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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무척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대지-식지-중지-약지-소지’ 들이 있었습니다. 다섯 손가락을 가리키는 이름이라 했으나 ‘엄지’와 ‘검지’ 두 가지는 겨우 생각해 내었어도 다른 세 손가락 이름은 도무지 떠올리지 못했고 몇 번 되풀이 들어도 곧 잊어버렸습니다.
 
 ┌ 중지(中指) = 가운뎃손가락
 └ 가운뎃손가락 : 다섯 손가락 가운데 셋째 손가락

 
 그때나 이제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요즘도 손가락을 가리킬 때 ‘엄지-검지’는 말해도 ‘대지-식지-중지’ 같은 말은 말하지 못하겠어요. 들어도 늘 헷갈리거나 모르겠고요. 그저 ‘가운데손가락-넷째손가락-새끼손가락’ 하고 말합니다. 둘째손가락은 ‘집게손가락’이라는 말을 좀더 즐겨써요.
 
 ┌ 첫째 / 둘째 / 셋째 / 넷째 / 다섯째 + 손가락
 └ 엄지 / 집게 / 가운데 / 약 / 새끼 + 손가락

 
 손가락에 차례를 매겨서 ‘첫째’부터 ‘다섯째’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못 알아듣거나 헷갈릴 사람은 없어요. 또한 네 손가락한테는 고유한 이름이 있으니 이 이름을 쓰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왜 한 손가락한테만 고유한 이름이 없을까요. 동무들하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이름을 부르며 놀 때에 늘 넷째손가락한테는 ‘어 넷째한테만 이름이 없네. 왜 이름이 없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나중에 넷째손가락은 한자로 ‘무명지(無名指)’라는 이름도 있음을 들었습니다. 우리 말로 풀자면 ‘이름없는손가락’인 셈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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