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보성 씨의 로드FC 경기가 최근 화제다. 50대 나이에 격투기 경기에 도전한 것도 그렇지만, 도전 이유가 소아암 어린이를 후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그렇다. 연말이 되면 구세군 냄비와 불우이웃돕기 모금은 일상이 됐다. 그 중 중증질환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위한 모금도 있다. (백혈병과 뇌종양 등을 포함한)소아암, 심장병과 희귀 난치성 환아를 위한 의료비 모금은 방송국과 사회단체 등 다양한 단체에서 하고 있다.
중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돕자는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몇 가지 의문이 든다. 모금행사에 연결되기까지 아이와 부모는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모금에 연결되는 사례는 실제 환아의 몇 퍼센트나 될까? 그리고 또 연결되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병원비 공포에 사보험비 5조원씩 가계지출
 
‘내 아이도 어느 날 갑자기 아프면 어쩌지’ 하는 심정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대부분이 ‘어린이보험’이라는 사보험에 들고 있다. 그렇게 해서 보험회사에 갖다 주는 돈이 연간 5조원이다. 

그런데 실제 어린이 의료비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0~15세 어린이의 총 의료비는 6조 4천억이다. 이중 부모들이 걱정하는 입원수술비는 1조 7천억이고, 그중 1조 2천억 원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부모부담은 5152억 원이다.

결국 사보험료 5조원의 1/10인 5152억 원만 국가에서 부담하면 어린이병원비에 대한 공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걷거나 국민건강보험료를 올려나 되나? 그렇지 않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적 흑자가 20조원으로 2.5%만 이 용도로 사용하면 된다. 그 20조원은 국가의 돈이 아니고 아이의 부모가 낸 국민건강보험료이다. 이러한 ‘사실’은 김보성 씨가 격투기를 감행하고 여러 단체에서 모금하는 ‘현실’을 이제는 멈춰야 함을 말해준다. 

병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는 세상

‘어린이의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는 나라’를 바꾸자는 시민운동이 지난 2월에 시작되어 10월부터는 65개 복지시민단체가 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법적 뒷받침으로 국민건강보험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발의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 낳으라고 독려 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의 생명도 지켜주지 않으면서 그런 말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병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는 세상은 잘못된 것이다. 자식 병원비 때문에 가난을 원망하고 자신을 책망하고 심지어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이제는 바꾸자.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서명운동은 차기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와 부모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정부는 어린이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는 본연의 책무를 이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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