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를 위하여

 

▲시를 낭송 중인 이우 에피쿠로스 대표


 

고독에 부쳐

 

-내부고발자를 위하여



짜라투스트라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나무들이 돌아 앉았다

꽃이 등 돌렸다

꽃이 꽃으로, 바람이 바람으로

나무가 나무로 있지 못했다

하늘이 무거웠고 땅이 가벼웠다

 

짜라투스트라여,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거짓말 할 수 없었다

꽃이 꽃으로, 바람이 바람으로

나무는 나무로 있어야 했다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그대는 빈 들판으로 나갔다

그대는 길을 잃었다

날이 차고 지친 다리 휘청였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수평으로, 사선으로

무거운 것들이 솟구치고

가벼운 것들이 가라앉았다

그대는 너무 멀리 갔다

봄이 멀었다

그대들은 돌아앉았다

 

그러나 짜라투스트라여

꽃이겠다, 바람이겠다, 나무이겠다

흔들리고 말겠다

 

차라리 굶고 말겠다

이제 말하겠다

그대들은 가져본 적 있는가

동토를 무너트리는 열도의 바람, 적도의 나무

자신을 파멸시킬 태풍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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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고등학교 전경원 선생님께 드립니다.

 

 

제자들 앞에서 거짓말 할 수 없어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가 된 하나고 전경원 선생님, 제자들에게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먹이고 싶었던 충암중 홍기복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거짓말할 수 없었다'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부(富)와 권력과 성공이라는 시대의 기표(記表, signifiance)에 복종하면서 돌아 앉는 동료 교사, 학부모, 제자들의 등 돌림.... 이들은 '고립된 섬'이 됩니다. 그 고독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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