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비님이 오신다. 비는 나를 집안에 가둔다. 하지만 창으로 보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예뻐 죽겠다. 머리에 꽃 꽂은 여자처럼 온 몸으로 맞이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 몸과 이성이 허락하지 않는다. 비록 갇힌 몸 되어 밖의 모습을 동경하기는 하나 내 안의 나를 만나기도 하는 고요의 시간이 허락되기도 한다. 


나. 이 지구상에서 제일 무거운 단어, 제일 가깝고 친숙한 단어이기에,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은 내가 아닐까 싶다. 


비님은 친구가 많다. 올라올 준비를 마친 새싹들, 목말라 하는 저 깊은 곳의 뿌리들, 숨 좀 쉬자며 힘겹게 긴 몸을 말아 올리는 지렁이들, 비가 오기만을 고대하는 수많은 문학소녀 소년들까지. 


촉촉한 그 모습을 나는 불평하면서도 또 기다리고 있다. 어제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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