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니 ‘마을기업’이니 ‘사회적 기업’이니 하는 말들을 익숙하게 들어보았을 것이다. 마을에서 사람들이 모여 의미 있는 사업 아이템을 실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이 사업들은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사회적기업’ 창업 준비를 통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여러 기관에서 주최하는 ‘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 과정을 수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업아이템이 생기면 매년 열리는 ‘소셜벤처경연대회’에 참가해서 사업아이템의 수준이 어떤 정도인지 한번 확인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좀 더 확실한 사업아이템이 있다면 매년 전국적으로 모집되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지원하여 1년간의 인큐베이션을 받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시작이 문제이다. ‘사회적기업이 무언가 좋은 일을 하는 곳 같기는 한데 사업의 전문가가 아닌 내가 혼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이 된다. 일단 부담되지 않게 공부를 좀 해보았으면 좋겠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고 그 안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을 같이 짜내어 계획서라도 써보았으면 좋겠는데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서울 은평구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하다. 혼자만의 생각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도전해볼 용기를 갖고 함께할 동료들을 찾아나가는 작업. 이름하야 “소셜밥터디!”

소셜밥터디는 ‘배워서 남주자’는 목표로 자기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여 무언가 일을 벌여볼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런 사람들의 모임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얘기하다보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알게 되고 우리 동네에 뭔가 재미있는 변화를 일으켜보고 싶은 아이디어와 동료를 얻게 된다. 모름지기 우리 동네의 변화는 웃고 떠들며 얘기하는 와중에 시작되는 법이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우리 모두의 꿈으로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은평사회적경제특화사업단(대표단체 씨즈)’은 작년부터 소셜밥터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은평 지역에서 무언가 변화를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밥값을 지원했다. 배가 고프고 사람이 고프고 변화가 고픈 사람들 3명 이상이 모여 학습주제를 스스로 정하여 신청하면 그 중에서 모임의 목적 및 목표가 뚜렷한 팀들에게 스터디 비용을 지원한 것이다.

선정된 팀들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앞으로 어떤 주제로 어떻게 진행할 지 다른 스터디팀들과 공유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배운 것을 알리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지 공개적으로 ‘열린 교실’을 한 번 연다. 그리고 스터디가 다 끝났을 때쯤에는 모든 스터디팀이 다시 모여서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발표회를 갖는다. 밥이 되는 스터디를 열심히 하며 고소하게 뜸을 들여놨으니 밥 짓는 시간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더 배운다. 그렇게 지어진 맛있는 밥을 이제 남 주겠다는 우수한 팀에게는 계속적인 스터디를 위한 밥값을 또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     © 은평시민신문

지난 5월까지 총 5개팀(1기)이 소셜밥터디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고 현재는 4개팀(2기)이 지원을 받아 밥터디를 진행 중이다. 단순한 스터디모임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의 의욕은 대단했다.

1기팀 중 ‘가정경제닥터’는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경제교육을 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으로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인정받아 지역의 평생학습관과 초등학교에서도 강의를 한다. 지금은 재무상담사를 파견하는 사업으로까지 발전했다. 동네에 햇빛발전소를 만들고 싶었던 에너지자립 스터디모임은 지난 3월에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으로 재탄생했다. 은평을 에너지자립마을로 만들길 꿈꾸고 있다.
 
주민 모두 다의 운동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 운동모임 ‘건강실천단’은 마을주민 모두가 주인인 마을헬스장을 정말 만들었다. 지난 7월 6일 모두 ‘다’의 ‘운동공간(GYM)’ 이라는 의미의 ‘다짐’을 개관했다. 동물병원의 비싼 의료비 믿을만한 정보 부족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애환을 나누려고 모였던 스터디 모임은 현재 ‘은평 반려동물의료병원협동조합’을 준비 중에 있다.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 내에서 세입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상담하거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부서인 ‘은평주거복지센터’의 스터디 모임은 은평주거복지센터 자체를 비영리민간단체로 독립시켰다.

2기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방과후공부방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디자인에듀’ 동네 주부들에게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엄마의 놀이터’ 청년들과 모여 미술심리치료를 하는 ‘바냐’ 풍물이나 탈춤 같은 전통연희를 이웃들에게 가르치는 ‘극단 현장’ 등 2기 소셜밥터디팀도 기대가 된다.

은평사회적경제특화사업단은 소셜밥터디 졸업팀들 중 사회적기업으로 사업성이 큰 팀들에게는 초기사업자금을 따로 지원하고 컨설팅 및 자원연계도 하여 빠른 시간 내에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1기의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과 살림의료생협 운동공간 ‘다짐’ 등이 그런 사례다. 사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전문 역량을 갖추기 위한 전문가 교육 홍보물 제작 등 다양한 방면으로 돕고 있다.

'밥터디'에서 밥길을 터주는 어엿한 기업으로
 
은평 주민들에게 마을발전의 마중물이 되어주는 소셜밥터디 프로그램. 금년 후반기에도 3기를 뽑을 예정인데 더 기쁜 소식은 앞으로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서울권 전역을 대상으로 이런 스터디 지원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소셜밥터디를 은평이 아닌 곳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은평이 서울을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된 셈이다.

참고로 3기는 금년 7-8월 중으로 모집 예정 중이다.

지원조건은 은평을 기반으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창업해보고 싶은 이 3명 이상이 모이면 된다.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우리 모임의 학습 계획을 적어서 신청하면 검토 후 선정하여 지원해준다. 학습 기간은 6개월 한 동아리당 지원하는 학습비용은 800000만원이다. 도서구입비 다과비 강사초청비 현장탐방비 교구개발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도록 지원해준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