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재정 운영 ‘빨간불’…추가 소송 질 경우 6억여 원 더 배상해야

 
▲은평환경종합센터 부지 모습

은평구청이 은평환경종합센터 예정부지의 환매권 통지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원소유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은평구청은 31억여 원이라는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돼, 어려운 구 살림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은평환경종합센터 부지 원소유자가 은평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월 21일 대법원은 환매권 통지 의무가 은평구가 아닌 SH공사에 있다며 은평구청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배상금이 너무 많다는 구청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은평구청이 2000년 발표한 은평환경종합센터를 건립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고시가 발단이 됐다. 이후 2001년 재활용 폐기물처리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진관동 74-30번지 일대 11,959㎡를 수용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후 5년이 지나도록 추진하지 않았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할 때는 5년 내에 토지 전체에 대해서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소유주가 토지를 되찾을 수 있는 권리, 즉 환매권이 생기는데 공공기관은 이 사실을 즉시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환매권에 대해 원소유주에 통보하지 않았다. 결국 1년이라는 환매권 행사 기간이 지나버려 원소유주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원소유주가 2010년에 은평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은평구청이 환매권 통보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다소 불분명하다. 원소유주가 부지를 되찾을 경우 다시 토지 수용을 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자칫 사업추진이 불투명해 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수도 있다. 2004년 서울시가 진관동 일대를 은평뉴타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은평종합환경센터 부지가 도시개발사업에 포함됐고, 시행자도 SH공사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환매권 통지 의무도 SH공사로 바뀌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런 사정에 따라 소송에서 은평구청은 은평종합환경센터 설치사업이 뉴타운사업으로 전환됐고, 환매권 통지 의무도 SH공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뉴타운 지정 이후에도 은평구청이 은평종합센터 건립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업을 계속 추진했고, 2011년에 다시 SH공사로부터 부지를 넘겨받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은평구청이 사업주체였다고 봤다.

또 다른 소송 질 경우 6억여 원 더 배상해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은평구청은 예비비에서 31억여 원을 이미 원소유주에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환매권 상실에 따른 피해보상금은 16억 원이었으나 소송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이자만 15억 원이 추가됐다. 특히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고 그 사이 이자가 7억 원이나 증가했다. 가뜩이나 빠듯한 구 살림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은평환경종합센터 부지와 관련된 소송이 또 있다는 것이다. 부지 일부의 또 다른 원소유자가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현재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소송까지 패소하게 되면 약 6억 원을 더 배상해야 한다.

구청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 소송도 불리할 수 있다는 보고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두 소송 내용이 조금 다르다는 점에서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4월로 예정된 고등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은평구청은 배상금 지급과 관련해 SH공사가 일부를 부담하는 방안을 협의를 하고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억울한 점도 있어 (배상금 분담에 대해) SH공사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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