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건축협동조합’ 정성태 이사장 인터뷰

녹번동 은평구청 별관엔 낯선 이름의 간판이 하나 달려있다. ‘공정건축협동조합’이 바로 그것. 건축업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것인지도 잘 몰랐는데 ‘공정건축’이란 또 무엇인지, 궁금해 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조합의 정성태 이사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 공정건축협동조합이 어떤 곳인지, 왜 설립하게 되었는지 소개 좀 부탁드린다.

 

공정건축협동조합은 2013년 6월, 은평구 내 11개 건축 관련 사업체가 출자금 100만원씩을 모아서 설립된 영리협동조합이다. 현재 건축업계는 대부분 1건의 일감이 생기면 대형업체가 수주를 해서 개인업자들에게 하청을 맡기는 구조. 그런데 입찰할 때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최저가로 견적을 맞춰 일을 나누면 업자들이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도 없고, 자재나 인건비가 제대로 보장 안 되면 부실공사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를 바꾸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공정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설립하게 됐다.

- 조합이 운영되는 방식은 어떠한가?

건축이란 작업은 한 채의 건물을 짓는데 29개의 공정이 필요하다. 설계, 내부시공, 단열, 간판, 외장, 수도・전기 등 다양하다. 조합의 이름으로 공사 1건을 따내면, 일을 맡을 조합원 업체들이 견적을 넣고 조합이 일감을 분배한다. 수주한 후에 이득이 남으면 거기서 조합에 5%씩의 수수료를 납부하도록 되어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총공사비 5천만 원짜리 동네 노래방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적이 있다. 이중에 간판업체 OO만원, 인테리어 시공업체 OO만원, 철골구조업체 OO만원 하는 식으로 일을 나눴다. 그래서 조합은 수수료로 250만원을 받았다. 현재 수수료는 대부분 협동조합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 수익이 그리 높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조합원들 반응은 괜찮은가?

당장 이익이 그리 높지 않을지라도, 영세 업체들이 공사를 맡지 못해 노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반응이다. 우선 조합으로 가입한 다음에는 계속 일감이 들어오니까. 또 설립된 지 1년이 지나다보니 차츰 협동의 가치, 공정한 업계 분위기를 만들자는 조합의 취지에 동감하고 있다. 그리고 보통 개인 업체가 1년에 2~3억 원 정도를 수주하는데, 우리는 올 상반기에 그 정도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로 잡은 매출액은 5억 원이다.

- 조합을 운영함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 일감 분배 때문에 조합원끼리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가장 어려운건 협동조합이 자생을 돕는 관의 구체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설립 절차나 협동조합 원칙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조합은 영리가 발생하는 곳이라 세무・회계・경리 담당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수수료 이득으로 임금을 주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협동조합들에 회계 인건비 혹은 교육비로 월 10만원씩만 지원해도 좀 나을텐데… 현재 우리가 입주한 건물도 구청 별관이라 보증금만 없을 뿐 법정 임대료로 연 2500만 원 가량을 내고 있다. 홍보도 어려워서 우린 관내 각 기관에 직접 우편발송을 하고 있고 심지어 직원들이 직접 민방위 교육 때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한다.

가장 답답한 것은 사회적기업처럼 우선조달 지원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국토부에서 1억 이하 신규건축에 대해 1억 이하 견적의 중소업체에 입찰할 수 있도록 한 공문이 내려왔지만 조달청에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하도급을 해도 좋으니 최소한 경쟁 참여라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어려운 실정이다.

- 어려움도 있으시지만, 조합이 사회공헌활동도 적극 참여하신다는데?

조합원들은 의무적으로 매월 1회 은평구 내 저소득층 무상 집수리에 참여하는데 최근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2회로 늘렸다. 얼마 전 신사동과 응암동에서 집수리 봉사가 있었다. 가구 선정은 구청 주거재생과를 통해 하고 있다. 예전에는 봉사 활동하는 분들이 도배・장판 갈아주는 일을 많이 하시지 않았나. 보통 1가구당 70~8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우리는 그 돈으로 차라리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갖춰주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가보면 어떤 집은 천장이 내려앉는 곳도 있고, 한겨울에 창호지가 없는 곳도 있다. 구식 가옥은 보일러만 조금 손봐줘도 열효율이 높아지는 집이 있다. 그래서 물이 새거나 결로, 곰팡이가 생기는 곳을 고쳐주고 바닥과 창문 공사를 해드리고 있다. 관련해서 자원봉사자 분들께 8주간의 집수리 교육을 이수하고 25명이 수료했다.

- 앞으로의 조합의 계획은 무엇인지?

현재 조합원 업체들은 해당하는 분야의 면허를 가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 조합은 면허가 없다. 그래서 향후 설계부터 시공까지 할 수 있는 ‘공정하우징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면허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본 자본금만 3억 원이 필요하단다. 앞으로 여기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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