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편지

국내 언론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상태를 자못 비장한 언어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렉시트 최악의 사태 오나’, ‘강경파 재무장관 사퇴’ 등등의 제목은 마치 그리스의 금융 재앙이 현실화 되기를 바라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입니다. 불과 며칠 전에는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급진좌파 시리자 정권의 과도한 복지와 노동시간 단축이 이 사태를 부른 것처럼 호도 하는가 하면 은행의 도산을 염려 하는 예금주들이 현금 지급기 앞에 길게 줄을 서서 몇시간 씩 기다린다거나 뱅크 런(bank run) 상황에 대비하여 그리스 정부가 강압적으로 은행을 폐쇄했다. 혹은 사재기로 생필품이 동나고 있다는 등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런 기사가 오보 수준을 넘어 악의적인 편파 왜곡 보도였다는 사실은 각종 통계수치 만으로도 혹은 현지에서 직접 취재해서 보내준 전문가들의 기사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부가세 등의 간접세를 올리고 연금을 깎는 유럽 금융 사채업자(?) 따위의 제안을 60%가 넘는 반대로 무산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강단지게 협상하고 국민의 의사를 물었던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권은 출범한지 고작 6개월 밖에 안 된 신생 권력입니다. 치프라스는 고작 41세의 청년입니다. 그의 삶 전체를 공산주의 연합운동에 투신했고 그 성과로 구제금융의 고통에 시달리는 그리스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총리가 되었습니다.

서방세계는 당연히 ‘급진 좌파’정권이라는 딱지를 붙여줬습니다. 만약 이번 구제금융 연장 신청안의 당사자가 치프라스가 아니라 세계금융 자본의 속성과 궤를 같이하는 구 체제였다면 유럽재정기금은 연장안을 거부했을까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의 언론은 소설에 가까운 악의적 보도를 내놓았을까요?

언론의 사명은 중도를 표방에 있지 않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길에 있다

이번사태는 1970년의 칠레 상황과도 유사한 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살바도르 아옌데는 선거를 통해 집권한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정부인 칠레 제 29대 대통령이었습니다. 집권 후 그는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La via chilena al socialismo)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광산과 은행 그리고 운송수단을 국유화하고 칠레의 빈민 노동자들의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습니다.

교육과 의료부분의 혁신을 단행하려했고 굶는 어린이에게 최소한 하루 1리터의 우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1973년 9.11 미국의 사주를 받은 소위 ‘자유 민주주의’를 자칭한 피노체트 군부에 의해 죽음을 맞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가슴을 후려쳤던 시절이 있었으니 우리나라의 예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국민들의 삶속에 들어가 함께 여는 세상을 만들려는 모든 세력들을 모두 ‘모난 돌’로 만들어 제거해 버리는 자유를 표방한 금융주의(capitalism)의 위력에 새삼 놀랄 뿐입니다.

언론의 표상 故리영희 선생의 일갈이 다시 떠오릅니다. “언론의 사명은 중도를 표방에 있지 않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길에 있다” 사람의 길이 진실의 길이라면 우리 은평시민신문 역시 7월 한 달 폭서의 태양을 자원삼아 그 길을 가겠습니다. 이번 한 달도 열심히 진실을 향한 ‘모난돌’이 두렵지 않은 지역언론이 되겠습니다. 날도 더운데 이번 달에 드리는 편지는 괜시리 무거운 주제 였군요. 8월에 드리는 편지는 나긋나긋한 문장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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