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과 결별하기 평화콘서트 “한 여름 밤의 꿈”을 준비하며

그들은 분단을 먹고 산다. NLL(북방 한계선)이란 단어를 보면 그렇다. “지난정부가 NLL을 포기했다. NLL은 최후의 보루” 따위의 구호를 일제히 복창하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분단은 “돈 보따리”이다. 한번 씩 큰소리로 NLL을 외칠 때 마다 온 나라 언론이 증폭시키고 그만큼의 이익이 그 보따리에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 민중(民衆)들은 당연히 내용을 자세히 알거나 따로 학습할 필요도 없이 그저 한마디만 기억하면 되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분단을 먹고 산다 민주주의의 반댓말은 뭔가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산주의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民主의 반대개념은 君主 혹은 독재라는 사실을 감추어온 지난날 분단시대의 역사는 그 당연한 공식을 말하는 자 거의 모두를 잡아 가두었다. 침묵의 시대. 누구하나 반대의 돌 던지지 않는 잔잔한 호수에서 그들은 맘껏 착취의 생수를 마셔댔다. 오직 한마디만 외치면 그만 이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분단을 먹고 산다. 종북 이란 불편한 단어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하다못해 “너 종북이지?” 대놓고 삿대질하는 노인네들의 살기어린 눈빛을 보면 우습게도 거기에 당신들의 오늘 점심메뉴가 뭐였는지 누구 돈으로 먹었는지가 보인다. 종북몰이를 통해 떡고물이라도 건지겠다는 심보는 동족을 팔아 치부를 일삼던 친일파의 행적과 너무도 닮았지만 그들에게 이승만과 다까키 마사오(高木正雄) 아니 오카모토 미노루(岡本 實)그리고 종북몰이의 기회를 준 미국은 여전히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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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모든 것이 원만하고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다는 이순(耳順)의 세월을 우리는 분단체제로 살았다. 하나같이 대립이고 하나같이 원만하지 않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라는 구호가 가진 문화적 폭력성은 한 인간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권력에 대항하는 그 어떤 집단의 요구도 묵살하고 짓밟았다. 정전체제 60년은 “똥도 미제가 좋다”는 시골 어르신들의 농담처럼 대륙의 관문이 아니라 대양의 꼬리쯤에서 대양의 몸통에 휘둘리며 살아온 세월에 지나지 않는다.
 
분단을 이고 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머리위에 있는 분단이란 바위는 밧줄이 되어 목을 조이기도 했고 총탄이 되어 심장을 뚫기도 했으며 때론 사상(思想)이 되었으나 감옥으로 가는 열쇠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단을 이고 온 사람들은 그 억압의 실체를 모른 채 분단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돈 보따리”를 부풀려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정전협정과 결별하기” 공연을 진행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분단을 이고 온 사람들이다. 통일된 나라의 문지기로 살겠다던 백범을 노래하는 소리꾼 임진택. 분단이 만들어낸 디아스포라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의 후견인 이한철. 그리고 오월 광주의 아들 김원중. 분단을 사상의 언어로 만드는 시인 정희성. 한겨레 평화의 나무 합창단과 대인교육의 새싹들 페스테자가 출연 한다.
 
친미 반공으로 상징되는 정전체제는 60년으로 충분하다. 분단을 이고 온 세월도 60년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평화를 안고 간다. 설령 그 길이 더 험난할지라도 웃으며 가는 길. 그 길에 함께 걷는 발자국이 차고 넘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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