만 스스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도움을 제공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 기회를 만드는 곳이 이 협동조합이다. 또, IT업계가 생산자나 소비자 중 한쪽이 이득을 보면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울 때도 있고,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무상으로 서비스를 받고도 감사 대신 요구만 하는 일도 있다. 그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이 곳이기도 하다.

이런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IT인들이 나에게 맞는 사회공헌을 설계할 수도 있고, 수명이 짧다는 IT 시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역할을 넘어 한국 IT인들이 원하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바란다.

- 조합이 개발한 프로그램 중에, ‘처음엑셀회계 2.0’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프리웨어로 발매된 프로그램인데, 출시한 계기와 주요한 기능을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자기가 필요해서 만든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서로 공유하는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담고 있는 ‘처음엑셀회계’는 소규모 시민사회단체를 위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컴퓨터를 잘 쓰는 것과 회계프로그램을 잘 쓰는 것이 협동조합이나 시민단체로서는 중요하다. 그런데 상용 프로그램은 비싸고, 간단치 못해서 자체로 쓰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떤 분이 자신이 필요해서 만든, 엑셀의 단축키를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배포했던 적이 있다. 그 사연을 듣게 된 이후 도구를 발전시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

회계도, 엑셀도 모르는 분들이 쉽게 시작하자는 뜻에서 ‘처음엑셀회계’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고, 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서 완성했다. 마우스로도 쓸 수 있게, 한 번에 많은 시트가 아닌 필요한 시트만 보일 수 있게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반응은 좋았지만, 이것저것 기능을 넣다 보니 버그 등이 많이 생겨 안정성 문제로 만족스럽지 못하게 되었다.

그 후 회계 업무를 하셨던 이광우 부이사장님이 2.0 프로그램을 개발하셨다. 1.0 버전보다 긴 시간 동안 테스트하고, 요구사항을 받으면서 만들게 되었다. 여러 프로그래머분이 조언을 주시면서 내부 성능을 올려 기능이 많이 들어가면서도 가벼워졌고, 안전성도 높아졌다. 전북의 한 지자체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더라. 감회가 새로웠다.

IT사협이 지난 1월 23일에 자리를 마련한 <실무자가 알려주는 비영리회계 교육>. (사진 제공: IT사협)

- 은평구민들이 쉽게 조합의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은평노동인권센터와 함께 IT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눈높이에 맞춰나가는 은평 컴퓨터 교실을 6년째 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낮에 근무하시는 60~70대 중고령 여성 노동자들이 참여자로 밤에 공부하러 오시는데, 4월 4일부터 새 기수가 시작한다. 열한 번 두 시간씩 교육하는데 단돈 1만 원 정도다.

집에서 가족들이 귀찮다고 잘 알려주지 않는 기초적인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법 등도 알려준다. 이 수업에서는 특히 50대 이상의 여성분들에게 소외된 IT 접근성을 해소하려고 한다. 수업에 따라가지 못하시더라도 충분히 진도를 나갈 수 있게끔 보조강사를 두는데, 보조강사 활동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현재 지역 내 고등학교 동아리 부원들도 보조강사로 참여케 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싶다면 소비자, 생산자의 모임에 참여하여 주민과 시민단체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 기획 및 홍보하는 등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다. 은평구 내 시민단체라면 IT 지원이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주셔도 된다.

-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출시를 앞둔 서비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하되, 그 수익만큼 시민단체로의 지원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소비자조합원을 많이 늘려서 서로의 관계를 더 좋게끔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서로 멀어져 있을수록 갈등이 나기 쉽다. 하지만 조합을 통해 만나게 되면 서로의 환경과 요구를 더 잘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서비스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IT 환경도 열악해서, 지역에서 좋은 일을 하는 단체를 찾으면 업무협약을 맺거나 지부를 세우는 등의 목표도 있다.

새로운 서비스도 곧 열린다. 쉽게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캠페이너스’다. 파워포인트를 다루는 분이 있다면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로 쉽게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무료고, 월 2만 원 정도의 유지비 및 서버 비용만 있으면 관리도 할 수 있다. 요즘 만들어주신 분이 바쁘신지라 늦어도 하반기 때에는 꼭 정식 출시하려고 한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려는 찰나 인동준 씨는 별안간 세미나실 쪽에서 컴퓨터가 안 된다는 SOS 요청에, ‘이런 일은 늘 있는 일이다’라며 씩 웃으며 도움을 주러 향했다. 인터뷰 현장에서도 조합의 존재 이유를 확인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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