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도시온도가 올라가 중부지방에서도 심기 시작

“어, 저 나무는 뭐지?”
“이팝나무”
“이팝나무?”
“저기 큰 나무들은 양버즘나무고”
“근데, 양버즘나무 사이에 왜 이팝나무야?”
“양버즘나무 수종갱신하고 있나 봐요.”
“왜, 나무를 바꿔요? 양버즘나무가 뭔 문제 있어요?”
“그건, 아니고! 크게 자라고 잎도 시원시원해서 그늘도 크게 만들고 병충해에도 강하고 대기오염에도 강하고 다 좋은데,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나봐. 아마, 나무가 커서 주변 상가 건물 가린다고 민원이 많은가 봐요. 저거 봐, 나뭇가지를 모두 짧게 잘라서 나무 모양이 전부 엉망진창이잖아!”
“근데, 이팝나무가 괜찮은 나무인가 보네요!” 

갈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양버즘나무 가로수 사이에 끼어 자라는 이팝나무를 보았다. 죽은 양버즘나무를 이팝나무로 대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 오래 지나면 이곳 가로수는 양버즘나무에서 이팝나무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도시 여기저기서 이팝나무를 자주 만난다. 10여년 전만 해도 그러지 않았다. 이팝나무는 주로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럼, 서울에서도 이팝나무가 자라는 이유는? 그만큼 서울이 따뜻해졌다는 거겠지!

짐작컨대 본격적으로 이팝나무가 서울에서 모습을 보인 계기는 청계천 복원사업이었을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에 참여했던 담당 공무원 주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청계천변에 가로수길을 조성하여야 하는데 어떤 나무를 심을지 고심하였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심 이팝나무를 생각하고 있었단다. 크게 자라고 모양도 예쁠 뿐만 아니라 5월 경에 피는 꽃도 무척 아름답기에 가로수로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나무이다.

문제는 서울에서도 이팝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팝나무는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나무라 서울지역에서 생육이 가능할 것인가? 오랜 고심 끝에 담당공무원은 이팝나무를 심기로 결정했단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근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도시열섬화 현상’이었다. 도시는 도시외곽보다 평균기온이 높다. 청계천변은 도심 중의 도심지, 그러니 이팝나무가 자랄 수 있다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도시온도가 상승하고 있어서 이팝나무가 생육하기 적당한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논리적 판단이었다. 합리적 근거에 의한 판단은 배반하지 않았다. 청계천변 이팝나무는 큰 문제 없이 자라고 있다. 중부지방에서도 이팝나무가 충분히 생육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자 그 이후로 이팝나무를 여기저기 심기 시작하였다.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도시온도가 상승하고 있어서 이팝나무가 생육하기 적당한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논리적 판단이었다. 합리적 근거에 의한 판단은 배반하지 않았다. 청계천변 이팝나무는 큰 문제 없이 자라고 있다. 중부지방에서도 이팝나무가 충분히 생육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자 그 이후로 이팝나무를 여기저기 심기 시작하였다.

이팝나무는 키가 20~30m나 자라고, 지름도 몇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이다. 5월 중순에 파란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얀 꽃이 가지마다 소복소복 피어나는데 무척 아름답다. 한번 핀 꽃은 20일이 넘도록 은은한 향기를 사방에 내뿜으며 활짝 폈다가는 마치 눈이라도 내리듯 우수수 떨어지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꽃잎 하나하나는 마치 뜸이 잘든 밥알같이 생겼고, 이들이 모여서 이루는 꽃 모양은 멀리서 보면 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흰 사기 밥그릇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인가 이팝나무 이름 유래도 밥과 관련 있다. 이름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5월 중순경에 꽃이 활짝 피는데 흐드러지게 핀 흰꽃이 마치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놓은 것 같은 모양이어서 이밥나무라고 했고, 이것이 이팝나무로 되었다는 설이다. 이밥은 ‘이(李)씨의 밥’이란 의미로 조선왕조 시대에는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생각된다. 다른 하나는 꽃이 피는 시기가 24절기 중 하나인 입하(立夏) 즈음이어서 입하나무라 했다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다.

전라도에서는 ‘밥태기’라 부르고 경기도에서는 아예 '쌀나무‘라고도 부른단다. 그래서였을까? 이팝나무를 보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 꽃이 풍성하게 피면 풍년이요, 얼기설기 피면 흉년이 들 것이라고 믿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이팝나무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국민을 배불리 먹여보자는 마음이 있었던 것일까? 어쨌든 이름의 유래와 비슷한 이유로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경북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의 생가로 이어진 박정희로 2.1km에 25억원을 들여 이팝나무길을 조성했다. 박정희로뿐 아니라 구미시 곳곳에는 1만여 그루의 이팝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팝나무는 일본과 중국 일부에서도 자라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잎을 차 대용으로 쓴다고 해서 다엽수(茶葉樹)라고도 부른다. 차나무처럼 어린잎을 따서 비비고 말리기를 몇 차례 하면 좋은 차가 된다고 한다. 잎을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단다. 이래저래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그럼, 올해는 풍년을 들 것인가? 이팝나무 꽃을 자세히 보지 못해 감히 말씀 못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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