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교통정리 봉사일 해온 송대길씨

아침 출근시간 연신내 방향에서 월드컵 경기장으로 차를 타고 가 본 사람들은 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새절역 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송대길씨.

수능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교통정리를 마무리중이던 송씨를 만나 그간의 얘기들을 들어 보았다.

1937년생 우리나이로 올해 68세인 송씨는 신사동에서만 30여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1965년 면허를 따고 1969년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택시 운전을 시작해 약 8년여 택시운전을 하면서 '달리는 휴게실''구르는 안방택시'등으로 라디오방송에도 출연하고 이런 인연으로 신문지상에 등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택시 운전외에도 자가용기사 학원 버스 운행 등을 하다보니 운전이 천직이 되어버렸다.

운전을 천직으로 생각하기는 했으나 교통정리 봉사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동네 청소만 하면서 나름대로 봉사를 해 오던 중 94년 삼운회 교통봉사대에 입단하면서 교통정리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게 벌써 10여년이 되었다.

송씨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새절역 사거리에 6시쯤 나가면 우선 교차로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다. 보통 종이컵으로 두컵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교차로이다 보니 특별히 청소할 사람도 마땅치 않아 꽁초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통정리를 시작하면 9시30분까지 교통정리 활동을 한다. 인근에 신사초등학교가 있어 아이들의 등교시간이 넘어서까지 하는 것이라고 한다.

오전 교통정리가 끝나면 집으로 가 아침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봉사활동에 나선다. 이제는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이다. 은평지역의 신사오거리구파발연신내불광녹번등 뿐만이 아니라 성산로수색 등 인근 교통이 막히는 지역은 어디나 송씨의 활동지가 된다. 이렇게 이지역 저지역에서 하다보면 가끔 지나는 운전자들이 오전에 새절역에서 봤는데 여기서 또 본다며 아는 체를 하기도 한단다.

주말이 되면 송씨의 활동영역은 서울을 벗어난다. 지역주민들이나 공무원들이 단체로 등산이나 낚시를 갈때 송씨의 차를 종종 애용한다고 한다. 기왕 차를 불러야 한다면 송씨의 차를 이용하며 기름값도 보태주고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낚시를 시작하면 송씨는 한두시간 같이 낚시를 하고는 낚시터 주변의 청소에 들어간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겐 쓰레기를 가지고 가라고 하고 병이나 캔등 재활용품은 가져와서 동네 재활용 수집하는 노인들에게 주기도 한단다. 또 등산모임을 따라 나서게 되면 올라가는 곳과 내려오는 곳이 다르다 보니 사람들을 내려주고 대개 내려오는 반대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남아 남는 시간에 또 교통정리를 시작한다.
지방을 많이 다니다보니 길도 많이 알게되고 복장이며 차위의 경광등 때문에 길을 물어오는 질문을 받는 일도 많아 아예 지방에 갈때도 차 막히는 곳이 있으면 차를 한곳에 세워두고 교통정리를 시작한다고 한다.

막히는 곳에서 교통을 뚫어주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또 기름 안나는 나라에서 차가 막혀 서 있으면 아무래도 에너지 낭비가 될 텐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잘 모르는 지역을 가게 되도 교통이나 지형등을 자세히 보는 버릇이 들었다고 한다.

한번은 당진에서 대형교통사고가 난 현장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다. 경찰차 앰블런스가 도착하기 전에 현장에 있게 돼 사고수습 등을 도운적이 있었는데 1년여가 지난뒤 담당 경찰이 당시 상황을 다시 물어와 사고상황들을 설명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도 했단다.

송씨의 이런 봉사활동이 널리 알려져 그간 구청장상서부경찰서장상서울시민대상등을 받고 삼운회 단체 이름으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집안 사정을 물어보니 부인과 딸 세 식구가 사는데 형편이 넉넉치 않아 부인도 병원산부인과 사우나 등에서 일을 해 생계를 꾸린다고 한다.

연세도 있으시고 매일 나오는 게 힘드시진 않냐고 물으니 "감기약을 달고 살아요"한다. 감기는 이미 만성이 되서 항상 약을 갖고 다닌다며 운전석에 있던 약봉지를 들어보인다. 하루종일 매연을 맡으니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을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건강은 자신이 있다고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10여년은 더 하고 싶단다.
"끝을 봐야지요 할 수 있을때까지 할 겁니다"

다만 운전하는 사람들이 법을 준수했으면 한다.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했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이 많아 아쉽다고 한다. 그리고 담배 꽁초도 너무 많이 버린다. 운전자 뿐만이 아니라 택시를 타면서 담배를 버리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런 상황을 지적하면 '아저씨가 직접 버리면 되잖아요'라는 어이없는 답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경찰서에서 나눠준 교통위반카드도 작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적발이나 신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잘못을 깨닫고 바른 운전을 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잘못을 지적하기만 한다고 한다. 안 걸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대충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반성해 볼만한 대목이다.

오늘도 새절역 사거리엔 송씨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송씨의 바람대로 매일 아침 그의 호루라기 소리를 들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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