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책방
시나브로 책방

2021년 11월 구산동 골목에 문을 연 책방 시나브로의 첫 인상은 잘 꾸며진 정원이다. 전국에 있는 동네 책방을 탐방하는 지인 추천으로 뒤늦게 알게 된 책방 시나브로는(를) 세찬 비가 쏟아지던 8월 어느 날 처음 방문했다. 인센스 향기가 먼저 반겼고 시원시원한 초록 색 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책방 곳곳에 공기정화식물 틸란시아와 이파리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아단소니, 하트 모양의 잎이 앙증스러운 러브체인 등등 여러 가지 식물을 보니 무더위와 일에 치인 마음이 슬그머니 풀렸다. 굵은 빗소리에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도 지친 심신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했다. 햇볕 좋은 어느날 오후 다시 책방 시나브로를 찾아 책방지기 김성은 씨를 만났다. 

-어떤 계기로 책방 시나브로를 열게 되었나요? 

오랫동안 도서관 사서로 일했고 이곳저곳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2015년 서울에 올라와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을 가진 ‘시나브로’처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책과 관련된 문화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제주도 소심한책방이 단 한 칸 규모의 작은 책방일 때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때는 책방을 자주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제주도 책방에서 펴낸 독립잡지를 읽고 긴 여운이 남았어요. 문화재단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문화 활동에 시야가 넓어졌고요, 결정적인 계기는, 청계산 아래 미술작업실에서 수채화를 배울 무렵 그림책 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컨셉의 책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제가 책방을 연다면 이 그림책은 서가 목록에 꼭 올려야겠다 생각하고 한 권 한 권 목록을 쌓아 갔어요.

책방 시나브로는 자연과 더불어 어른 그림책이 중심을 이룹니다. 자연과 어른 그림책과의 교집합을 늘 고민합니다. 일상에 지쳤을 때 찾게 되는 ‘쉼’, 쉬어 가고 싶고 여유를 갖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책방, 자연과 어른 그림책을 중심으로 저만의 특색과 취향을 바탕으로 한 책방 시나브로를 열게 되었습니다.

책방지기 김성은 씨
책방지기 김성은 씨

-책방을 열기 전과 책방을 열고난 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러이러한 책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무렵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잘 운영할 수 있을까’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많아서 한참 동안 망설였어요. 결과적으로 보면 제 개인 성향도 책방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책방지기’는 수많은 여행을 통해 모험과 도전을 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줄 아는 성향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 되면 말고’가 아닌 어떤 실패든지 두려워하지 않고 ‘이게 아니라면’, 나만의 것을 얹어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 큐레이션은 어떤 기준인가요?

책방 문을 연 계기와 비슷한 북 큐레이션인데요, 벽면 서가는 그림책 위주이고 평대에는 독립출판물로 구성되어 있어요. 책방 손님들이 마음을 치유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행, 커피, 취미실용서 등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자기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책들로 서가를 채우고 있어요. 물론 가벼운 책도 있고 무거운 책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베스트셀러는 들여놓지 않는 편이고요, 주제가 크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자연과 그림책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 문을 열어 두고 있어요. 

-책방 시나브로 책모임을 소개해주세요.

시나브로 독서모임과 시나브로 감성그림책이 있습니다. 독서모임은 참여자가 직접 원해서 신청하는 거라 남달랐어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잖아요. 책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아예 모르는 채로 오는 경우도 있어요.

어른을 위한 그림책 위주로 서가를 채우고 있는데요, 시나브로 감성그림책의 경우에는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니까 그림과 글에다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으로 골라요. 주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가 되는 그림책으로요. 책모임에서는 스스로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그림 한 장 한 장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에다 일상을 더한 이야기로 모임이 풍성해져요. 책모임 참여자들은 발제를 꼭 해야 하거나 찬반토론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더라도 편안한 위로가 되는 시간이라고들 말하더군요. 

시나브로 책방
시나브로 책방

-책방 시나브로는 어떤 책방이길 바라나요?

책방에 관심 많은 분들도 이따금씩 찾아오는데요, 사회적으로 “이런 시기에는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 해” 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꿈이에요. 저뿐 아니라 책방 손님들도 자기 삶과 취향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방 시나브로를 계속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그림책은요?

<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가르추크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사계절)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바쁘게 살아가던 남자가 영혼과의 어긋난 속도를 다시 맞추기 위해 자신만의 장소에서 기다리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깊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여유를 찾고자 하는 분들은 읽어보세요.

<몬테로소의 분홍 벽> (에쿠니 가오리 글, 아라이 료지 그림, 김난주 옮김, 예담)

우연히 꿈에서 나온 몬테로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하스카프라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몬테로소의 분홍 벽을 찾아가는 모험이 유쾌하게 그려졌어요.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마는 하스카프처럼 자신의 행복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나의 오두막> (로이크 프루아사르 글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봄볕)

숲 한가운데 있는 오두막에서 나만의 휴가를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느낄 수 있어요. 책방 시나브로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기꺼이 찾아가는 ‘나의 오두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책방 시나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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