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들이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곳

은평구에 은평마을예술창작소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5월 초 즈음이다. 우리 동네에 예술창작소가 한다니 옳다구나 싶어 봄날 햇살을 맞으며 마을예술창작소 건물로 뛰어갔다.

그 마을예술창작소는 5월 5일에 어린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6월 1일 문을 연 후 다양한 모임이 생겼는데 그 중 유난히 관심을 끄는 모임이 하나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청년백수모임’

모집 문구부터 범상치 않은 청년백수 모임의 홍보물을 보고 이거다 싶어 접수했는데, 막상 모이려니 다들 시간이 바쁜 백수 아닌 백수들이었다. 모집 공고가 나가고 거의 한 달 만에 겨우 모여 서로의 신상명세를 확인하니 화가에, 디자이너에, 대학원생에 실제 백수는 한 명도 없다는 안타까운 상황!

그래도 나름 시간들을 쪼개서‘쏘울뮤직오브백수’라는 제목으로 각자 좋아하는 음악도 틀고, 비 오는 날 감자전, 호박전, 배추전 부쳐서 막걸리 안주로 먹고‘보니보니’라는 이름으로 열린 마을예술창작소 콘서트에 참가하고, 수국사와 서오릉을 탐방하는 동네 나들이도 하는 등 나름 베짱이에 어울릴 만한 시간들을 보내며 몇 개월을 보냈다.

하지만 실제 백수가 하나도 없는 관계로 모임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물론 나 역시 1년 6개월 봉인해 뒀던 트럼펫을 꺼내 불어보기도 하는 등 나름 참여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적극적인 참여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이 글을 읽는 은평구의 수많은 청년 백수들이 마을예술창작소 청년백수 모임에 동참하길 당부하는 바이다. 본인의 스펙이나 돈벌이와는 하등 상관없는 모임이나 살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

은평마을예술창작소엔 청년백수 모임 말고도 다양한 모임이 있다. 게릴라가드너를 모집하여 자투리땅과 여행가방, 운동화, 장롱 등의 재활용품을 활용해 도시농사를 짓는 텃밭모임이 있다. 이들이 창작소 앞에 만든 공유텃밭은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고가다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텃밭을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창작소 안에도 한 번씩 들어와 본다.

한국의 가락을 배울 수 있는 민요판소리 교실에선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민요판소리모임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 음악을 배울 수 있다.

어린이 밴드와 청년백수 밴드, 어르신들이 함께 공연뿐 아니라 포스터, 무대장식까지 준비한 키즈+보니보니 콘서트가 벌어졌는데 음악에 관심이 있고 악기를 아주 약간만 다룰 줄 안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집에 있는 리코더, 멜로디언, 먼지 쌓여 있는 기타, 이런 것들을 가지고 나오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노래를 불러도 좋고 춤, 마술, 마임, 사진 전시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혼합된 공연을 같이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무대에 나가는 게 싫지만 콘서트는 참여하고픈 사람은 포스터나 무대장식 등을 만들 때 함께 해도 된다. 이것도 미적재능이 특별히 없어도 상관없다. 정 안 되면 주민이 직접 진행자가 되어 콘서트 할 때 사회를 봐도 된다.

그리고 음악, 연극, 미술을 함께 체험하며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는 예술꿈나무 모임도 생겼는데 연극에 관심 있는 어린이들이 직접 연극할 작품을 선정하고 배역 나누고 대본 쓰고, 음악에 관심 있는 어린이는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을 담당하고, 미술에 관심 있는 어린이는 무대장식 만들기나 연극포스터 만들기를 담당한다. 무대의상 제작은 창작소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바느질 모임 어른들이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렇게 각 모임은 서로 연결되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매달 열리는 하루종일영화제 등의 모임과 행사가 있으며 그림책읽기 소모임과 바느질 소모임도 회원을 모집 중이다.

이런 모임 말고도 얼마든지 본인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고 싶은 모임을 건의해서 회원을 모집하여 활동할 수 있고, 마을잔치, 가족잔치, 작은 축제 ,공연발표회, 전시 등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대관의 경우 2시간에 1만원의 대관비를 내야 하나 재능기부, 품앗이, 물품기증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창작소 안에 커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생길 예정이고, 옥상에는 조그만 공연장도 들어설 예정이라 더 다양하고 재미난 활동들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내가 사는 동네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거의 모르고 살던 사람들이 창작소라는 공간에서 만나 서로 인사하고 얼굴 익히고, 그러면서 같이 동아리도 만들고 콘서트도 하고 품앗이도 하면서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매우 따뜻하고 아름답다. 또한 아이들부터 청년들,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세대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마을예술창작소의 큰 장점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은평마을예술창작소는 아직 이름이 없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이름을 공모받고 있는 중이다. 이름을 잘 지어준 주민들에게는 문화상품권, 프로그램수강권 등의 상품이 준비되어 있으며, 꼭 창작소의 이름으로 선택되지 못하더라도 공모에 참여만 해도 까페음료를 1회 무료로 먹을 수 있게 된다. 다음까페 은평마을예술창작소에서 이름공모를 받고 있다.

주소 : 은평구 갈현동 333-9
운영시간 : 월요일~ 토요일 / 오전 10시 ~ 오후 10시
전화 : 070 7363 3335
다음까페 :은평마을예술창작소(cafe.daum.net/art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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