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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구민 목소리를 담아온 은평시민신문
  • 최범준 시민기자
  • 승인 2018.11.0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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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이하 은평시민신문)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지하철 6호선 구산역 주택가 초입에 있다고 했는데, 근처에 도착해도 신문사 이름을 알아볼 수 있는 간판 같은 게 없었다. 조금 헤매 도착한 사무실 입구에서 ‘지역의 정론지라는 본연의 언론사명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라는 남색 바탕의 글귀가 들어왔다. 창간 선언문이다.

이른 저녁,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막 돌아온 박은미 편집장(이하 박 편집장)과 정민구 기자(이하 정 기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은평시민신문의 연혁이 눈에 띄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14년 3월이지만 은평시민신문 발행일은 2004년 10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당시 중앙정치에 변화가 있어도 지역이 바뀌는 건 없다는 여론이 지역에서 생겼다고 해요. 어떻게 지역을 바꾸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고, 지역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한 60여 명이 모여 은평시민신문을 만들었습니다.” 박 편집장이 소개하는 은평시민신문 역사다.

출간 당시는 인터넷 매체였다. 은평시민신문은 2009년 12월 첫 종이신문을 발행하면서 지역사회에 조금 더 단단한 뿌리를 내렸다. 그러던 중 8년 가까이 은평시민신문을 맡아온 초대 편집장이 신문사를 그만두게 됐다.

박 편집장은 당시 편집위원이었다. 그는 “긴 시간 이어온 은평시민신문이 그대로 문을 닫을 위기를 지켜보는 게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운영하고, 지역 사람들을 신문 아래 모으는 게 정말 쉽지 않잖아요? 문을 닫을 때 닫더라도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선 3개월 정도 관리한다고 했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은 은평시민신문의 미래를 고민한 결과다.

“처음에는 개인사업자였고, 중간에는 법인 형태인 주식회사로 운영했죠. 편집장을 맡고 보니까 신문사 주인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매년 총회를 하는데 주주 신분인 사람들은 더 이상 은평에 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정작 신문을 후원해주는 분들은 총회 참여자격이 없었어요. 은평시민신문이 추구하는 방향과 조직 형태가 맞지 않아 1년 정도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다음신문 언제 나오나” 묻는 시민 만날 때 뿌듯

은평시민신문은 자체 온라인 홈페이지와 격주로 발행하는 종이신문을 통해 뉴스를 싣고 있다. 정 기자가 전체 과정을 설명했다.

“일간지와 달리 신문 발행 주기가 2주이기 때문에 취재 내용을 가지고 있다가도 더 중요한 기사가 생기면 내용을 바꿔야 해요. 인쇄 직전에는 디자이너와 함께 기사 배치나 글자 수 조정, 일러스트, 광고배치 등을 계속 점검하죠.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종 발행한 신문을 지역 거점에 배포하고, 구독자와 조합원에게 발송하고, 새로운 내용을 온라인에 업데이트하면 전체 업무가 끝나요.”

설명을 이어가던 정 기자는 “종이신문 인쇄를 맡기기 2~3일 전에는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다”고 말하며 잠깐 뜸을 들이더니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세 생기가 돌았다. 신문 디자인이며, 다음 신문은 언제 나오냐 묻는 시민과 만난 일화를 소개하는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한번은 종이신문에 지역 구의원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이를 본 지역 어르신이 구의원에게 연락해 해당 구의원이 은평시민신문으로 연락을 해오기도 했어요. 어르신들은 온라인보다 종이신문에 실린 기사를 더 신뢰하는 편이거든요.”

은평시민신문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예다. 올 초에는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특수학급교사 아동학대 관련 보도가 있었고, 해당 교사는 현재 휴직 중인 상태라고 했다. 박 편집장은 해당 사건을 “은평시민신문 영향력이 100%라서 이런 변화를 이끌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역 사회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여론 형성에 기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6월 여섯 강의로 구성한 은평통일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지금은 은평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꾸러기 기자단 교육'을 운영 중이다. 지역민이 함께 만드는 언론으로서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나기 위함이다. 언론 역할에 더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무리는 없을까.

“신문사 일이 밀려있는 와중에 일정기간 시간을 내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게 부담스럽긴 하죠.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에요.”

박 편집장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지역시민들과 만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야 하는 활동’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꾸러기기자단 이야기는 ‘미디어 교육’까지 이어졌다.

“우리들은 미디어를 고민할 새도 없이 미디어 홍수 시대를 맞이했잖아요. 미디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교육을 어떻게 할지, 지역에서 어떻게 교육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박 편집장은 이런 고민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언론 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역민 함께 만드는 언론, 더 많은 시민들 만나는 게 목표

뉴미디어 시대에 대한 고민 역시 여느 중앙 언론사와 다르지 않았다. “지방선거 때 팟캐스트를 운영했어요. 시민들에게 정책을 제안 받고, 후보자들 인터뷰도 했죠. 지금은 쉬고 있어요. 찬바람 불면 새로운 팟캐스트를 기획해서 운영해 볼까 생각해요. 지역 주민들이 함께 미디어를 제작해보고, 참여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을 쓰라고 하면 어렵기도 하고 부담스러운데, (말로 하는) 팟캐스트는 덜 부담스럽게 할 수 있으니까요.”(박 편집장)

은평시민신문의 지향점을 물었다. 박 편집장과 정 기자는 미리 말을 맞춘 것처럼 “지역민주주의 활성화”를 동시에 꼽았다.

박 편집장이 부연했다. “지방선거 당시 지역 주민들에게 정책 제언을 받아서 후보자들에게 보냈어요. 경청하며 듣는 후보자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죠. 지역 정치인들은 당에서 공천 받으면 당선인데, 지역주민보다 당이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박 편집장은 지역신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은평시민신문을 포함한 다른 지역 언론들도 정치인들을 찾아가고 취재하는 환경이 되면 여론도 형성되고, 지역정치인들이 무시 못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요. 지역정치, 지방자치 수준이 이 정도라고 봐야하죠.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은 지역민주주의를 살려내는 일이에요. 언론으로서 기본가치와 기준에 충실하면서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해요.”

창간선언문 말미에 적혀 있는 ‘참다운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글귀는 박 편집장과 정 기자의 발언에 스며있었다.

최범준 시민기자  epnews@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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