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차별(microaggression)이란 특정 범주의 인간에 대해, 그들의 인종이나 민족성, 문화적 특성,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하여 지속적으로, 혹은 불필요하거나 미묘하게 가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의미한다. 초기의 미세한 차별의 개념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경험하는 심리·정서적 형태의 차별을 설명하는 개념이었으나, 이후 그 대상이 인종에서 여성, 아동, 장애인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로 서서히 확대되면서, 그 적용범위와 차별의 양상 또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 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인권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오늘날 특히, 미세한 차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형태의 차별이 주로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차별의 고의성 혹은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직장 내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들에게 ‘인사’라는 명분으로 가해지는 각종 불이익들, 소셜믹스(social mix,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일반 아파트 단지 내에 임대 아파트 단지를 배치하는 것)의 형태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민의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분리·배제되는 임대 아파트의 주민들,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등장하는 각종 혐오 표현들(‘휴거’, ‘빌거’ 등. 이러한 혐오 표현의 경우 당사자가 그것의 본 뜻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조별과제에서 배제되는 동남아시아권의 유학생 등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미세한 차별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한편, 이와 같이 표면적으로 그것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미세한 차별에 대해 한 심리학자는 미세한 차별로 간주되는 행위가 실제로 잠정적 피해자에 대한 고의적 차별행위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피해의식에 근거한 편집증적 사고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미세한 차별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형태의 차별이 잠정적 가해자가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잠정적 피해자들의 심리적·정서적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다양한 인간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들을 사회적으로 고립, 배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미세한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의 함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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