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동 부영세탁소 김강식씨 … 은혜를 보답할 뿐 ‘겸손’

남다른 사연으로 10년 가까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이불세탁을 도맡아 하는 ‘사랑의 세탁소’가 대조동에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조동 역촌역 부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강식씨(60세).
 
▲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독거노인을 위해 이불빨래 봉사를 하고 있는 김강식씩 부부  ©은평시민신문
 
그는 지난 98년부터 대조동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쌀과 라면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이불을 세탁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품 전달은 98년부터 이불빨래는 벌써 햇수로 5년째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세탁한 이불만도 80여채 김강식씨가 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이불을 가져오고 세탁한 이불을 직접 전달해준다. 
 
이불을 세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씨는 “97년에 생활보호대상자가 대조동에 33명이었다. 이분들에게 쌀 10kg와 라면을 드렸다. 그런데 이분들께 물품을 전달하려고 집에 가봤더니 이불이 너무나 더럽고 지저분했다. 혼자 사는 분들이 많아 쇠약하고 거동이 불편해 어쩌다 실수로 소변을 봐도 이불을 세탁할 수 있는 힘이 없어 그대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물품을 지원하는 것도 커다란 도움이지만 이불빨래를 해드리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빨래 봉사를 하면서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김강식씨는 “처음에는 이불빨래를 해준다고 하니 노인들이 이불을 훔쳐갈까봐 내주지 않는 분들이 있었다. 할 수 없이 동사무소에 연락해서 안내 전화를 하고 안내 팜플렛도 집집마다 붙여놨다.”고 설명하며 “깨끗하게 세탁한 이불을 갖다드리면 마음이 흐뭇하고 기분이 너무 좋다.”며 시원스레 웃는다. 
 
▲ 김강식씨가 직접 제작한 안내팜플릿.   ©은평시민신문
 
사실 일반인이 물품 전달이 아닌 생활에 꼭 필요한 이불 빨래 봉사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에게는 이러한 봉사를 하게된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지난 97년 대출을 받아 마련한 살림집겸 세탁소에 화재가 나 2층 건물이 모두 타버린 것. 고향에서 올라와 고생해서 장만해서 마련한 집이 하루아침에 재가되어 버리자 김강씩씨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세탁소에 있었던 300여벌의 옷들이 타버려 물어줄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당시 돈으로 6천만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였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와 그의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몸은 다치지 않았냐며 이불이나 쌀은 있냐며 따뜻하게 물어봐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옷값은 커녕 화재 후 공사를 하는 기간 동안 음료수가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 김강식씨는 “동네 어른들이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며 옷 탄 것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며 위로해주셨다. 실망하지 말고 이사가지 말라는 말에 눈물이 났다.  서울에서 살면서 사기도 당하고 힘든 일도 많이 당했지만 그렇게 눈물겹도록 따뜻한 적은 없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강식씨는 당시 절대 이사가지 말고 받은 고마움의 10분의 1이라도 보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화재가 난 97년 이듬해부터 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쌀과 라면을 갖다 주고 몇 년 후 이불 세탁 봉사를 계속했다. 물론 생활고는 심했다. 하루에 고작 7천원을 버는 날도 수두룩했다. 김씨는 “솔직히 도망가고 싶은 적도 있었다. 빚은 많지 아이들 학교는 보내야 하지 벌이는 안되지 건물을 갖고도 전세를 주고 돈이 없어 셋방살이만 7년을 넘게 했다”며 어려웠던 세월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당시 어려웠던 자신을 도와준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며 묵묵히 봉사 활동을 계속했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동네 궂은 일도 맡아 하고 있다. 은평구 자율방범대도 10년째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 대조동 주민자치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조그마한 활동들이 주위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봉사 활동을 시작한 이후 저녁에 술 한잔 잘 먹지 않는다. 술 한잔 값이면 쌀과 라면이 얼마인데라는 생각이 먼저든다.”며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  각종 봉사활동을 통해 받은 표창장들이 가게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은평시민신문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