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조성된 봉산 무장애 숲길, 가장 아쉬운 것은 접근성
휠체어 장애인과 이동 약자부터 동네 어린이와 노인 분들까지, 모두를 위한 숲길로 조성 필요

봉산 무장애 숲길 간판과 그 뒤로 보이는 숲길 풍경 (사진 : 김연웅 기자)
봉산 무장애 숲길 간판과 그 뒤로 보이는 숲길 풍경 (사진 : 김연웅 기자)

"숲길은 비교적 잘 조성되어 있으나, 접근성이 가장 아쉽다. 장콜(장애인콜택시)로도 오기가 어렵다."

봉산 무장애 숲길을 찾은 다소니자립생활센터 박성준 소장이 전하는 말이다.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고, 이동 약자를 배려한 배리어 프리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해도, 정작 숲길 입구까지 이동 약자도 주민들도 오기가 어렵다면 ‘배리어 프리’한 게 아니지 않냐는 이야기로 들린다.

딱딱하게 쓰여진 봉산 '무장애' 숲길이라는 안내 간판이 여전히 남아있는 벽을 느끼게 한다.

봉산 무장애 숲길 안내 간판 뒤로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봉산 무장애 숲길 안내 간판 뒤로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은평구 봉산에는 휠체어 장애인을 비롯한 이동 약자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무장애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봉산 무장애 숲길은 두 가지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숭실고등학교 뒷편 입구에서 출발하는 숲길과 수국사 뒷편 입구에서 출발하는 숲길 두 가지다. 숭실고등학교 뒷편 입구에서 출발하는 숲길은 편백나무들로 조성된 편백숲을 지나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수국사 뒷편 입구에서 출발하는 숲길은 아직 조성 중에 있으며, 수국사와 봉산 중턱을 연결한다.

숲길을 이동하는 중, 정자 앞에서 끊어진 산책로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숲길을 이동하는 중, 정자 앞에서 끊어진 산책로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숭실고등학교 뒷편 입구에서 출발하는 숲길에는 편백숲이 조성되어 있다. 입구는 경사가 심해 휠체어 진입이 쉽지 않고, 입구에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경우엔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숲길에 안전하게 진입하고 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숲길 안에는 숲 속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피크닉장과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쉼터도 중간에 각각 설치되어 있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주변으로 편백나무가 가득한 풍경을 지나다 전망대까지 이르게 된다. 전망대까지는 전동휠체어로 대략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입구를 제외하고는 숲길의 경사는 전반적으로 완만했다. 숲길은 휠체어 장애인을 포함한 이동 약자 모두가 산을 오를 수 있게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장애인 화장실 시설도 이용에 불편이 없게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문제는 전망대에 이르러 나타났다. 전망대가 가까이에는 정자가 위치했는데, 해당 정자를 사이에 두고 숲길이 끊어져있었다. 끊어진 숲길을 이어주는 흙길은 휠체어가 이동하기에는 울퉁불퉁하고 위험해보였다. 흙길 이후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숲길 자체가 넓진 않아 휠체어 양방향 통행은 어려운 정도였으나, 전망대 가는 길에는 길 중간에 나무가 위치해 있어 통로가 매우 좁아졌다. 박 소장의 휠체어는 가장 작은 편에 속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정도였다. 보통 사이즈의 휠체어로는 지나갈 수 없는 길인 것이다. 봉산 무장애 숲길에는 여전히 이동 장애가 존재했다.

숲길을 이동하는 중, 난간과 나무의 사이 좁은 틈을 통과하는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숲길을 이동하는 중, 난간과 나무의 사이 좁은 틈을 통과하는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오른 봉산 전망대의 풍경은 더 할 나위 없었다. 전동휠체어로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봉산 무장애 숲길이 생기며 이동 약자를 비롯하여 등산을 멀리 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주민들에게 전망대 풍경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휠체어를 타고 전망대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는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휠체어를 타고 전망대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는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하지만 한계 역시 분명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숲길 입구까지로의 접근성이었다. 숭실고등학교 앞 경사로와 수국사 인근 경사로는 너무 가파르고, 안내가 부족했다. 홍보나 안내가 부족한 탓인지 봉산 무장애 숲길의 존재도 위치도 모르는 주민이 많았으며, 설사 안다고 해도 숲길까지 접근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자가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숲길은 이미 일상에서 너무 멀고 가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는 이동 약자 뿐만 아니라, 자가용을 보유하지 않은 주민들에게도 불편으로 작용하기에, 봉산 무장애 숲길이 모두의 숲길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숲길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높은 경사로 (사진 : 김연웅 기자)
숲길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높은 경사로 (사진 : 김연웅 기자)

봉산 무장애 숲길은 점차 주민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배리어 프리'한 공간은, 이동 약자 뿐 아니라 힘든 등산보다 산책을 선호하는 주민들이나 동네 어린이와 노인 분들에게도 편하게 휴식하고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름처럼 배리어 프리, 즉 '무장애'한 숲길을 조성한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제 '무장애'한 숲길을 더 많은 주민들이 알고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한다면, 봉산 무장애 숲길이 주민 '모두의 숲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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