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료사협 대의원대회를 다녀와서

2014년 6월 21일, 대망의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1기 대의원들이 다짐 앞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10시 출발하면 10시 출발하는 사람들. 코리안타임 없이 바로 출발을 했죠.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강화에 도착했어요.

숙소에 들어가기 전, 사전 답사 팀이 우연히 발견했다는 물 위에 떠있어 동남아시아를 연상하게 하는 경치 좋은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당 옆 습지는 더욱 놀라웠어요! 빛깔 고운 꽃을 포함한 여러 습지 식물은 물론 게들도 엄청 많았어요. 멀쩡한 망둥어를 괴물로 만든 건 누구냐, 저건 로즈마리 아니냐 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곧이어 숙소인 오마이스쿨에 도착. 폐교를 개조한 숙소는 정말 대단했어요. 온갖 꽃과 나무 속에 나무로 마무리한 학교 건물은 감탄을 자아냈지요. 개별 매트리스가 제공되는 방 역시 여느 숙소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었죠! 간단한 제비뽑기로 방 배정을 했는데 저는 몇 개 안되는 온돌방을 뽑았다는 게 함정.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마음열기가 시작되었어요. 점심을 먹으며 폴라로이드 사진을 하나씩 찍었는데, 사진과 함께 자기소개 카드를 만들고 큰 종이에 붙였습니다. 서로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연결하여 소셜 네트워크를 표현하는 작업이었죠. 닉네임은 익숙하지만 얼굴과 연결이 안 되었던 사람, 친분이 있던 사람, 이번 수련회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하나씩 선을 연결하고 전체적으로 엄청난 선이 오가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우리의 관계를 눈으로 확인 하는 시간은 묘한 설렘과 떨림이 있었어요. 이어지는 첫 번째 강의는 시타 이사님의 살림 소개였습니다. ‘대의원한테 살림을 또 소개해?’라는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 시간이었죠. 여전히 비조합원이 ‘그래서 살림은 뭐하는 곳인데?’ 물으면 조금 망설이게 되었는데 이젠 바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살림 조합원이자 대의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시간이었죠. 강의 말미에는, 서로 다른 나이, 인생경험, 정체성, 직업 등을 지닌 사람들이 ‘공동체’이기 위해서 기억하거나 배려해야할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약속을 나누었습니다. ‘살림의 문화가 살림의 품격이다’라는 문장과 함께.

이어서 은평의 워크숍진행 무형문화재 애벌레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소셜픽션을 그리는 시간이 이어졌지요. 2034년, 그러니까 살림의 20년 후의 모습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모여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모두 함께 그리는 살림의 내일은 처음이었어요.

기본적인 생각은 비슷했습니다. 살림종합병원, 카페와 식당, 에너지자립 등등. 특히 살림종합병원을 고층 빌딩으로 지을 것인가, 위압적인 고층빌딩보다는 한옥처럼 낮고 친근한 건물로 지을 것인가는 생각해 보지 못한 고민들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살림여성주의대학교, 그저 아플 때, 쉬고 싶을 때 누군가 나를 돌봐줄 단기돌봄센터, 음식힐링센터, 건강다짐 전국 100호점 설립, 공효진이 이사 오고 싶은 은평, 건강다짐에 운동하러가니 옆에 있는 사람이 김연아, 살림 직원채용 경쟁률 100:1 등. 정말 설레고 신나는 시간이었지요!

이 모든 이야기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기대됩니다. 저녁부턴 대의원들의 즐거운 놀이가 진행되었는데요, 엄청난 응원과 리액션으로 올 해들어 처음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난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뜨는 해를 보고,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을 먹으며 둘째 날 아침을 맞이했어요.

비몽사몽인지라 사실 강연을 잘 들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무영의 강연은 없던 체력도 생기게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바로 전날 살림의 미래를 꿈꿔서일까요. 미나미의료생협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어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어울림과 다양성을 형상화하고, 1인 1창문을 만들도록 병실을 배치하는 등. ‘효율성’보다 ‘사람’이, ‘미나미 의료생협의 정신’이 먼저인 공간들은 살림의 20년 후를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 미래를 향해 움직이도록 ‘살림뽕’를 주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그램들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대의원수련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오롯이 느껴지는 알찬 시간들이었습니다!

‘씨앗의 연대’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제1기 대의원 수련회. 대의원분들 나아가 모든 조합원들이 모두 하나의 씨앗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이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라면, 2034년 나는, 살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가슴 벅찬 설렘과 전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며. 누구 하나 그 어떤 말도 없었음에도 모두 손에 하나씩 버스에서 짐을 내려 강당으로 들고 갔어요. 모든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테이블과 의자정리, 남은 짐을 다시 버스에 실을 때에도. 너와 나의 구분 없는 ‘우리’가 된 모습은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라서 가능한 에너지가 무한히 방출되는 시간들이었죠. 이 엄청난 ‘씨앗’들이 ‘연대’할 살림의 내일을 가슴 벅차게 기대하며, 끝없이 꿈꾸며, 현실로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리라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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