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들이 꾸려가는 마을무지개, 불광역에서 새 도약 시작

 

불광역 3번 출구 앞으로 확장 이전한 타파스. 결혼이주여성 셰프가 모국의 음식을 직접 만드는 곳이다

“안녕하세요? 전명순 대표님 인터뷰 하러 왔는데요.”
“대표님요? 잠시만요.” 

물을 내어주는 직원 유니폼에 붙어있는 베트남 국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불광역 근처에 자리잡은 타파스, 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꾸려가는 ‘마을무지개’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마을무지개는 2017년 사회적기업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이 곳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조동에 있는 마을도서관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실이 있는걸 알게 됐죠.” 

전 대표는 당시 중국어를 배웠다. 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반대로 중국어를 배우려고 수업을 도왔다. 개인적 친분을 쌓아가던 그녀에게 서오릉 나들이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한 5월 즈음 됐을 때였어요. 날씨 좋잖아요. 야외 수업 나가자고 담당선생님께 제안했죠. 다 같이 나가서 즐겁게 시간 보내고 난 후 각자 이야기를 털어 놓는데, 전부 슬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즐겁던 시간은 어디가고 갑자기 눈물바다가 됐죠.” 

이 후 부터 전 대표는 고민을 이어갔다.

“다문화 정책이 잘못됐다고 느꼈어요. 이주여성들이 품은 마음 속 상처를 알기 시작한 거죠.”

결혼이주여성들의 진짜고민 “선생님, 부업할 것 좀 알려주세요.”

이 후 친분이 더 쌓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전 대표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경제활동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전 대표는 이주여성들과 다문화 수업을 만들었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언어 뿐 아니라 문화를 많이 배웠어요. 내가 들어도 이렇게 신기하고 재밌는데, 나 말고 초등학생, 중학생들한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부랴부랴 커리큘럼 짜고, 이거 하자, 저거하자 하면서 마을 도서관에 수업을 올렸죠. 수업 무료. 재료비 5,000원” 

반응이 뜨거웠다.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 등등 수업을 추가로 만들었다. 공모사업을 통해 마을기업이 됐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구에도 수업을 다녔다. 전 대표 말처럼 ‘맨땅에 헤딩’하며 만든 수업들은 지금도 ‘글로벌 식탁으로 초대, 함께 가는 아시아여행, 전통의상사업 등 다문화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식당, 지금의 타파스와 케이터링으로 이어져”

‘저는 아이들도 가르쳐 본 적 없고, 한국어도 못하는데’하며 걱정하던 결혼이주여성들이 선생님이 됐다. 다른 고민이 이어졌다.

“다문화교육이 자리 잡은 건 좋은데, 방학, 매 학기 초 같은 경우 수업이 없었어요. 일 년 중 1/3이나 수입이 없으니 공백이 꽤 컸어요.” 

당시 마을무지개는 녹번역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 입주해 있었다.

“회의하면서 드는 밥값이라도 줄여보자 하면서 하루는 중국팀, 하루는 베트남팀 이렇게 돌아가며 음식을 해먹었어요. 그러다가 쌀국수를 하는 날이었는데 다른 업체 직원분들이 그러더라고요. ‘와 맛있겠다. 이거 어디서 시켰어요?’”

‘팔아도 되나?’싶었다는 전 대표는 수요식당을 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을 팔아봤다. 

이번에도 일이 커졌다.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케이터링을 시작했다. 조리시설이 없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공동주방, 교회 등을 전전하며 음식을 만들었다.

“피로도가 너무 크더라고요, 케이터링을 그만 하던지, 식당을 만들던지 해야 했어요.  감사히도 식당을 만들었죠. 역촌동에 있던 타파스에요.”

“아, 여기가 우리 식당이 되다니” 행복해 하는 직원들 보고 식당 이전 결심해

역촌동에 ‘타파스’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마을무지개는 케이터링과 식당운영, 다문화교육까지 안정감을 얻었다. 임대기간이 끝날 즈음, 타파스는 변화를 결심했다. 식당을 현재 위치인 불광역 인근으로 옮겼다.

“공간이 났는데,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고민은 했죠. 공간도 커지고 부담될 수 있으니까요.” 

전 대표는 직원들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현재 공간에 함께 식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타파스를 여기로 옮기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어요. 직원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그렇게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 결정하면 되겠구나’ 해서 옮기게 됐어요.”

전 대표는 이곳을 ‘샵인샵’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식당은 5시까지 운영하고, 저녁단체 예약이 없으면 후에는 다문화교육이나 문화활동을 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해요. 메뉴는 정해놓은 기본을 유지하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변화를 주려합니다.” 

현재 혁신파크 맛동 등에서 진행하던 다문화교육도 이곳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서 매주 1회 방문해서 교육을 받고 있어요. 그 전에는 교육하는 저희도, 교육받는 입장에서도 협소한 장소문제로 불편했는데, 장소를 옮기면서 이것도 해결 됐죠”

 

- 학생들과 함께 '글로벌 식탁으로의 초대 - 한국편'을 진행 중인 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

전 대표는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힘들기도 했지만 항상 희망이 더 크게 보였다고 말했다. 마을무지개의 희망은 무엇일까.

“우리는 큰 욕심이 없어요. 각자 아이들 양육 잘하고, 가정 지키고. 그 안에서 경제활동도 하는 게 다에요.”

낯선 타지에서 가슴 앓던 결혼이주여성들이 지금은 전 대표가 대신 근무를 하면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마을무지개, 타파스의 성장은 사회적기업 하나가 자리잡는 게 아니라 사회에 다양성과 희망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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