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홀씨야 우리가 지켜줄게-아이들에게 말을 걸다 12

그녕이 생일이란다.
“그녕이가 제 생일이예요” 한다.
“그래 알아 근데?” 하고 묻는 나에게 “아이들이 몰려올 거예요 친구들이 온다고요.” 한다.

자기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올 거란다.
“설마?” “다 와요 다~” 그녕이의 약간 과장된 표정과 행동.

도대체 누가 온다는 거야 했는데 한두 명이 오기 시작하더니 10명~20명 아는 아이들이 다 몰려온 것 같다.

“아니? 이 아이들은 뭐야?”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뭐할 건데?”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누가 신고했는지 순찰차가 온다. 정말 아이들이 모여 있기만 하면 무슨 범죄자 취급한다. 한 떼가 도서관으로 몰려 들어오고…… 나가서 소리쳤다.

“애들아 빨리 들어와~”
쫒기며 들어오는 모습이 옛날 내 모습 같다. 쫒기는 이유가 다르지만 당황하는 표정은 아마 우리도 저랬을 것 같다. 그 시절 우리에겐 비장함이 있었지만.

“여기가 뭐하는 곳입니까?”
“네? 여긴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이요? 언제 생겼죠?”
“네? 벌써 6년이나 되었는데요”
“아! 그렇습니까? 순찰을 돌면서 의식하지 못했네요.”
“도서관을 이용해 보셨습니까?”
“아뇨.”
“아이들과 한번 오세요.”
친절하게 인사하고 보낸 뒤 우찌니와 그녕이를 불렀다
“뭐할 거니?” “생일파티 할 거예요.”
 


아이들이 2000원씩 모아 생일파티를 한댄다. 아이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나에게 대하는 태도와 180도 다르다. 몇 번 아이들을 불러들이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40명 아이들이 생일파티를 하고 헤어질 거라고 한다.

아이들을 몰고 온 것을 보니 그녕인 자기 영향력을 나에게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아이들은 인근 초등학교로 몰려가더니 아주 시끄러운 생일파티를 하고 헤어졌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몰려온 40명 아이들을 보면서 거칠긴 하지만 부모와 학교와 그리고 세상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자기 소리를 내고 있는 아이들보다 불만은 있으면서도 저항하지 못한 채 컴퓨터 중독 등에 빠지는 아이들이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눈에 초점이 없는 아이들. 2000원을 내며 몰려오는 저 아이들이 더 걱정해야 할 아이들인 것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아이들은 사납기는 하지만 자기 욕구에 충실하며 세상과 맞장을 뜨려 하고 뜰 수 있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한 채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끌려 다니는 아이들 이 아이들 역시 자기 자리로 잘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게 시간을 보내며 주변을 맴도는 아이들의 수가 너무 많은 거다. 시간이 지나면 철들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20살이 되어도 철들지 않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미경(마을n도서관)
마을n도서관은 갈현동 역촌중앙시장내에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징검다리 거점공간 ‘작공’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학교 밖 10대 청소년들의 배움을 지원한다.
문의 070-7657-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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