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위법 없다”며 재의 없이 선거구 확정

서울시가 4인 선거구를 모두 쪼개 2인 선거구로 만든 서울시 의회의 ‘기초의원 선거구획정과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 없이 지난 23일 공포했다. 이로써 서울시 4인 선거구는 단 한 곳도 지정되지 않게 됐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기대를 모았던 서울시가 양대 정당의 이해관계에 막혀 비례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추경민 서울시 정무수석은 21일 “의결과정에서 행정 절차나 법률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이 재의 요구를 할 근거나 이유가 없다. 재의를 요구해도 서울시 의회가 21일까지 재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20일 서울시 의회에서 강행 통과된 ‘서울특별시 자치구의회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서울시는 23일 재의 없이 공포했다.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앤 선거구 획정 수정안을 상정한 서울시 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회의 전 이미 4인 선거구는 없는 것으로 양당이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미세 조정만 있었다”고 전했다. 4인 선거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 서울시당은 “선거구가 넓어지면 정치 신인이나 소수자들이 정치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시 의회, 선관위, 법조계 인사 11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비례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획정안 초안을 통해 서울지역 35곳을 4인 선거구로 하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시의회 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했고 최종안에선 7곳으로 대폭 축소했다. 그러나 20일엔 이 7곳마저 모두 없앴다.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에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도 재의 요구를 하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구제 개혁을 요구하는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박 시장에게 정치개혁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선거제도개혁을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4인 선거구 도입을 요구한 정치개혁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의회가 지금처럼 전횡을 저지르면 획정위원회가 진보적인 안을 내놔도 무용지물”이라며 “이번 서울시의회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표의 등가성 보장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 위헌 소송을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