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마을기업 인큐베이터 정순애씨에게 마을 기업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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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아동 성범죄 자살 빈곤 청소년문제 독거노인 사교육비 주거불안 실업 양극화... 늘어나는 CCTV가 해결책은 아니다. 경제적 평등? 복지? 의식의 전환? 이 병든 사회를 치료할 해답을 제시하는 여러 목소리 가운데 ‘마을공동체’에서 그 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위험사회’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마을’이란 대체 무엇인가? 
 
2012년부터 본격화된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올해 들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마을공동체란 단순한 생활환경으로서의 공간만을 뜻하지 않는다. 교육 복지 문화 경제 등 지역 내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네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고민하고 대안을 내오는 활동 과정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망까지를 아우르는 포괄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이다. 건강한 마을살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기획 공고 심사하여 선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 움직임의 한 축에 ‘마을기업’이 있다. 이에 은평구 마을기업 인큐베이터 정순애씨를 만나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대체 마을 기업이 뭔가?
 
말 그대로다. 마을 속의 기업! 즉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인데 이게 일반 기업과는 다르면서도 같다. 일반 기업이 이윤이 목적이라면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조직은 정부나 사회가 외면한 지역 내의 문제 해결이 목적이라는 거다. 근데 지속적인 사업진행을 위한 기본적 이윤은 반드시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선 또 일반 기업적 마인드가 필요하기도 한 거고.
 
요약하면 ‘의미’ 있으면서 ‘돈’ 되는 일 정도로 보면 되나?
 
그렇다. 마을 기업 선정에서 중점을 둔 평가 기준이 그거다. 필연성 공공성 자립성!즉 마을의 어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일인가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 사업체로서 어떻게 수익구조를 갖춰 나갈 것인가 하는 이 측면들을 다 만족시키는 게 참 힘든 거다.
 
신청 방법은?
 
서울시 사회적경제 홈페이지(se.seoul.go.kr) 들어가서 거기 적힌 안내문을 꼼꼼히 봐야한다. 필수교육이 뭔지 팀워크숍이 뭔지 읽어보고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고... 일단 하고자 하는 (혹은 진행 중인) 사업의 목적과 필요성 등을 정리해서 거기에 스토리 등록을 하는 게 첫걸음이다.
 
마을기업으로 선정이 되고나면 어떤 지원이 있나?
 
그게 서울시냐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냐에 따라 좀 다르다. 서울시 마을기업은 인건비나 운영비 같은 직접적인 사업비 지원은 안 한다. 최대 1억 원까지 임대보증금 지원. 그것도 5년 이내 상환 조건이 붙고. 행안부 마을기업은 직접적인 사업비 지원이 된다 5천만 원까지. 이건 상환 조건 안 붙고.
 
관의 돈 먹자고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겠다?
 
있긴 있다.(웃음) 근데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선정과정에서 걸러진다. 누가 봐도 실현성 없는 사업이나 목적성만 앞세워서 12년 뒤에 그냥 주저앉을 사업들은 팀워크숍 과정에서 멘토들이 지적하는 약점들을 보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잠깐 인큐베이터와 멘토라...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 건가? 말도 어렵고 뜻도 어렵다.
 
그 표현들 진짜 맘에 안 들어서 우리말로 바꾸자고 건의도 했는데 마땅한 대체어를 아직 못 찾았다. 멘토는 마을의 필요와 욕구 반영을 체크하는 마을멘토와 사업성을 체크하는 경영멘토가 있다. 이 분들이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질문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을 조언해준다. 일종의 숙제검사다. 인큐베이터는 신청팀들이 이 숙제검사에 걸려서 빠꾸맞지 않게 서류작성에서부터 미비한 점들을 함께 검토해서 보완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안내를 하는 역할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마을기업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은평구 내 마을기업으로는 2011년에 이어 2차년도 지원까지 받은 ‘마을무지개’가 있다. 결혼 이주민 여성들이 주축이 돼 다문화 교육을 전담하는 은평구 1호 마을기업이다. 수색 주민자치 위원회에서 노인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물빛마을청국장’도 있다. 벌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반응도 좋고 지역민들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차년도 마을기업 사업신청을 한 중증 장애인 봉사회 초록봉사대가 만든 ‘건강한 밥상’도 점차 안정화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미가 있는 마을기업이다. 이 ‘건강한 밥집’에서 엄마들이 일하는 동안 중증 장애인 자녀를 돌봐주는 돌봄 공간으로 ‘초록캠프’가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공간지원을 받고 있다. 모두 아주 건강하게 잘 돼나가고 있는 편이다.
 
일은 만족하나?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좋은 일인 건 알겠는데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해야 한다는 점과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어 답답하다. 더구나 아직 완성된 정책이라기보다는 계속 수정 보완되고 있어 완결적인 본보기가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성과에 대해 성급히 말할 단계가 아니다. 마을기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도 의지를 꺾는 말을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헛된 희망을 불어 넣어서도 안 되는 중립을 지켜 상담해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들의 간절함은 알겠는데 방법을 제시해 주지 못할 때의 안타까움도 어려움 중에 하나다.
 
마을 기업을 준비하는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협동조합 공부를 미리 해 둬야 한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고 나면 6개월 이내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게 전제조건이다. 마을기업 선정과 관계없이 해 나갈 사업이라면 내 일자리는 내가 만든다는 정신으로 주민이 자발적으로 키워 나가야 할 기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공부해 둬야 한다. 가급적 미리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면 마을기업에 선정되는 데 준비된 사업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산점이 있을 수 있다. 마을기업에 해주는 지원은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가뭄에 단비와 같은 마중물(펌프에서 물이 잘 안 나올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부어주는 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즉 시나 정부의 지원으로 사업의 성패가 갈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사업 안정화를 앞당기는 정도의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마을기업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자발성에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큐베이터 정순애씨에게 들어본 ‘마을기업’은 이제 겨우 씨를 뿌리고 싹이 자라나는 걸 지켜보는 정도의 단계이다. 이 나무가 튼실하게 자라나 열매를 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나무가 굽어 자라거나 행여 외풍에 쓰러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 이것이 우리의 몫이리라. 왜? 우리 마을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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