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치웅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기획실 기획1팀장

옛국립보건원 부지 활용 논란. 서울혁신파크 VS 마이스 관광단지

<편집자주> 지금 은평구에서는 옛국립보건원 부지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5월 초 서울시에서 옛국립보건원 부지에 조성할 서울혁신파크에 대해 은평구 공직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두 번의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설명회가 열리기도 전에 ‘제2의 강남 코엑스’를 만들자는 현수막이 은평 곳곳에 붙었다. 설명회장에서는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서울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민대책위’라는 조직도 구성했다.

옛국립보건원 부지 활용 논란이 덩치를 키우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차분히 들어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설명이 시작되자마자 몸싸움부터 벌어졌기 때문이다. 서울혁신파크를 찬성하는 정치세력은 누구이며 왜 찬성하는가? 또 반대하는 세력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일관되게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혁신’이라는 새로운 의제의 등장 속에서 많은 것들이 혼란 속에 있다.

또 정치세력들이 정치 논리를 앞세워 편 가르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정치적 액션과 표현에 가려진 것들을 볼 필요도 있다. 때로 정치적 갈등은 한 편의 쇼가 돼 무대 밖의 현실을 가린다. 그런데 실상 정치가 정치논리를 앞세워 삶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 다른 논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 서울시의 서울혁신파크 조감도

옛국립보건원 부지라는 공간을 들여다보자. 거기에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허브가 이미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옛국립보건원 부지를 둘러싼 논란 속에 그들의 이야기는 없다. 정치인들이 그들을 무대로 초청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옛국립보건원 부지에 터를 잡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 문치웅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기획실 기획제1팀장이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혁신파크는 무엇을 혁신하는가?

“산업화되고 도시화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경제가 발전했어요. 한 편에서는 놓치고 간 것이 있죠. 공동체성. 이웃이 있어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고 국가를 만든 것인데 이런 개념들이 없어지고 개별화되면서 나타나는 문제가 자살 묻지 마 범죄 등이죠. 이런 문제들을 개인들이 해결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요. 공동체가 해결하자는 것.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자는 것. 그것을 지원하는 센터를 서울시에서 위탁해서 26명의 직원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입니다.”

서울시민이 혁신파크를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치로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 현재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하는 일은 서울시 각 부서들의 관련 업무에 대한 제안서를 주민들로부터 받는 일이죠. 여성정책과의 부모 커뮤니티라든지 청소년을 위한 북카페를 지원하는 사업 등 관련 사업이 센터에 접수되면 조사원들이 나가서 맞는지 살펴보고 결과 보고서를 서울시에 올리는 겁니다.”

현재 행정 조직의 골간에서부서 시작해 다른 행정 다른 서울시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사업들이 부서별로 떨어져 있지만 센터가 각 사업들이 연결되도록 모든 공모사업들의 창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죠.” 

‘혁신’을 키워드로 다른 행정 다른 서울시를 만드는 사람들

▲ 문치웅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기획실 기획1팀장     © 임세환 기자

그런데 정치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숫자를 내세우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쉽기도 하다. 어떤 경제적 이득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공간에 상주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대안적 모델을 만들려고 기관을 방문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등이 교류하면서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젠다도 만들어지겠죠. 창조의 허브 역할을 할 거에요. 스페인의 빌바오라는 도시 공장지대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생기면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동네 발전이죠.”

혁신파크가 서울시민 모두에게 좋은 일인가? “진입장벽을 둬서 진입을 못하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행정의 문제죠. 오픈돼 있고 합리적이고 누구든지 정치적 성향과 계급에 상관없이 진입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서울혁신파크의 관건입니다. 협동조합의 경우 5명만 모이면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죠. 서울혁신파크가 혁신의 메카가 돼서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 담론을 생산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찾고 싶은 공간이길. 그 에너지가 지역사회로 펼쳐질 것입니다. 문제는 주민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무대에 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죠. 센터는 그런 일을 하는 것입니다.”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옛국립보건원 부지에 입주한 것은 지난 해 8월이다. 그때부터 시작해 이미 입주를 마친 서울의 혁신기관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왜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고민을 할 것입니다. 한국사회가 발전 가능하도록 동력을 만들어내는 연구와 실험들을 하고 입주한 기관들과 은평구민이 어떤 식으로 자원을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입니다. 건강한 논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금 현재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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