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의 바이칼이 떠올랐던 건 왜일까.

시린 서리를 뒤집어쓴 상고대위로 또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차가운 호수가 파도치듯 일렁이던 곳. 영하 40도 쯤 이었겠다. 들숨의 한기는 코 끝에 만 머물지 않았고 날숨의 입김은 곁에 있는 이의 어깨에 까지 닿을 정도였으니까.

“춥다 춥다”를 반복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옷깃을 여미는 사이에도 호수 위를 유영하는 물안개는 언제나 그렇다는 듯 다시 주변의 마을을 감싸고 돌았다. 그 추위에도 1월의 바이칼은 얼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호수가 이따위의 추위에 꿈쩍이나 하겠냐는 바이칼의 자존심이다. 한바탕 폭풍 같은 바람이 지나간 후에도 호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물가에 심은 버드나무 같이 흔들리지 않게” 지금의 추억이 된 이 노래를 70년대 젊은이들은 속삭이며 불렀었다. 존경하는 여인 존 바에즈의 ‘No Nos Moveran’이 원곡인 이 노래를 부르며 또 몇몇은 어디론가 붙잡혀 가기도 했다.

열 댓 명만 모여도 국가의 눈치를 봐야하는 때였다. 동창회는 엄두도 못 냈고 심지어 환갑잔치나 결혼식도 관에 신고를 해야 가능한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 감옥행을 불사하며 스크럼을 짰던 스무 살의 청춘 중에는 우리가 열사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2016년 1월의 은평, 겨울의 한복판에 있으니 안 추울 리가 없다. 그러나 바이칼보다 덜 춥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영하 40도의 칼바람에도 얼지 않는 바이칼처럼, 갖은 눈발을 뒤집어쓰고도 해마다 유월이면 새싹을 틔워내는 바이칼의 버드나무처럼 자존의 땅을 만들고 싶다. 흔들리지 않는 새날을 만들고 싶다. 새해에는 이런 호기를 부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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