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김경숙 VS 역촌동 김경숙

신사동엔 길고양이 김경숙이 살고 역촌동엔 사람 김경숙이 산다. 두 김경숙은 만나본 일은 없는 사이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지구의 생명체임은 틀림없다. 길고양이와 사람을 나란히 놓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인터뷰의 시작은 순전히 신사동 ‘랄랄라’에서 길고양이 이름을 ‘김경숙’이라 붙이면서 시작되었음을 미리 밝힌다. - 기자 말

▲    역촌동 김경숙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뒤에서 딸그락 소리가 들린다. 흘깃 보니 역촌동 김경숙 언니다. 신사동 고양이 ‘김경숙’ 인터뷰 내용을 보고 역촌동 사람 ‘김경숙’을 어떻게 인터뷰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제 발로 걸어 들어오셨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얼른 커피한 잔을 내어놓고 녹음기를 켜고 그녀를 앉혔다. 한 살 어린 나에게도 늘 존댓말을 쓰는 김경숙 언니이지만 편의상 지면에서는 반말로 줄여 싣는다.

본인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양이랑 같던데 기분 나쁘지 않나?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같은 이름이 많았는데 심지어 신사동 야옹이까지 이름이 같으니 게다가 콕 짚어 성까지 같은 김경숙이라니 이런 경악할 일이 어디 있나?

낮보다는 주로 밤에 눈이 반짝이고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이유는 뭔가?
해만 넘어가면 없던 힘도 생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나를 보고 남편은 생활습관이 잘못되었다고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난 낮에는 힘이 없다. 그래도 애들 학교 보낼 때는 잘 일어난다.

요즘 살기 어떤가?
역촌동은 마음에 드는데 솔직히 먹고 살기 힘들다. 물가는 너무 올랐는데 수입은 빤하지 않은가?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다 키운 거 같다가도 아직도 챙겨주고 관심 가져줘야 할 게 많으니 힘들다. 특히 큰 애는 자폐아여서 의사표현이 어렵다. 말로 표현하지 않고 행동부터 한다. 어젯밤에는 ‘어머 깜짝이야!’ 라고 큰애가 말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참 기뻤다. 작은애는 그냥 평범하고 건강한 아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힘든 일도 많을텐데
장애있는 아이를 둔 부모는 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를 같이 키워서 그런지 특별히 장애아이를 둔 부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진 않는다. 장애가 있어서 받는 차별도 있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살면서 억울한 일 차별받는 일 많이 겪지 않는가?

동네에서 손재주가 많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비결은 뭔가?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6남매 중에 가운데라서 특별한 관심을 못 받아서 인지 유독 내성적인 아이였다. 혼자 그림도 그리고 손으로 뭔가를 끊임없이 하면서 배우는 성취감 만드는 성취감을 맛보았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호기심도 더 생기고. 외로우면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데 내가 그런 경우였다.

밤이면 은평시민신문에 와서 신문도 정리하고 불쌍한 기자들 먹으라고 떡볶이며 순대를 사오기도 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그냥 습관이다. 신문사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으면 출출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지 뭐 특별한 건 없다.

은평시민신문을 사랑해서라는 답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깍듯한 존댓말을 계속 쓰는 이유가 뭔가? 적응하는데 일 년 걸렸다. 
어렸을 때 엄마는 아들만 귀하게 여기고 딸들에겐 말도 험하게 했다. 엄마도 힘들게 컸으면서 아들사랑이 특별했다. 하지만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겠나? 그런 스트레스를 우리 딸들에게 상처 주는 말로 풀었다. 말로 상처준거는 회복이 잘 안되더라. 그래서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한테 편하게 말하면 좋은데 편하게 한다는 것이 어느 순간에는 함부로 하기 쉬우니 스스로 경계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김경숙에게 은평시민시문이란?
사랑방? 동네에 이렇게 편하게 마실 오듯 들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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