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위계화되어 차별로 이어진다

남자가 여자에게 “보이루~”라고 인사했다. 
여자는 매우 언짢아하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그냥 인사일 뿐인데”라며 기분이 나빠졌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남자는 “보이루”라는 것은 그냥 인사말이라고 했다. ‘보겸’이라는 인터넷 방송 BJ가 ‘하이루’라는 인사말과 합쳐서 ‘보이루’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꾸 여자들이 여성 성기를 의미하는 말과 ‘하이루’를 합쳐  ‘보이루’라고 말하는 걸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그냥 유행하는 인사말을 한 것인데, 여자들이 과하게 오해하는 것이라 했다. 

그럼 이것은 어떠한가? 

남자 중학생들이 학교 급식을 보고 ‘여자찌개 나왔다’라고 말했다. 여학생들 일부가 얼굴을 찡그린다. ‘김치찌개’를 두고 ‘여자찌개’라고 표현한 것이다. 문제는 그 맥락이다. ‘에이, 여자찌개 나왔다. 나 안 먹는다’라거나, ‘우왓, 여자찌개다, 좋다~’. 이 때의 ‘여자찌개’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김치녀’에서 비롯된 것이고, ‘여자찌개’는 긍정적인 가치와 존엄을 두고 표현한 말은 아닐 터이다. 여자찌개 운운하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그걸 모른 척 듣고 넘어가는 여학생들은 엄청 불쾌하면서도 긴장되고 기가 눌리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

십 여 년 전 젊은 여성가수에게 ‘꿀벅지’라는 수식어를 붙인 적이 있다. 한 여자고등학생이 국가인권위에 그 표현이 성희롱이라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건강하고 예쁜 여성에게 칭하는 말인데 그게 왜 문제냐고 했다. 그 청소녀는 그것이 포르노에서 사용되는 여성에 대한 성적인 묘사로 사용하게 된 ‘꼴벅지’-‘꿀벅지’라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청소녀의 문제제기 내용을 듣는 순간, 10대 여자가 꿀벅지가 포르노에 사용되는 용어인 줄 아는 건 포르노를 본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여자애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것으로 연결시켰다. 결국 그 청소녀는 이 성희롱 진정을 철회했다. 

일본 포르노 웹툰 작가들이 포르노 여자배우가 자존심을 잃어 정신이 붕괴되는 경우를 말하는 ‘멘붕’이라는 말을 한국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쓰는 것은 문제라는 한 웹툰작가의 지적도 유사하다. 

어떤 용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어원이 성 비하, 혹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의미일 때  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거나 문제의식 없이 사용할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개똥녀’(개를 데리고 전철을 탔는데, 개똥을 치우지 않은 여성을 지칭), ‘김치녀’, ‘된장녀’, ‘맘충’(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여성), ‘복지충’(복지제도를 이용하는 사회계층), ‘꿘충’(시민사회운동 활동가) 등. 다양한 말이 있다. 

‘된장남’, ‘고추장남’이라는 용어는 만들어지지도 유통되지도 않지만, 다양한 여성, 특이하고 괴기하고 혐오스럽다 생각하는 여성과 사회취약층을 지칭하는 말은 계속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성인남성 이성애자를 기준(표준)으로 상정하고 그 외의 비성인남성, 비이성애자, 장애인, 노인남성, 그리고 모든 여성은 표준에서 모자라거나 과한 존재로 취급된다. 서로 달라서 차이가 인정되고 존중되는 게 아니라, 그 차이가 위계화되어 차별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차이를 다시 존재 가치, 존엄의 등급으로 매기고, 표준이 아닌 경우들은 모두 ‘비정상’으로 간주된다. 

성희롱과 성폭력의 개념은 저항 여부가 아니라, 서로 동의를 했는가이다.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권리,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특정 층을 기준, 표준으로 삼아 다른 존재들을 열등하고, 문제가 많은 존재로 취급하는 혐오의 발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해나가야 할 때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 시대의 미투를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으로 만들어가고 유통해나가는 자세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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