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현실적 대안을 구체적으로 찾아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골로 귀농해 자급자족하는 삶을 시작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2012년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오랜만에 명품 다큐를 보았습니다. MBC에서 방영한 "북극의 눈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상영한 "지구"보다 울림이 훨씬 강한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딱히 그 작품 때문은 아니었지만 늦은 새벽에 몸을 뒤척거리다 눈을 떴을 때 또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무감각"이 어떤 이유로 활성화된 찰나에 생긴 일시적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찰나가 아니라 매일매일 우리 모두는 두려움에 벌벌 떨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 것 아닐까요?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지구환경문제는 어떻고 사회의 모습은 또 어떻습니까? 게다가 경제적 상황까지 고통스럽습니다. 이 정도면 지속가능하지 못한 삶에 대한 두려움에 어쩔 줄 몰라야 할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를 보면 너무나 태연합니다. 새벽녘에 잠시 엄습했던 두려움은 예외적인 현상인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두렵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뉴스를 보았습니다.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는데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기부금은 평년보다 훨씬 늘어났다고 합니다. 대부분 서민들이 낸 십시일반 작은 성금이라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엄청난 경제적 한파가 잠시나마 무감각했던 우리의 두려움을 자극했고 인간의 역사 이래로 그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측은지심 이타심이라는 본능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발현되었기 때문일까요? 정말 그런 것 이라면 아직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시골을 지나다 감나무를 보았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여행하다보면 마을 집집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감나무들이 가을이 되자 대롱대롱 탐스러운 감을 매달고 있습니다. 근데 이상합니다. 예전과 다르게 감나무마다 감이 대롱대롱 많이도 달려 있습니다. 숫제 수확을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 감나무가 여기저기 많이 보입니다. 어인 일일까요? 감을 따더라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아서 일까요? 가끔 그런 뉴스 있잖습니까. 인건비도 건질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부님의 슬픔과 분노. 설마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감나무 열매를 전부 따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반드시 들짐승과 날짐승의 겨울먹이로 남겨 두었습니다. 그것을 "까치밥"이라고 불렀습니다. "겨울이 되면 숲 속의 동물들이 먹을 게 아주 부족해져. 그래서 그 짐승들 먹으라고 놔두는 거여!"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떤 외부 요인이 아주 강하게 희미해져가던 측은지심을 아주 강하게 자극한 모양입니다. 그 감수성이 농부님들 사이에서 서로 감응해 너도나도 "까치밥"을 풍성하게 남긴 모양입니다.

 하여 뜬금없이 우리를 옥죄는 두려움 인간의 삶이 지속 가능할까란 두려움에 벌벌 떨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우리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 희망은 농부님들의 본능과 같은 우리 모두의 본능을 강렬하게 발현하는 것일 겁니다. 생태학적 감수성과 이타심은 인간의 본능이었습니다. 삭막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의해 가려져 우리가 잠시 망각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감나무를 보면서 가졌던 뜬금없는 생각의 편린이었습니다.

▲     © 출처 네이버까페
 다음은 감나무에 관련된 정보입니다. 가볍게 읽어보시길...
 감은 여느 과일이나 채소 중에서도 월등히 많은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어 감기를 예방하고 저항력을 길러줍니다. 우리는 천연 비타민C하면 레몬이나 귤에 많은 것으로 연상하는데 감잎에는 레몬의 17배 귤의 37배 사과보다 무려 300배나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또한 비타민C 이외에도 비타민E 카로틴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또한 감에 들어 있는 비타민C는 콜라겐이라는 섬유단백질을 합성하여 혈관을 튼튼하게 해줌으로 고혈압이나 혈관 계통의 질병과 순환기 계통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효과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아기가 설사를 계속하고 낫지 않으면 곶감을 달여서 몇 번 먹이면 낫는다고 합니다.
 
감에 들어 있는 타닌은 섬유질을 단단하고 강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방부제나 옷의 염색제로 또는 어망이나 밧줄 양잠망의 염색에도 씁니다. 그러고 보면 버릴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감나무는 심재가 굳고 탄력이 있으며 빛이 검어 흑시 또는 오시목이라고 부르며 양반 집안의 귀한 가구재로 쓰였고 활을 만드는 촉목으로도 높이 쳤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는 열대 목재 가운데에 보니 또는 흑단이라고 하는 고급 가구재 역시 감나무와 형제 같은 나무입니다.

 감나무는 잎이 종이가 된다 하여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쓸 수 있으니 무(武)가 있으며 감의 겉과 속이 모두 똑같이 붉어 표리부동하지 않아 충(忠)이 있고 노인이 치아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이므로 효(孝)가 있고 늦가을까지 남아 달려 있으므로 절(節)이 있다 하여 감나무의 오상이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감나무 목재의 검은 색 잎의 푸른 색 꽃의 노란 색 열매의 붉은 색 곶감에 생기는 흰 가루의 흰 색을 일러 오색이라 불렀습니다.

 이러한 감나무는 세계적으로 200종 가까이 됩니다. 대부분은 열대 지방이나 아열대 지방에서 나는 것이고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감나무와 고욤나무 두 종이 자랍니다. 대부분 문헌에서 감나무 원산지가 한국 일본 중국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아직 숲 깊숙한 곳에 야생하는 감나무는 구경하지 못하였습니다. 감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랍니다.

일산 신도시를 건설하기 전에 토탄층의 나무화석을 조사해 보았는데 거기에 감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3 4천 년 전부터 우리 땅에서 자랐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쓰자면 끝이 없을 듯 합니다. 그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무가 바로 감나무입니다.
 
마지막으로 감나무의 일곱 가지 덕(칠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수명이 길고 녹음이 좋으며 날짐승들이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없습니다. 또한 단풍진 잎이 아름답고 과일이 좋으며 낙엽은 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붙입니다. 감나무는 우리 조상이 가졌던 심오한 자연관 이타심을 깨닫게 해주는 그래서 인간에게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참고문헌-

1. 허북구 박석근 이일병(2004) 재미있는 우리나무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중앙생활사. 343쪽.
2. 전문희(2003)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 화남. 301쪽.
3. 정영호(2005) 아름다운 식물 이야기 우리글. 254쪽.
4. 박재동(2008) 인생만화 열림원. 344쪽.
5. 이유미(1994)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현암사. 647쪽.
6. 박상진(2001) 궁궐의 우리나무 눌와. 433쪽.
7. 윤주복(2008) 나무 해설 도감 진선books. 350쪽.
8. 도토리(2001) 나무도감 보리. 318쪽.
9. 임경빈(1991) 나무백과(1) 일지사.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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