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전국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도서관은 몇곳이나 될까? 대부분의 도서관은 엄숙한 분위기가 도서관 분위기 를 압도하기 마련이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책장 넘기는 소리조차도 조용해야하는 것이 우리나라 도서관의 특징이다.

하지만 여기 도서관 운영 시간 내내 음악이 끊이지 않는 도서관이 있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좋은 장비를 이용해 LP, CD, mp3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들어볼 수도 있다.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음악 관련 서적과 잡지를 보유하고 있어 음악 애호가라면 꼭 찾아가야만 하는 이곳은 ‘의정부음악도서관’이다.

영감의 공간이 만드는 채움의 시간
힙한 분위기로 채워진 ‘의정부음악도서관’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음악도서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귀에 거슬리지 않는 소위 말해 ‘힙한’ 음악들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분위기는 힙하면서도 귀는 편안했고 일반적인 도서관보다는 약간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LED조명이나 그래피티 등 다양한 시각 효과들이 도서관보다는 뮤지컬 공연장에 온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주었다.

2021년 6월 3일 개관한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연면적 1,691.2m2(511.5평), 지상 3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위치는 의정부 신곡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하철역으론 발곡역 인근 장암발곡근린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 박영애 과장은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책∙음악∙공간이 융합된 음악 전문 도서관으로 의정부시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해 블랙뮤직을 테마로 공간을 디자인했다. 현재 보유 장서는 9,571권이며 더불어 음악자료는 CD 6,519점, LP 1,288점, DVD 1,055점, 악보 3,170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층별 구성을 살펴보면 도서관 1층 북스테이지에는 일반∙어린이도서와 오픈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전문도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을 비치하여 가족이 함께 같은 층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으며, 경계가 없는 공간에서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공간과 공간을 가로 막는 벽이 없는 것은 물론 유리창문으로 둘러싼 도서관의 가을 풍광은 편안한 의자에서 명상을 즐기기에도 좋았다. 1층에선 평상시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도서관 행사시에는 공간 한켠에 마련된 그랜드피아노를 이용한 소규모 공연장으로 이용될 수도 있었다.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중층에는 음악 입문자와 연주자를 위해 악기별로 상세하게 나눠놓은 악보와 음악에 관한 고전문학, 시, 매거진 자료가 있다. 또 벽면 미디어 월에는 20년 이상 열린 ‘의정부음악극축제’와 3년째 개최하고 있는 ‘블랙뮤직 페스티벌’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디지털화 하여 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이 가진 매력의 정점은 3층 뮤직스테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3층에선 음악을 본격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뮤직홀 오디오룸, 스튜디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뮤직홀은 공연장인데 공연 여부와 상관 없이 하루종일 열려있는 개방된 공간이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책을 읽기도 하는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뮤직홀에서는 발레나 음악영화 등을 상영하기도 하고 매일 오후 1시간씩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통해 자동연주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피아노 음악 감상도 할 수 있다.

오디오룸은 온전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오디오 기기와 고품질의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최적의 환경에서 영상이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스튜디오는 A와 B로 나뉠 수 있는데 A는 작곡을 할 수 있는 미디 프로그램이 있어 음악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고, B는 피아노를 직접 치며 작곡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른 공공도서관에도 이와 비슷한 스튜디오나 감상을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실이 있어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이 모든 경험들을 예약제 없이 언제든 이용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마치 공공도서관에서 예약없이도 언제나 책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처럼 의정부음악도서관에서는 음악을 창작하거나 감상하는 일을 예약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음악’ 특성화 도서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에는 독특한 도서관 정책이 마련되어  있는데 바로 ‘특성화’ 전략이다. 일반적인 공공도서관은 모든 분야의 장서를 한 도서관에 최대한 채워 넣는 방식으로 많은 장서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면, 의정부의 도서관들은 한 개 분야를 특성화하여 도서관을 조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서관이 바로 의정부과학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 의정부음악도서관 등이다.

특히 의정부는 반세기동안 군사도시 역할을 수행해오며 의정부시는 군사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개발 제한으로 부족한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게 추진된 것이 의정부음악극축제와 블랙뮤직페스티벌인데 의정부는 이 같은 음악적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의정부시의 특성을 담아낸 특별한 도서관으로 만들어진게 바로 ‘의정부음악도서관’이다.

의정부음악도서관 기획의 시작에 대해 박영애 과장은 “2015년 장암발곡근린공원 부지에 도서관 건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게 시초였다. 이후 2017년까지 3회에 걸쳐 인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도서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음악도서관 조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과 지역적 여건 분석을 토대로 음악 분야 특성화 도서관으로 건립방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여러 음악 장르 중에서도 흑인음악 같이 강한 비트 감이나 그루브 감을 특징으로 하는 블루스∙가스펠∙소울R&B∙힙합∙재즈 등을 통칭하는 블랙 뮤직(Black music)을 기본 테마로 설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 과장은 “미군부대 주둔 영향 등으로 의정부시에 블랙뮤직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는 배경을 모티브로 의정부만의 차별성 있는 공간을 디자인 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

전국에선 찾기 어려운 음악도서관이다보니 도서관이 확보한 음악자료를 기존의 ‘십진분류체계’로 정리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의정부음악도서관은 분류표를 직접 개발하여 A부터 G까지는 장르를, M은 악보를 구성하고 있다. 그 안에서 악기나 나라 등 더 세분화된 특징으로 상세하게 나누어 많은 자료들을 분류할 수 있도록 했는데 분류체계를 새롭게 만들정도로 의정부음악도서관이 얼마나 음악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이엔드 오디오는 고급 취미?
지역음악플랫폼인 음악도서관에선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의정부 음악도서관. (사진: 정민구 기자)

오디오필(Audiophile)이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 오디오(Audio)와 사랑이란 의미의 그리스어 필(Philein)의 합성어로 ‘오디오 애호가’를 의미한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고음질 음향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최대한 좋은 품질의 음악을 듣기 위해 스피커 등 음향기기에 투자하며 최고의 경험을 얻기를 원한다. 하지만 높게는 억대에 달하는 음향기기로 음악을 듣는 일은 누구나 즐기기엔 어려운 취미다.

의정부음악도서관에서는 달리(DALI)나 드비알레(DEVIALET) 사의 스피커를 통해 내가 원하는 음악과 영상 등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누구나 취미를 즐기고, 음악에 대해 더 깊이있게 파고들어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도서관에서 진행해온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지난 4월엔 랩퍼 ‘수환오’ 등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청소년과 시민에게 힙합과 재즈를 테마로 강연과 공연이 어우러지는 행사를 진행하며 체험과 공연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5월엔 음악 입문을 위한 장르로 클래식과 뮤지컬분야의 심화 아카데미를 운영했고, 6월엔 개관 1주년을 맞아 팝페라, 클래식, 아카펠라 등 다채로운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제2회 버스킹 stage 280 공연, 예술감독 쥴리정의 렉처 콘서트, 음악영화 <소울> 등의 상연도 있었다. 작가와 전문 연주자가 함께하는 북 콘서트도 기획하여 ‘안인모의 가을을 노래하는 달달 클래식’, ‘이동섭의 음악으로 만나는 반 고흐 콘서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음악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를 함께 접목하여 귀로 듣고 눈으로 즐기며 체험까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였다.

박영애 과장은 “음악도서관은 시민이 참여하는 버스킹 무대 제공, 음악동아리 ‘악동for U’ 콘서트 등 공공재로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지역 음악 플랫폼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지역 음악 문화 활성화를 위해 의정부음악협회, 의정부 지역 오케스트라 등의 기관과 지속적인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해 지역 공동체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음악도서관이라는 공공재를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관람하며 그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울 수 있도록 음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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