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추억이 아로새겨진 도서관에서 이제는 나에게 추억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대조꿈나무어린이도서관

도서관으로 놀러가자

현관을 열고 넓은 대로를 건너 대조초등학교를 끼고 돌아 조금만 더 걸으면 만날 수 있는 곳.
“자박자박 삐걱삐걱.”
마루처럼 넓게 깔아놓은 널빤지를 지나 깔끔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신발장이 가지런히 놓인 현관이 나타난다.
“드르륵.”
신발을 벗고 중문을 여니 그림책들이 자태를 뽐내며 나를 반긴다.

인연이 닿아

나와 대조꿈나무도서관과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만고만한 아이 셋과 아웅다웅하며 지내던 당시 책을 읽고 싶어 찾아간 곳이 바로 대조동 동사무소 한쪽에 있던 꿈나무도서관이었다. 집에서 가까웠고 자주 찾아갈 요량으로 아예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이 글을 쓰며 정말 오래간만에 도서관 카페를 다시 찾았다. 기억이 2015년에서 주춤주춤 머물러 있지만 다시 떠올리니 지난 시간들이 쫘르륵 펼쳐졌다. 2005년 6월 22일 새 건물로 이사하며 진행했던 개관식은 아련했다. 여럿 꿈지기들의 편안한 얼굴과 많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나의 봉사시간은 주로 오전이었다. 청소를 마치고 나면 엄마들이 책을 대출하러 왔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나 엄마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빌려가고 반납하곤 했다. 가끔 주변 어린이집에서 꼬물꼬물 귀여운 아이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오기도 했다. 그러면 꿈지기 선생님이 도서관 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재미나게 책을 읽어주어 꼬마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주일에 4시간 정도를 도서관에서 생활하니 아이들과 약속 장소도 꿈나무 도서관으로 정해졌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엄마를 만나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꿈나무 도서관으로 왔고, 그곳에서 책을 만났고 책과 관련된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했다. 유모차를 타고 첫 방문을 했던 막내는 그림책속 세계를 여행했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꿈나라로 가곤 했다.

아이들이 읽어달라며 들고 오는 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꿈지기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일들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들이 도서관을 불편해하지 않고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삶이 바빠지고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서 나도 점차 꿈나무를 찾지 않게 되었고 한동안 발길이 뜸했다.

대조꿈나무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나자

낙서 천국이었던 꿈나무도서관이 새로 단장을 해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은 지 한참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연신내에서 도서관 쪽으로 길을 걷게 되었다. 눈에 들어온 꿈나무도서관의 모습에 누군가 나를 끌어당기듯 도서관으로 다가갔다.

입구에 놓여있는 책꽂이에 예쁜 그림책들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맞은편 커다란 창에서는 햇살이 따뜻했고 사서 선생님의 인사는 나를 도서관 안으로 쑥 들어서게 했다. 많은 그림책들은 얇은 부피에 페이지마다 멋진 그림들이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후루룩 넘기면서 읽기도 하고, 그림 속에서 숨은 것을 찾아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넘기기도 하면서 책을 즐겼다. 작은 공간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있다면 슬쩍 엉덩이를 붙이고 참여해 보기도 했다.

지나가던 길 우연히 다시 발견한 보물, 나의 아이들과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도서관. 이제는 나에게 추억의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대롱대롱 옆구리에 가방 하나 꿰차고 도서관으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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