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에서 바라본 앵봉산. 이곳엔 통일로 우회도로 터널이 뚫릴 예정이다.
북한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는 박석고개를 넘어 앵봉산(鶯峯山)을 거쳐 봉산으로 이어져 한강 언저리까지 연결되어 진다. 이 산줄기들은 길게 펼친 장벽처럼 서울과 고양시의 경계를 이뤄 서울의 서벽능선(西壁稜線)으로 불린다. 서벽능선의 주벽으로 볼 수 있는 봉산과 앵봉산은 본래 이어져 있었으나 지금의 6차선의 서오릉로로 인해 40여년 시간동안 끊어져 있다. 이를 생태다리로 연결해서 두 산을 만나게 한다고 한다. 생태다리로 두 산의 연결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생태다리는 오랫동안 단절된 두 곳의 야생생물들의 서식공간을 연결하여 생물다양성을 높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서울둘레길, 은평둘레길, 북한산국립공원 이용 거점으로 인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데 지금보다 편리한 통행으로 사람들의 이용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앵봉산은 꽤나 부드러운 능선을 가지고 있는 230m의 나지막한 산으로 아까시나무가 넓은 면적에서 우점(優占)하고 있다. 이외에도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보이고 잣나무 경관림도 조성되어 있다. 흔한 동네 뒷산처럼 단순하지만 익숙한 수종들로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는 산이다.  
 
앵봉산은 서오릉의 동쪽에 존재한 산으로 서오릉의 주산(主山)이다. 서오릉은 동구릉 다음으로 규모가 큰 조선왕릉이다. 더욱이 서오릉은 조선시대 왕가의 능분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서오릉은 주변으로 도로와 택지개발 등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는 상태다. 안타깝게도 서오릉을 지키는 앵봉산은 통일로 우회도로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앵봉산에는 통일로우회도로 건설을 위해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뚫린다. 이 도로는 향동지구 북단연결도로(가양대교~서오릉, 내년 착공 예정)와 은평새길(통일로~종로구 자하문길, 현재 중단 상태)이 서로 연결이 되는 중간 도로의 역할을 한다. 
 
오랜 시간동안 서오릉을 지켜온 앵봉산의 터널은 세계문화유산인 서오릉의 훼손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2014년 11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는 향동지구 북단연결도로의 계획된 노선도는 서오릉 문화재 역사문화환경지구의 안산(案山)인 용두산의 훼손과 소음으로 역사 경관 보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로 부결시켰다(2016년 7월에 사업주체인 LH공사는 지하터널 구간을 연장함으로 용두산의 훼손을 줄이는 노선변경안을 다시 제출해 심의에 통과했다). 만약 통일로 우회도로가 건설이 된다면 터널이 직접적으로 관통하는 앵봉산에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조선왕릉의 주산(主山)으로 동네 뒷산으로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앵봉산의 원래 모습은 우리의 추억 속에만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통행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도로를 더 늘리는 것은 교통정체 해소에 일시적일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대중교통망을 확대하고 신호체계를 개선해 차량의 흐름을 원활히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의 부재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이 없도록 정책적인 접근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차량의 이동과 통행 증가를 더욱 가속화 시킬 도로의 건설을 앞두고 생태다리를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단절된 생태축의 연결보다 단절시킨 도로축을 끊는 것이 어쩌면 생명들에게는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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