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24시간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DC에 사는 톰과 제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정보공개법에서는 정보공개청구의 권리를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공장에 다니는 이주노동자는 노동청 등을 상대로 정보를 요구할 있지만, 강제퇴거 당해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는 본인이 쫓겨난 이유를 알기 위해 한국정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없습니다. 한국의 정보공개법에서는 외국인의 경우국내에 일정한 주소를 두고 거주하 자에 한해 청구권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보공개청구에 투표권처럼 나이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별이나 지역에 따른 격차가 있는 것도 아니니 ‘국민’에 한해 정보공개청구권이 있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리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주어지고, 누군가는 가질 수 없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그것이 인권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국가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려있어야 할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정보공개법만 보더라도 미국과 영국은 ‘누구나’(any person), 독일과 일본은 ‘누구든지’(Jeder, 何人も) 프랑스는 ‘모든 사람’(toute personne)으로 국가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정보공개법이 만들어 진 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만들었다고 자랑도 많이 하지요. 하지만 20년 동안 국민에게 한정해 정보공개청구권한을 주는 이 내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세계화 라는 말을 쓴지가 몇 년인데..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가를 뛰어 넘어 모든 사람에게 알 권리를!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