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공원과 어우러져 도심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도서관
주민들이 직접 독서동아리를 만들고 교육도 진행
동아리 리더로 역량 길러내는 교육도 실시해 주민 참여 활발
민∙관 협치로 주민이 도서관과 마을을 기록하는 사업을 하기도

은평구 도서관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은평에는 새로운 도서관 3곳이 생겨나고 1곳이 생활형 SOC사업으로 리모델링 될 예정에 있다. 공공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행정 서비스 중 하나로 새로운 도서관이 집 주변에 생겨난다는 것은 항상 기대감을 갖게 만들곤 한다.

그렇기에 새로 생겨나는 도서관은 장애∙연령∙성별 차이 없이 모두가 이용하기 편리해야하고 지역 특색을 살려 진부한 느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평시민신문은 기획취재를 통해 특색을 갖춘 다양한 도서관을 방문해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신문이 세 번째로 방문한 도서관은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딸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이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사진 : 정민구 기자)
이진아기념도서관 (사진 : 정민구 기자)

딸을 기억하고 많은 시민이 이용하도록
지역에 기부해 만들어진 따뜻한 도서관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숨진 이진아 씨를 기리기 위해 가족이 50억원을 기증해 세운 구립도서관이다. 이진아 씨는 2003년 미국 어학연수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뜰 당시 나이 23세였다. 이진아 씨의 아버지는 의류수출업체인 현진어패럴의 이상철 대표인데 그는 딸을 사랑한 마음에 첫째 딸 ‘현아’, 둘째 딸 ‘진아’에서 한 글자 씩 따서 회사 이름을 지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진아 씨는 미국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사랑하는 아빠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게 됐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딸을 그리워하던 이상철 씨는 문득 딸이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떠나버린 딸을 영원히 기억하고 세상의 모든 자녀들이 언제든 찾아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진아 씨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지역에 선물했다.

도서관 한 벽면에는 도서관 설립 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도서관 한 벽면에는 도서관 설립 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이렇게 2005년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도서관이 운영을 시작한지 17년이 되었지만 외관은 그 어떤 최근에 지은 도서관에 못지 않게 세련되고 따뜻함을 주는 곳이었다. 도서관 외장은 나무와 붉은 벽돌로 불리우는 점토벽돌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도서관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환경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주변에는 독립공원과 서대문형무소가 자리잡고 있고 더 넓게는 안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나무와 주황빛이 도는 붉은 벽돌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원래부터 도서관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일이 특별한 게 아닌 일상적인 일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인근 공원들의 나무를 지나치며 이진아기념도서관으로 들어서기 위해 처음 마주하는 게 경사로이다. 주출입로가 경사로였는데 휠체어 장애인이 진입하기에 무리없는 경사로로 설치되어 접근성이 좋았다. 입구에 설치된 자동문을 통해 도서관을 들어가면 안내데스크를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었고 좌측엔 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카페와 전층을 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오른편엔 유아∙어린이열람실로 갈 수 있는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열람실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행이 불편한 시민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내부 (사진 : 정민구 기자)
이진아기념도서관 내부 (사진 : 정민구 기자)

이진아기념도서관 외관 특징 중 하나는 천장이 막혀있지 않고 창으로 되어있는 점인데 햇볕이 들어오는 날이면 채광을 통해 내부를 따뜻하게 밝혀주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3층과 4층의 종합자료실에는 도서관의 큰 특징 중 하나인 통유리로 된 공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통유리를 통해서는 독립공원이 내려다보였고 멀리 내다보면 도시 풍경이 보이기도 했는데 독서 중에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고, 열려있는 느낌을 주어 답답함을 줄여주기도 했다. 종합자료실에는 장애인 열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독서 확대기와 독서보조기가 설치되어 독서를 하는데 불편함 없도록 장비를 구비한 것도 눈에 띄었다. 

2층에는 어울림누리터라 이름이 붙은 ‘전자정보열람실’과 ‘다문화자료실’이 마련되어있었다. 전자정보열람실은 과거엔 컴퓨터를 통해서 자료를 검색하거나 시청각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따로 노트북을 들고와서 작업을 한다거나, 태블릿PC를 통해 잡지를 본다거나, 지류 신문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물론 컴퓨터를 통해서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공간도 일부 마련되어있다. 다문화자료실은 원서자료실이라 불리어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원서들이 있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이영화 차장은 “다문화자료실은 다문화 주민들이 모여 결성된 다문화명예자료선정위원회가 모여 만들어질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료선정위원회와는 별도로 다국어자료 수서를 위해 도서관에서 운영한 다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을 이수한 결혼이주민 중 선발하여 국가별 1명 총 4명을 위촉했다. 원서의 경우 기존 도서관 사서들이 책을 검수하기 보다는 해당 언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다문화명예자료선정위원들이 직접 책을 검수해 선별한 책들을 도서관이 소장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원서자료에 대한 인기가 많고 원서로 다른 나라 언어를 공부하기 위한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다문화자료실에는 다양한 언어의 원서가 소장되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다문화자료실에는 다양한 언어의 원서가 소장되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또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은 개인 공부를 하는 칸막이 열람실이 없는 도서관이기도 했다. 과거에 만들어진 공공도서관이지만 개관 때부터 칸막이 열람실 없는 구조였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송재술 관장은 “열람실이 없어 여유 좌석이 있을 경우 개인 공부를 하시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많은 시간일 경우 개인 학습을 삼가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수긍하시는 편”이라 말했다. 이어 송 관장은 “열람실이 없기 때문에 가끔은 도서관 로비에서 게릴라 음악회를 하기도 한다”며 “향후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소모임 공간이나 창작공간, 도서 비치 공간을 보다 확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이 지역에 선물한 도서관 주민과 함께 지역을 기록하고
주민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올해로 개관 17년차가 된 공공도서관계에선 선배 도서관에 해당한다. 연차가 쌓인만큼 시민들과 함께하는 도서관으로서의 노하우도 많았는데 그 중하나가 ‘독서동아리’다. 서대문에는 구립도서관이 총 3개가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유아∙초등학생∙청소년∙성인 등을 중심으로 20개의 독서동아리가 운영 중에 있다.

독서동아리의 특징은 단순히 책을 읽고 평을 나누는 자리로 끝나는게 아니라 독서동아리 참가자들이 점차 수준을 높여가다 독서동아리의 리더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독서동아리 리더의 역량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도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는 “독서를 이끄는 사람들”이라는 교육을 통해 독서동아리 리더 양성 교육을 실시했는데 여기서 기존에 독서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이 강사로 나서서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도서관 로비에서는 게릴라 도서관 여름 음악회를 열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진 제공 : 이진아기념도서관)
도서관 로비에서는 게릴라 도서관 여름 음악회를 열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진 제공 : 이진아기념도서관)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독서동아리 참가자들은 지역에서 마을잔치를 열기도 했는데 넓은 의미에서 민관협치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송재술 관장은 “이진아기념도서관의 분관인 남가좌새롬어린이도서관의 경우 2011년부터 매년 지역 주민들, 자원활동가, 독서동아리 참가자들이 모여 매년 5월 700~800명이 참여하는 마을 잔치를 열어 왔다.

도심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공공도서관이지만 주민들이 도서관을 일상의 거점, 문화 사랑방으로 생각하고 지역의 주인으로서 주위 이웃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단순히 장서를 보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보여지는 대목 중 하나다. 다만 최근 코로나19로 활동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고 이에 도서관에서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주민들이 도서관을 저조하게 이용하는 상황을 인지해 더 적극적인 도서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송재술 관장은 “코로나19로 사회적 이동이 제한되고 전자자료 이용 비중이 올라갔는데 사회적으로 취약한 주민들은 도서관 이용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역내 노인, 장애인, 다문화인 등에게 도서관 혜택을 전달하기 위해 전자책 단말기와 오디오북 전용 기계를 각 100대씩 구입해 관계 기관을 통해 배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관장은 “모두가 전자책을 보고싶어하고 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도서관이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을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어울림누리터 자료실에는 태블릿을 이용해 잡지를 볼 수 있도록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어울림누리터 자료실에는 태블릿을 이용해 잡지를 볼 수 있도록 장비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지역 주민에 다가가기 위해 실시한 또 다른 사업 중 하나가 ‘서대문 책이요’ 사업이다. 이 서비스는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임산부 및 장애인에게 지식정보 접근 격차 해소를 위해 책꾸러미 또는 원하는 도서를 무료로 집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서대문구시니어클럽과 협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책을 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는 지역을 기록하는 일도 주민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마을기록조사단’을 통해 골목통에서 마을사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마을 아카이브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올해는 5월부터 7월까지 ‘당신의 추억 기록이 되다’ 공모를 통해 개인이 소장중인 서대문구의 변천이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기록물을 공모받고 있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도서관이 지역과 주민이 함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과거에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책을 빌려주기만 하고, 시민들은 도서관을 이용해 열람실에서 개인 공부만 하는 일방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로 나가야하는 도서관은 다르다. 지금 시대 도서관은 시민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고, 시민은 도서관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켜줄 거점공간이 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생산하여 도서관을 더욱 더 풍성하게하는 도서관의 주인이 될 수 있어야만 한다. 개관 17년차 이진아기념도서관이야말로 미래로 가는 도서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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