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에서 식용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시중에서 GMO가 들어갔다고 적혀있는 제품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생산·유통 과정 중 비의도적 혼입을 고려하여 유전자변형 생물체가 3% 이하로 혼입된 경우에는 표시 의무를 면제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특정 농산물을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으로 표시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GMO의 위험성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규제하는 협약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마땅한 규제조치도, 정보공개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GMO 수입업체에 대한 정보조차도 대법원 재판까지 가서야 공개를 했을 정도입니다. 식약처가 식품으로부터의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기관이었다면 적극적으로 공개를 하고도 남았을 GMO정보를 두고 시민들은 2년여 기간 동안 싸워야 해야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꼽히는 기업이고, 여기서 만드는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품목 1위입니다. 그리고 한편 삼성전자는 화학사고와 반도체직업병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은 희귀암과 중증질환에 걸려 목숨을 잃거나 직업성 질병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생긴 병이 직업병 이라는 것을 입증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삼성은 고사하고 고용노동부나 산업안전보건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라도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정보를 확인하고 해당 노동자들에게 이를 알려줘야 하는데 영업비밀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삼성의 안전진단보고서와, 사용한 화학물질 등의 정보를 요청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번번이 노동자가 아닌 삼성의 입장만을 성실히 대변할 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MO 수입업체와 제품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모두 ‘영업비밀’입니다. 영업비밀은 보호되어야 하지요. 그래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도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영업비밀이 비공개인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는 단서조항 달아 “영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영업비밀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사람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취하는 모습을 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서는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는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안전(위험)에 대한 알권리가 꼭 필요하지만 우리는 매번 정부의 ‘영업비밀’과 싸워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살권리. 언제쯤 삶이 기업을 우선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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