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빤짝놀이터>이야기

단 하루만 열린 진짜 놀이터

내리쬐는 쨍한 햇살에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게 느껴진다. 지난 5월 5일, 어른과 아이 모두가 직접 놀이에 참여하고 창조하는 진짜 놀이터가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렸다. 어린이날, 단 하루만 열린 특별한 이벤트, 서울혁신파크 <빤짝놀이터>의 하루를 따라가 보자.

 

AM 8:00 두근두근 파크는 준비 중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오늘 서울혁신파크 야외공원을 가득 채울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자들의 손길이 바쁘다.

 

“태풍 같은 날씨 때문에, 저희 철야를 해가며 준비했거든요. 강원도에 가서 사각 사다리랑 나무다리를 만들어 혁신파크까지 가져왔어요.” 지난 밤 비바람에 미리 설치해 둔 밧줄들이 행여 느슨해지진 않았는지, 피아노 숲 전체를 초대형 무동력 밧줄놀이터로 만든 활동 단체 시소는 이른 아침부터 장비들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톰소여 책방과 돗자리도서관은 혁신광장 이곳저곳에 의자와 파라솔을 배치하고 은평 지역단체들은 미래청 앞마당에 각종 체험 부스 설치가 한창이다. 이 외에도 먹거리 장터와 플리마켓 등도 준비 중이다.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빤짝놀이터> 운영 팀도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혁신파크 입구에 안내소를 세우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운영 팀 연락처를 곳곳에 배부하는 등 파크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빤짝놀이터>는 크게 오감만족 놀이터, 감성채움 놀이터 2개로 구성되었다. 어느 하나 겹치는 것 없이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총 26개 프로그램들이 오늘 하루를 꽉 채워 줄 예정이다.

AM 10:00 빤짝! 진짜놀이터가 열리고

 

드디어 <빤짝놀이터>가 시작됐다. 휴일 치곤 아직 이른 시간임이 분명한데, 어느새 파크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피아노 숲은 밧줄놀이터를 체험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하고 혁신파크 곳곳의 숨겨진 힌트를 찾아 보물지도를 완성해오면 선물을 주는 이노뮤지엄에는 벌써부터 아이들이 몰려들어 인기다. 같이가게 옆 마당에선 은평맘톡톡과 어린이 장난감 업사이클링 매장을 운영하는 금자동이가 함께 차린 어린이 벼룩시장이 한바탕 늘어서는 중이다.

 

 

 

아빠랑 한 걸음씩, @무동력 밧줄놀이터

 

“한 칸만 더 올라가볼까? 괜찮아, 아빠가 잡고 있으니까 우리 한 칸 더 올라가보자.”

 

모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딸 해윤이와 밧줄놀이터를 함께 하던 은평구민 진성원씨.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의 아빠가 웃으며 슬그머니 모자를 주워 건넨다. 

 

“군자 어린이대공원 이런 곳은 너무 멀잖아요. 서울 내에 혁신파크 같은 공간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혁신파크는 저번 주에 처음 방문했어요.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서 혁신파크의 존재는 지인들을 통해 전부터 알고는 있었구요. 어린이날 <빤짝놀이터>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고 가까워서 와야지 했거든요. 딸아이랑 이렇게 밧줄놀이터도도 해보고 책도 보고 오늘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아서 아이도 좋아하고, 저도 재밌네요.” 

 

 

 

▲은평구민 진성원씨와 딸 해윤이(5)

PM 12:00 따르릉 배꼽시계가 울리면

슬슬 배꼽시계가 울려온다. 행사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미래청 앞마당에 늘어선 부스는 출출해진 배를 달래려는 시민들로 빼곡해진다. 두 명이 먹어도 될 만큼 푸짐한 컵밥과 은평 지역 단체들이 준비한 다양한 간식거리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혁신파크 활동단체가 직접 만드는 도쿄 스테이크를 비롯해 파크 인기 카페인 이피쿱, 카페오공의 음료부스에 늘어선 줄은 도무지 줄어들 생각이 없다.

 

 

시끌벅적한 광장을 뒤로 하고 미래청 2층으로 올라가보니, 오픈스페이스에서는 조금 전 시작한 어린이 운동회가 한창이다. 천장 가득 귀여운 만국기와 컵스컵스 운동회를 알리는 플랜카드가 펄럭이고 출발선 앞에 쪼그려 앉아 경기규칙을 듣는 아이들의 눈이 사뭇 진지하다. 색색의 컵을 신중하게 쌓는 아이들. 곧 자기 팀이 이기자,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다.

 

노란색 현수막이 붙어있는 예술청 안에서는 자이언트 레고 만들기가 한창이다. 자기키를 훌쩍 넘긴 커다란 박스를 들고 이것저것 창의적으로 맘껏 표현해내며 강당을 누비는 아이들은 도무지 지칠 줄 모르는 기색이다.

PM 3:00 어른도 아이도, 놀이에 놀이를

 

 

오후가 되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야외도서관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정문 옆 {생각}과 책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아 특별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동화들을 구비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야외도서관 옆으로 작게 난 산책로와 벤치에는 동화책을 손에 꼭 쥔 아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그 옆으로 의자와 편히 앉을 수 있는 박스를 준비한 톰소여 책방에는 어른들이 독서삼매경에 푹 빠졌다.

 

우주선에서 한권의 책을 @야외도서관

 

“다음 책은 뭐 볼까, 이거? 엄마가 이 책 읽어줘?” 

 

아장아장 걸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책을 골라오는 아이. 열린 천장으로부터 내리쬐는 햇살에 비치된 책들이 알록달록 빛난다. 4살배기 이준이는 귀여운 그림이 콕콕 박힌 동화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은평구에 엄마들 모임 “친구야 놀자” 라는 곳을 통해 <빤짝놀이터>연다는 소식을 알았어요. 아파트 단지 내에도 전단지가 많이 붙어 있어서 봤고요. 혁신파크는 자주 놀러 오는 편이에요. 오히려 평소에 오는 게 더 재밌는 거 같아요.(웃음) 오늘은 줄도 오래 서야 되고, 사람이 많네요. 아까 광장 가운데 있는 자전거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체험해봤어요. 피아노도 조금 쳐보고. 다른 프로그램들도 해보고 싶었는데 차례를 기다려야 해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해봤네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상시로 있으면 좋겠다?(웃음) 그런 바람이 있어요. 아무래도 일반 놀이 시설과는 다르잖아요. 야외에서 놀 수 있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오늘 같은 프로그램들을 더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은평구민 이하영씨와 아들 김이준(4)

 

혁신광장에 설치된 야외 시설물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한창이다. 가라오케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복면가왕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숨겨진 노래왕을 뽑는 대회에 다들 목을 길게 빼고 구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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