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로·증산로·연서로는 모두가 함께 다닐 수 있을까?

장애인이살기좋은은평을만드는사람들(이하 장은사)은 올해 참여예산사업으로 은평로·증산로·연서로의 보행 불편 요소를 조사했다. 장은사는 ‘장벽없는마을’을 의제로 장애인이 살기 좋은 은평을 만들기 위해 폭넓게 활동 중인 은평의 시민단체다.

장은사는 서울시가 만든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7대 원칙을 기준으로 지난 2월부터 장애인 등 보행 약자와 함께 은평로와 증산로, 연서로 등 3곳의 큰 대로변이 갖고 있는 보행 불편 요소를 모니터링한 내용이 담긴 결과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다. 여기서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장애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건축·환경·서비스 등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말한다.

장은사가 기준으로 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7대 원칙에는 동등한 사용원칙, 사용의 유연성원칙, 손쉬운 이용원칙, 정보이용의 용이원칙, 안전성 원칙, 편리한 조작원칙, 적당한 크기와 공간원칙 등이 있다. 7대 원칙에 따른 세부적인 항목에는 점자 유도블록·신호등·횡단보도·표지판·볼라드·보도·횡단보도 등이 원칙에 따라 설치됐는지 여부와 장애인 화장실 사용 가능 여부, 쉼터 설치 여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장은사는 올해까지 조사한 결과를 은평구청에 제출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불편 없이 보행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 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장은사가 장벽없는마을을 만들기 위해 은평로와 증산로, 연서로 구간의 보행 불편 요소를 모니터링한 내용이다.

은평로
은평로는 녹번역과 응암역 사이로 은평구청과 서부병원, 은평이마트가 위치한 대로변이다. 이곳에는 점자블록과 볼라드, 보도 표지판 등이 보행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① 점자블록

은평로 4길, 127길, 137길 등 총 9곳에는 노후 된 점자블록으로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는 요소가 발견됐다. 인도위의 점자블록은 노란색 보도블럭 위에 직선 4개가 볼록하게 새겨진 것과 동그란 점 6개가 볼록하게 새겨진 것이 있다. 하지만 볼록한 점자가 뚜렷하지 않아 굴국이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보도 시작 부분에만 점자블록이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인도 중간에는 점자블록 위에 가로수가 설치된 곳이 있었고, 마트 주변으로 상품 진열 매대가 설치돼 보행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② 음향신호기

응암역 3번 출구, 은평로 85길, 99길, 111길, 명성학원 인근에는 음향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안내 음향으로 신호를 주는 수단으로 필수적인 장치다. 음향신호기는 횡단 여부를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너면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 큰 도움을 주지만 은평로 8곳에는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③ 볼라드

볼라드는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 경계면에 세워 둔 구조물이다. 하지만 볼라드가 오히려 목적에 맞지 않게 설치되거나 딱딱한 재질로 설치돼 보행자에게 위협을 주기도 했다. 은평로 서부병원 인근과 응암 소공원, 은평이마트 인근, 은평로 158길 등 5곳은 보행 불편을 유발했다. 응암 소공원 앞에는 한 공간에 볼라드가 총 4개가 설치돼 전동휠체어는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④ 보행방해 요소

은평로 140길과 은평이마트, 서부병원, 은평구청 입구 등에는 오토바이 불법주차, 상품진열 등으로 보도 폭이 감소해 보행 불편이 발생했다. 특히 은평이마트와 서부병원 인근에는 상점가에서 인도까지 상품을 진열하거나 포장마차 등으로 보도 폭이 감소했다. 은평구청 인근에는 인도의 80%를 버스정류장과 택시정류장이 차지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증산로
증산로는 지하철 응암역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지하철 3개 역이 지나는 3km의 긴 구간이지만 공원이나 쉼터가 부족해 보행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또한 장애인화장실의 이용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①쉼터 부재

서울시는 유니버설 디자인 규정에서는 보행자가 인도에서 쉴 수 있도록 벤치나 그늘 등을 설치해야 한다며 ‘인도 사용의 유연성 규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3km에 달하는 증산로에는 공원이 없었고 정자 1개, 벤치 9개뿐이었다. 응암역 인근 정자 외에는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없었다. 또한 앉아서 쉬기 위해서는 불광천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

② 인도 기울기

서울시 유니버설 디자인 규정에는 안전하고 편안한 보행을 위해 종·횡단으로 보도가 기울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지만 증산로 261길과 375길에서 393길 사이에는 보도가 종·횡단으로 동시에 기울어 보행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보도가 기울게 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무의식적으로 몸이 한쪽으로 기운채로 걷게 되어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③ 점자블록

 

증산로의 점자블록은 은평로와 연서로 중 가장 심각했다. 응암역에서 새절역으로 가는 길 중증산로 443길부터 새절역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에는 점자블록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었다. 또한 증산로 257길에서 265길 사이에는 점자블록이 노후되어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또한 일부 구간은 점자블록 설치에 오류가 있어 시각 장애인이 걷기에 위험했다.

④ 장애인화장실

증산로에는 증산로 451 승진기업, 증산로 419 CJ빌딩, 응암역 등 3곳의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도 외부에 표시가 없어 화장실 설치 유무를 알 수 없었고, 폭이 좁아 진입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또한 CJ빌딩은 화장실이 있어도 개방이 되어 있지 아 이용할 수 없었다.

연서로
연서로는 연신내역에서 응암역에 이르는 구간이다. 연서로는 인도 기울기로 보행에 불편을 주는 구간이 많았다. 또한 식당가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도폭이 좁아졌고, 횡단보도 턱이 높은 곳이 많았다.

① 점자블록

연서로 점자블록 노후 상황도 증산로·은평로에 못지않았다. 역말사거리에서 응암역에 이르는 연서로 구간에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거의 설치되지 않았다. 연서로 68길에서 응암역 방향에 이르는 길에는 점자블록이 노후되어 일반 블록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연서로 68길에서 역말사거리 까지는 신형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는데 다른 구간도 신형으로 설치될 필요성이 있다.

② 음향신호기

연서로 음향신호기는 대부분 설치가 되어 있었지만 일부 구간에는 신호기 버튼이 고장나 작동이 되지 않는 곳이 있었다. 또한 연서로 17길, 18길, 36길, 38길 등에는 신호등이 없어 장애인이 횡단하기 어려운 구간이었다. 

③ 횡단보도 턱 낮춤

연서로는 증산로와 은평로에 비해 횡단보도 턱 낮춤이 필요한 곳이 많았다. 횡단보도 턱 낮춤이란 현재 위치한 곳이 횡단보도임을 표시하고 보행자가 횡단을 편하게 하기 위해 인도의 턱을 3cm 이내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연서로에는 연서로 17·18길, 37·38길, 58·59길 등 20곳 가량 턱 낮춤이 필요한 곳이 있었다. 

④ 기울기

연서로 대로변에는 음식점이 많다. 동시에 음식점 주차장이 많은데 차량 진입이 편하도록 인도가 긴 구간에 걸쳐 도로 쪽으로 기울었다. 연신내역에서 구산역에 이르는 구간 대부분은 도로 쪽으로 인도가 기울어져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휠체어를 타야만 하며, 비장애인도 조금씩 절뚝이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인도를 걸어야만 한다. 

자료제공 = 장애인이살기좋은은평을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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