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개원을 앞둔 살림사협 민앵 이사장을 만나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앵 이사장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지향해 온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살림사협)이 올해 그 꿈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다. 2012년 살림의원을 개원한 후, 4년 만에 두 번째 병원인 살림치과를 개원한다. 또한 살림의원과 운동센터 ‘다짐’ 그리고 개원할 치과를 한 공간에 담는 통합 이전도 할 예정이다.

8월에 개원하는 살림치과의 모습과 개원과정, 살림사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민앵 살림사협 이사장을 5월 24일 운동센터 ‘다짐’에서 만났다.

-살림치과 개원과 통합 이전을 하게 됐는데

2012년 살림의원을 개원하고 2014년 운동센터 ‘다짐’을 개관하면서 치료와 예방적 건강관리의 공간을 만들었다. 조합원들의 힘으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실험을 했다. 살림치과까지 개원하면 예방, 치료, 재활이라는 하나의 체계가 갖춰지는 셈이다. 치아의 건강은 신체 전반의 건강과 정신 건강과도 밀접하고 오복의 하나라고 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치료하고 예방하고 증진하는 활동들이 하나의 순환 속에 이뤄질 것이다.

-통합 이전의 의미는 각 시설을 가깝게 모아 놓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태까지 사업소를 하나하나 만들면서 실험해 왔다면, 이제는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거점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개원하게 될 살림치과에 특별한 것이 있다면?

한국사회에서 의사는 빚을 내서 병원을 연다.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반면 협동조합 병원은 조합원들의 출자로 설립된다. 의사가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므로, 조합원들을 위한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의사를 신뢰하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은 의사는 힘이 난다. 조합원과 전문의, 지역주민들이 같이 하는 협동조합 치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치과의원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대장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맞다. 대장정이다. 14년부터니깐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 설문조사를 통해 치과에 대한 조합원들의 바람을 확인했고, 치과 개원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임직원들로 구성된 치과TFT를 운영해 왔다. 2016년 총회에서는 치과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이후 일곱 차례에 걸친 ‘개원애벌레’를 진행했다. 조합원들의 생각과 마음, 힘을 모아온 긴 과정이 있었다.

다짐을 개관할 때도 연 공식회의 수만 해도 100회가 넘었다. 전체 회의를 세면 200회가 넘을 것이다. 성급하게 나가는 것보다는 천천히 나갔을 때 조합원들의 주인의식이 높아진다. 조합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해야 조합이 살아난다.

-그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

사실 힘들 때도 있다.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행정업무도 엄청나게 늘었다. 살림의원을 만들 당시 개원애벌레를 진행하면서 실무와 조직하는 활동을 같이 하다 보니 힘이 훨씬 많이 들었다. 그 속에서 교훈을 얻어 다짐을 만들 때 적용했다. 바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일, 신속해야 하는 일, 정확해야 하는 일은 임직원이 맡는다. 그 다음 이사들의 활동이 훨씬 높아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사들이 각 팀에 들어가서 훨씬 많은 활동을 했다.

다 같이 한 걸음 나아가야 할 일은 조합원들이 하도록 했다. 치과에 대한 조합원들의 욕구는 매우 높다. 치과 개원 및 통합 이전에 필요한 자본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금을 했는데 2주 만에 2억4천여만 원이 모였다. 너무나 감사하고 조합원들의 열망을 담아 사업을 잘 꾸려나갈 책임이 임직원과 조합원에게 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병원을 만들고 운동센터를 만들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협동조합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협동조합은 참 어렵다고 느낀다. 조언을 해주신다면?

살림사협도 아직 시작단계다. 조언까지는 좀 그렇고. 협동조합을 하면서 느끼는 맛이 있다. 회의를 하면 안건이 잡힌다. 그 수많은 안건은 어려운 난제이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게 된다. 정말 재밌는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살이 붙으면서 굉장히 좋은 대안이 나온다. 그 대안을 나눠서 맡으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이 맛에 협동조합을 하는 구나’라고 뿌듯해 할 때가 많다.

은평의 협동조합 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각기 자기만의 특기와 장점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협동조합의 전형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협동조합의 정신과 가치, 정의를 바탕으로 협동의 7원칙을 가급적 자신의 운영원리로 삼고자 애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살림사협이 시작단계라고 했지만 은평에서 가장 모범적인 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평가를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과찬이다. 살림사협의 배경을 말해야 할 것 같다. 의료협동조합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91년 안성에서 먼저 시작 했고, 대전, 원주, 안산, 인천 등 여러 곳이 있다. 우리는 후발주자이다. 앞서 시작했던 분들의 활동에서 좋은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다. 평등평화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어 했던 여성주의자들이 은평에 들어왔다는 게 또 하나의 힘이다.

지역주민들이 굉장히 좋으시다. 은평은 시민사회가 발전돼 있는데, 그분들이 열린 마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해 주셨다. 또 협동조합을 하고 싶은 의사가 있었다는 것도 큰 복이었다. 이런 것들이 함께 작용해서 좋은 밑거름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의 힘, 협동의 힘, 우리 안에 그런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협동조합에서도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나?

협동조합의 리더십은 각자가 맡은 역할을 바탕으로 각자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사는 이사의 리더십, 직원은 직원의 리더십, 조합원은 조합원의 리더십이라는 게 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것. 협동조합의 리더십은 각각의 리더십의 합쳐진 것이다. 공동의 꿈을 향해 함께 노를 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림사협의 꿈이 있다면?

‘평등평화 건강마을공동체’라는 미션이 있다. 구체적인 비전은 이사장이나 임직원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꿈과 조합원들의 꿈에 따라서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크게는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예방, 치료, 재활이 가능한 통합거점을 여러 개 만드는 게 좋을까 혹은 2차 병원이나 3차 병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를 키우는 건 어떨까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논의는 상충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디에 힘을 집중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때 조합원들이 많은 의견을 모아주시고 힘을 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림의 꿈은 조합원들의 꿈이고 조합원들이 꾸는 꿈만큼 성장해 간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지금까지 조합원이 보여주신 참여와 사랑에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마음을 모아주시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경청하며, 공동의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내고 사업을 확장해 내는 민주적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마다 지역에서 맡은 다양한 역할이 있을 것이다. 민주적 훈련을 확산시키는 민주주의와 협동의 씨앗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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