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우리의 숲”…노래로 마을이 하나가 되다

“황윤희 파이팅!” 

힘찬 응원 소리와 환호가 숲의 고요함을 깨우며 드레스와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입장하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건반의 선율이 흐른다. 일제히 들이 쉰 숨이 노래가 되어 나온다. 음색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호흡이 된 사람들의 노래다. 마을사람들이 숨죽이고 지켜본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마을사람들, ‘꿈꾸는합창단’(이하 꿈합)이다. 소리의 화합이 합창이라면, 사람들이 화합하는 공간은 마을이다. 8월 27일 꿈합의 공연 ‘마을에 물들다’가 시작됐다.

꿈합은 2013년 6월 창단 이후 3년 만에 이날 첫 정기공연을 했다. 은평누리축제, 응암동 매바위축제, 갈현2동 상상축제, 여러 협동조합의 총회 등 마을에 크고 작은 수많은 행사에 손님으로 초대받아 빛내주던 꿈합이 처음 주인공이 된 무대다. 음향시설을 갖춘 실내공간도 생각했지만, 일부러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을 택했다.

지휘자 선경희 씨는 “숲속에서 매미가 울듯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우러지기 위해 야외공연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미영 단장은 공연을 보러 온 마을사람들에게 “여러분은 우리의 숲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음악과 넉넉한 시간을 선사한 꿈합에 고마워하는 마을사람들이 김미영 단장은 너무나 고맙다.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가수 이지상 씨가 꿈꾸는합창단의 손님으로 초대됐다. ‘숲’을 불렀다. 정희승 시인의 시 ‘숲’에 노래를 입힌 곡이다. 꿈꾸는합창단의 출발도 이 가사과 맞닿아 있다. “정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숲을 이루자.” 김미영 단장과 아빠맘두부에서 일하는 차익수 씨가 의기투합했다. 선경희 씨를 설득했다. 답은 단번에 “좋아요.”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꿈합 단원은 35명이나 됐다.

꿈합에 입단하려면 반드시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노래를 못한다고 탈락하는 법은 없다. 제 몫은 다하겠다며 잘 보지 못하는 악보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서툰 단원들이 서로서로 애틋하다.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 그 뿐이다. 이런 마음으로 꿈합은 자신들이 꿈꿨던 숲이 됐다. 또 많은 마을행사를 다니며 노래로 은평을 숲이 되게 했다.

“관객들이 울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울면 어떡해.” 단원들이 농담으로 하는 핀잔이지만 꿈합의 가장 큰 매력이 이점이다. 노래에 깊이 빠져들기도 하고,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여기는 따듯한 감성이 꿈합 단원들에게 있다. 선경희 씨는 “저희 노래를 들으면 관객들이 많이 우세요. 진솔함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듯이 노래하기 때문에 그 진정성이 관객들과 공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꿈합은 그동안 마을행사를 다니며 쌓은 레퍼토리와 정기공연을 위해 준비한 곡 등 총 12곡을 불렀다. 꿈합이 가장 많이 불렀고 좋아한다는 노래, ‘그중에 그대를 만나’도 불렀다. 꿈합이 마을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걱정말아요 그대’였다.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공연이 끝났다. 곧바로 꿈합 단원과 마을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달려 나와 부둥켜안고 뒤엉켰다. 공연 내내 가졌을 긴장감을 내려놓으며 ‘우리가 정기공연을 잘 해냈다’는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탄성도 터져 나왔다. 꿈합이 있기에 비로소 마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공연이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