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13주년을 축하합니다

가을이 서둘러 가신다. 붉은 단풍 주단 길을 뒤로하고 훠이훠이 겨울로 들어가시는 중이다. 그리고 가을은 잎을 떨어뜨린 나뭇가지마다 사유를 매달아 놓고 돌아보지 않고 무심하게 가버리셨다. 올해는 가을 내내 주말연휴 프로젝트에 매달리느라 북한산 가을을 의미있게 느낄 겨를도 없이 보내버렸다. 느끼지 못한 가을은 차라리 맞이하지 못한 것 보다 잔인하다. 그러나 북한산 자락에 깃들어 살고 있어서 좋다. 그리고 수많은 사연들을 모두 외면하고도 내 의식이 깃든 숲을 깨우는 바람같은 ‘은평시민신문’이 있어서 좋다.

비록 단풍잎이 발에 채이고 있지만 한 시절의 푸름과 한 시절의 찬란하였음을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 내 발길을 사유로 물들게 하고 있다. 고준담론은 저 산꼭대기에 있겠지만, 마을로 내려온 둘레길에 사람 사는 마을이야기가 산다. 바쁜 일상에서 남의 시선이 아니라 오롯이 거울처럼 마주하게 하는 이야기가 ‘은평시민신문’이라 생각이 오늘 낮에 초겨울 산속 길을 걸으며 든 단상이다.

마을이야기로 든든한 이 숲에는 무엇보다도 따뜻한 인권, 마을 민주주의. 시민자치가 깃들어 있어서 포근하다. 야트막한 작은 숲에 기대어 돌아볼 수 있는 일상 속에 작은 권리 찾기가 있어서 안심이다. 또한 이제 걸음마 단계인 은평구 인권위원회와 은평인권센터의 든든한 배후가 있어서 고맙고 지치고 상심한 이웃에 작은 그루터기가 되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이미 알량한 세속에 물든 스스로를 깨우는 지면, 자본의 음모에 눈감은 몰염치 앞에서 우리 스스로를 깨우치는 청량한 바람같은 ‘은시문’의 13주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마운 일이다.

어느덧 13년이다. 은평구에 이사와서 낳은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니 나의 은평생활과 거의 동년배이다. 아이를 키우듯 인권분야도 잘 자랐으면 하고 소망한다. 인권에 대하여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아동 인권에 대해 프랑스 작가 알랭 세레의 그림책 <<나는 아이로서 누릴 권리가 있어요!>>라는 책을 많이 권한다. 이 중에서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이 모든 권리를 누릴 날은 언제일까요?” 라고. 답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어야 해요. 왜냐면 우리가 아이인 건 지금 이 순간이니까요.” 이다. 은평인권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하여 ‘은시문’과 함께하게 되어서 감사드린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