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은 자신의 권리와 인권을 위해 당사자끼리 연대하는 것도, 청원이나 소송을 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 수행하기가 힘들다. 일인 시위, 또는 입법기관에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아동은 자신의 권리를 어른에게 의존한다. 그런데 아동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주체가 오히려 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일이 있다.

초등 돌봄교실 문제. 집에 혼자 있는 초등학생을(보통 1~2학년) 대상으로 낮 시간대에 국가를 대신하여 학교에서 돌보는 제도이다. 이것은 초등 1-2학년의 어린이에게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오전부터 오후 9시까지 돌봄교실에 있는 아동은 평일에 거의 부모와 면대를 못한다. 영·유아 때부터 부모가 아닌 제 삼자의 돌봄을 받았다면 이런 아동은 아동기의 거의 대부분을 부모와 격리되도록 만드는 제도인 셈이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보호자 없이 집에 혼자 두지 못하게 하는 다른 나라의 법을 우리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를 돌보면서도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말이다.

학원수강 문제. 필자가 겪어 본 대부분의 아동은 ‘엄마가 시켜서’ 학원을 다닌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아동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필요하다면 조언을 하는 정도까지로 부모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청소년 모두에게 학교 이외의 교습을 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의견에 따라 결정한다’는 법안 하나쯤 가져보는 게 그렇게 이루기 힘든 소망일까? 이것이 가능하다면 과도한 사교육 의존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일거양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지키기 힘든 아동의 권리,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자구능력이 없는 아동의 권리와 기본적 인권을 어른의 생각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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