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을 해보니 축농증이 많이 의심되어요. 축농증이 맞는지, 맞으면 얼마나 오래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할지 상악동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 그런 검사는 하고 싶지 않네요.”

 

얼마 전 진료실에서 저와 어린 환자의 보호자분이 나눈 대화입니다. 아이의 보호자분은 아이가 어리니 방사선을 사용하는 검사는 가능하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이 방은 왠지 겁나요. 꼭 방사능에 노출될 것만 같거든요.”

 

“방사선 발생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엑스레이를 발생시키지 않을 때는 다른 방과 똑같아요.”



살림의원을 대청소하러 오신 조합원 한분과 제가 엑스레이 촬영실 앞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조합원분은 방사선 발생장치가 있는 방에서는 방사능에 노출될까봐 청소하기가 조금 무섭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게요. 방사능, 방사선. 듣기만 해도 조금 무서우시죠?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발암물질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오해도 깊어진 것 같구요.

 

방사선이란 물질을 투과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광선을 말하고, 방사능은 어떤 물질이 단위시간당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물질의 종류에 따라 방사선이 투과되는 양이 달라지는데, 이 원리를 이용하여 진단용 장치를 만든 것이 엑스레이 촬영기, CT, PET-CT 같은 의료기기들입니다.

 

방사선을 기기로 발생시키는 것은 전구를 켜는 것과 비슷합니다. 전구를 켜면 빛이 나고 전구를 끄면 빛이 사라지는 것처럼, 의료용 방사선은 발생시킬 때가 아니면 노출될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병원의 방사선 시설이 있는 방에는 차폐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구를 켜서 빛이 나올 때 빛 앞에 물체를 두면 뒤에 그림자가 생겨서 빛이 없는 공간이 생기지요? 방사선도 마찬가지로 그림자를 만들어서 그 뒤로 방사선이 닿지 않게 할 수 있는데, 이를 차폐시설이라고 합니다. 방사선발생장치가 있는 방에는 사방의 모든 벽에 이 차폐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보통 한 시간 동안 100mSv(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점부터 위험수준의 피폭량이라고 보는데요, 흉부 엑스레이 촬영 한번에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0.1~0.3mSv 정도이고, 복부CT의 경우 10~20mSv이기 때문에, 진단을 목적으로 병원에서 방사선 검사를 받는 정도로는 위험해지지 않습니다. 또한 태아에게 위험한 정도의 방사선양은 (임신주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한번에 500번 정도 검사한 양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임신 여부를 잘 모르고 엑스레이나 CT 촬영을 하였다고 해서 임신중절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방사선은 빛(가시광선)과는 달라서 눈에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잘 모를뿐더러, 노출된 양이 많아질수록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게 되므로 연간 피폭량을 관리하는 것이 꼭 필요하겠습니다. 자외선에도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피부암, 백내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방사선도 단위시간당 피폭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최근 건강검진이 많아지면서 불필요하게 CT를 찍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피폭량의 관리가 더욱 필요합니다. 증상이 있어서 제대로 진단을 하기 위해 촬영하는 엑스레이와 CT까지 과도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만, 회사 건강검진에서 무료로 해주니까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복부CT, 폐CT를 패지키로 찍는 것은 진짜로 피해야 할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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