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 보장이 필요한 이유2

지난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수화통역사 한 명을 본 일이 있으신가요? 그 수화통역사 한 명이 다섯 명의 발언을 통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후보자의 이야기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수화통역사는 수화통역을 마친 후 “실신 직전까지 갔다”고 토로했던 만큼 수화통역사의 처우문제 및 수화언어 통역제공 문제로 농인 유권자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실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평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2010년, 2014은평구청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오랜 시간동안 수화통역사 1명만이 배치되어 수화통역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앉아 있는 농인들에게도 한정적인 정보 제공으로 여러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더 나아가 대선 이후 모든 방송사에 적용될 ‘선거방송 수화통역 지침’을 만들고 공직선거법상 임의로 규정돼 있는 수화통역 제공을 의무 규정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번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인원에 맞춘 수화통역사의 배치가 원활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투표소에 들어가서 기표 도장을 찍는 것만이 참정권의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충분히 알아야 하며 이에 따라 본인의 선택이 더욱 중요하게 행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투표관련 정보습득조차 농인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일입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던 참정권은 농인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청각장애인도 투표만 하는 게 아니라 후보자로 등록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벽을 만들었습니다. 이 현실을 제대로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농인들은 또다시 수어통역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선거방송을 봐야 하고 사실상 참정권 포기를 강요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목표로 10여 개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아직까지 의결된 법안은 없습니다. 그래서 선거 때 가장 필요한 건 ‘장애 유형에 맞춘’편의 제공입니다. 농인의 경우
△ 선거방송에서 후보자 수에 따라 1인 이상의 수어통역사 배치
△ 투표소 내 수어통역사 배치 현황, 선관위 홈페이지 안내
△ 청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선거공보물 제공
△ 투표 현장에 수어통역사 배치 시 수어통역사임을 확인할 수 있는 명찰 착용 등의 편의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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