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법률개정까지 하면서 회사를 지지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 5월 27일 은평의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주민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반발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인 강병원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가 받는 월급이 최저임금을 넘는지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몇 달에 한번씩 받던 상여금(보너스)이나 복리후생 차원에서 주던 식대는 빼고 내 월급이 최저임금 미달은 아닌지 계산했었다. 그런데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보너스나 식대가 일정 비율만큼 포함된다. 만일 내년에 최저임금액이 결정되면 그때는 보너스와 식대 까지 일부 포함하여 최저 임금기준에 모자르지 않는 지를 계산해야 한다.

발표된 내용은 꽤 복잡하다. 2019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액의 25%를 넘는 금액(연 300%이상인 경우)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의 7%를 넘는 경우에 이를 포함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매년 포함하는 비율을 높여 2024년까지는 최저임금의 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완전히 다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년에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지만 보너스나 식대가 있는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는 내 월급이 최저임금에 모자라는 지 아닌지를 보너스나 식대까지 일부 포함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상여금과 식대를 최저임금에 넣어서 계산하는 이유는?

국회에서 왜 이렇게 상여금과 식대를 최저임금에 넣어서 계산하기로 하였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보장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담완화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말로 설명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삶의 최소 기준선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왜 ‘균형의 추구’를 최저임금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가.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회사의 인사권 및 경영권에 대하여 현실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한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위해 법률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저 선에서 지지대를 형성하는 가장 낮은 선의 임금이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법률에서 “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 이라 하고 있다. 즉 최저임금의 목적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법률개정까지 하면서 회사를 지지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2018년도 최저임금이 발표되었을 때, 회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최저임금의 충격을 회피하고자 하였다. 분기별 상여금을 월 상여금으로 돌렸고, 근로시간을 줄였고, 직원을 줄였고 물건 가격을 올렸다. 이러한 과정에 대하여 어떤 법률도 문제제기 할 수 없었다. 이미 사용자들은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상여금을 월로 쪼개어 지급한다고 해도 문제제기 하기 어렵고,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이에 대해 반대할 수가 없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이 최저임금이고 이를 규정한 것이 최저임금법인데 ‘기울어진 운동장’속에서 굳이 법률까지 개정하면서 회사가 하고 있는 행태를 지지해줄 필요가 있는가라는 것이다.  

독일은 소비자 물가를 반영한 최저임금을 운영하고 있고, 무상교육과 실업급여, 연금 등 사회안전망이 두터워서 저임금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2016년 기준)을 보면, 독일은 25.3%로 OECD 평균치(21.6%)를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은 10.4%로 독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공동체 의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각종 복지도 충분하지 상태에서 왜 노동자들이 그 짐을 모두 져야 하는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이 최저임금 때문인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자간의 임금 격차 해소 될까?

더욱 이해가 안되는 것은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자간의 임금 격차가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기업들이 최저임금의 효과를 그렇게 많이 누리고 있었는가. 아무리 데이터를 찾아보아도 대기업들에게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상여금이 인상되고 그로 인해 막대한 효과를 어떻게 누렸는지 데이터가 없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수준 인 대기업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 의심스럽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7년에 발표한 최저임금실태보고서에도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최저임금인상효과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된 산입범위의 개편 영향에 300인 이상 업체의 영향률이 무려 30.2%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와 마치 고임금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인상이 엄청 누렸던 것처럼 보인다. 명백한 데이터를 통해 설명되지 못한 채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위한 취업규칙개정이 명백한 불이익변경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의견을 청취하기만 하면 되도록 법을 개정하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상여금이나 식대 등을 최저임금산입범위에 넣도록 하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그래도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반대하는 경우 회사는 쉽게 포함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가 원하면 노동자들이 반대해도 그대로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조합도 없고 어디 가서 호소할 때도 마땅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노동자는 그나마 상여금과 식대를 통해 최저임금 보다 조금 높은 돈을 쥘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도 어렵게 되었다. 

촛불혁명이후에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게 설정하였던 그 때의 그 이유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단 1년 만에 법 개정을 해야 할 정도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이 나아진 것도 아닐 텐데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최소한 대가가 그리도 사회의 균형을 저해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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