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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상수리나무“나무를 자르지 않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
  • 승인 2018.10.0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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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나무를 자르지 않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마을 산책 중 우연히 발견한 ‘위험수목 작업안내문’을 보고 안타까움에 보낸 문자였다.

안내문 내용은 이랬다. “상수리나무 수간부에 말벌집으로 인한 공동이 발생하여 나무병원의 진단을 받은 결과 주변 환경여건상 주택가 아스팔트 포장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뿌리발달 범위가 협소하여 태풍과 같은 재해발생시 대형목을 지지하기 어려운 도복의 위험이 높은 상태로 의견을 받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10월 중에 제거하고자 하오니 위험수목 제거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이 있으신 주민께서는 가급적이면 2018.10.10.까지 구청으로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은평구청장(공원녹지과 02-351-8022)”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지라 짬을 내어 가봤다. 은평구의회 뒤편 골목길로 30여 미터 걸어 들어가니 정말 거대한 상수리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키는 대략 20미터 가까이 되어 보였고 나무 가슴높이직경도 80여cm에 달할 정도였다. 이정도 크기라면 나이가 대략 80~100년 정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지면과 맞닿아 있는 줄기에 큰 구멍이 있었던 것 같다. 구멍을 메운 흔적이 보였다. 주변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상태라 뿌리가 주변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흙과 만나는 줄기 아랫부분이 부풀어 올랐다. 나무에서 10m정도 떨어진 거리엔 맨션과 아파트가 있어 안내문의 내용과 같이 쓰러지면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나무에 큰 구멍이 생겨 나무를 지지하는 줄기의 힘이 약해진 상태다. 뿌리 또한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넓게 뻗지 못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강력한 태풍이 오면 넘어질 가능성도 있다. 넘어지면 인접한 주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대책이 필요한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간단치 않다. 적어도 상수리나무를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볼 수 있다면 말이다.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큰 망설임 없이 나무를 잘라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 외의 모든 생명은 인간에게 이롭지 않으면 쓸모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서 가치 있다고 본다면, 모든 생명이 인간 못지않게 존귀하다고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방법 찾기가 좀 더 조심스럽다. 당장 강력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태풍이 온다손 치더라도 나무를 정말 쓰러뜨릴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주변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어 장기적으로 뿌리 발달을 도와주는 방법은 없을까? 나무를 자르지 않고 줄기에 지지대를 세워 넘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법은 없을까? 더불어 무성한 상층부의 가지를 정돈해 무게중심을 낮추는 건 어떨까? 정말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도토리를 싹틔워 후계목(木)을 양성하고 그 중 튼실한 나무를 골라 그 자리에 심어 베어낼 상수리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방법은 없을까? 주변 주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주택 토지를 매입해 작은 마을정원을 만들어 안전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불가능할까? 무엇보다 상수리나무를 어떻게 할지 근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진지한 토론을 통해 지혜를 모으고, 그렇게 결정된 방법에 따라 행정이 실행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할 순 없을까? 끊임없는 질문과 바람이 나래를 편다.  

상수리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이름의 유래부터 재미있다. ‘상수리를 뜻하는 상(橡)과 열매를 뜻하는 실(實) 그리고 접미어 ‘이’로 구성된 ‘상실이’란 이름이 ‘상수리’로 변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일설에는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몽진한 선조가 이 나무의 열매로 만든 묵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이때 도토리묵에 단단히 맛을 들인 임금은 그 후로 도토리묵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늘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 말이 후에 상수리가 되었으며, 상수리가 열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상수리나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한다.

어느 것이든 상수리나무 하면 열매가 핵심이었던 샘이다. 상수리나무는 대표적인 구황식물이다. 먹을 게 부족했던 옛날에는 도토리묵으로 배고픔을 달랬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중종 12년(1518) 황해도에 참나무가 많이 있는데 흉년에 아주 요긴하니, 지방 관서마다 이삼백 석을 저장하되 따로 창고를 만들어서 흉년에 대비하게 하소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선조 27년(1594)에는 비변사에서 아뢰기를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일은 쌀이 모자라면 초목의 열매로도 굶주림을 구제할 수 있으니 도토리가 가장 요긴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어쩌면 우리 중 누구는 상수리나무 덕택으로 굶어 죽지 않고 삶의 영속성을 보장받았을 지도 모른다.  베어질 운명에 처해진 상수리나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 생각과 의견이 있는 분은 당장 은평구청 공원녹지과(02-351-8022)로 전화해 주시기 바란다.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  lp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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