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을 만나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내리는 한 잔의 커피 … 그 한 잔의 경험이 잊지 못 할 추억으로 남도록

무더운 여름날,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아침부터 이어진 피로가 자꾸 눈꺼풀을 덮어올 때, 차가운 커피 한 잔이 절실하게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원익 사장과 본 기자와의 인연도 그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되었다.

자주 가던 단골 카페가 결국 문을 닫게 되고, 역촌동을 서성이다 ‘아일랜드4199커피’를 발견했다. 그 날 마신 커피 한 잔은 무엇보다 시원하고 고소했으며, 사장님은 친절했고 카페는 쾌적했다. 한 잔의 경험이 잊지 못 할 추억으로 남은 셈이다.

역촌동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한, 커피에 진심인 카페, ‘아일랜드4199커피’를 다시 방문했다.

'아일랜드4199커피' 카페 입구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아일랜드4199커피' 카페 입구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 본인 소개 부탁 드린다. 은평구와의 인연도 함께 소개해주면 좋겠다.

은평구 토박이다. 69년생으로 불광동에서 태어나서, 4살 때 역촌동으로 이사 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오랜 시간 ‘광고인’으로 살아왔다. 20여년간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 광고기획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광고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잦은 야근으로 인한 과로와 과음 등으로 건강에 무리가 왔고, 2016년도에 직장을 나왔다. 지금은 이렇게 은평에서 ‘커피인’이 되었다.

- ‘아일랜드4199커피’에 대한 소개도 부탁 드린다. 카페 이름이 특이한데?

카페 이름인 ‘아일랜드4199’는 원래 광고 회사를 차리게 되면 쓰려고 했던 이름이었다. 한반도에 대략 4198개의 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거기에 이 공간이 4199번째 섬으로 느껴졌으면 해서 ‘아일랜드4199커피’라는 이름을 지었다.

섬이라고 하면 다양한 경험이나 느낌과 연결 되지만, 그 중에서도 자유, 휴식, 여행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지 않나. 손님들에게 이 공간과 커피가 그런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짓게 되었다.

- 커피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소신이 있는 걸로 보인다. 따로 사연이 있나?

회사 생활 당시, 사내 카페가 있었다. 커피를 늘 좋아해 사내 카페 바리스타 분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한 번은 함께 강릉으로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강릉의 테라로사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당시 테라로사 김용덕 사장님이 커피를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 주며, 일일이 원두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강릉에서 마신 그 한 잔의 커피는 맛과 향을 넘어,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내게 자리 잡았다.

김용덕 사장님은 금융인 생활을 오래 하시다 일본에서 마신 커피에 크게 감탄하고 테라로사를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그 한 잔의 커피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이원익 사장의 모습 (사진 : 아일랜드4199커피 제공)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이원익 사장의 모습 (사진 : 아일랜드4199커피 제공)

- 카페 운영과 커피 맛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광고대행사에서 했던 일들은 대개 고객을 만나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마케팅하는 일이었다. 커피를 만드는 일이 이러한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마침내 찾아가는 섬’이라는 의미를 지닌 카페에서 마시게 되는 커피는 어떤 맛이어야 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평소에 일을 하며 마시는 커피 맛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이들 하루를 커피와 함께 시작하곤 한다. 하루의 시작인 한 잔의 커피가 좋은 커피여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이제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우리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문화다.

한 잔의 커피의 맛과 그 커피가 담기는 찻잔, 카페라는 공간의 음악과 조명 등 모든 것이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정직하게 콩을 고르고,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한 잔의 커피를 내리더라도 이 사람의 하루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내리고 있다. 그러한 정직과 정성, 진심이 고객에게 닿아야 제대로 된 커피이지 않을까. 그렇게 커피를 내려 고객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 중간에 한 번 영업을 중단한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 특별한 사정이 있었나?

처음엔 코로나19가 금방 지나갈 거라고 생각해서 휴업을 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휴업 기간은 점차 길어졌고, 다시 개업하려고 해도 너무 어려웠다. 카페가 2층에 위치하다 보니 테이크아웃 하는 손님보다는 카페에서 드시고 가는 손님이 많은데, 코로나19 기간 동안은 그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차라리 이 시간을 커피에 대해 더 고민하고 연구하는 시간으로 삼자 생각하고, 커피학과가 있는 대학원에 등록을 하고 공부를 이어갔다. 그 공부로 직접 콩을 로스팅 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고객들에게 단 하나 뿐인 커피를 대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있다.

- 은평 역시 코로나19의 풍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기간에서 상권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나.

펜데믹과 물가 상승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상공인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너무 많다. 임대료와 영업, 물가 등 많은 것이 고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고’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정부의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과 지원은 ‘영업’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집중했던 것 같다. 재고 문제가 가장 심각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많이 신경쓰지 않았다. 재고의 문제는 곧 쓰레기 문제로 이어지게 되고 그러면 도시 문제가 된다.

팬데믹은 앞으로도 계속 올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영업에 대해 보상하는 정책을 넘어, 소상공인들이 연결되고 더 공부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다각화 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스크를 쓰고 커피를 내리고 있는 이원익 사장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마스크를 쓰고 커피를 내리고 있는 이원익 사장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 현재 우리 은평의 동네 상권이 더 활성화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은평의 브랜드와 상권의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브랜딩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산 큰 숲’이라는 좋은 브랜드가 있음에도 마케팅이 많이 되어 있지 않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북한산 국립공원과 연계하여 친환경 부분을 특화 시켜, ‘북한산 큰 숲’ 스티커를 붙인 텀블러로 커피를 마시면 할인이 되는 지원 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상공인 사이의 커뮤니티나 네트워크가 부재하다고 많이 느낀다. 같은 상권에서 서로 경쟁만 하게 된다면 상권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다. 카페를 예로 들었을 때, 커피인들끼리 함께 공부하고 정보를 나누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재고 처리나 영업의 측면에서도 서로 도울 지점이 있다고 본다. 거기에 지자체가 이러한 네트워크를 지원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 커피 봉사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설명해 줄 수 있나?

어르신들에게는 하루의 시작이 더 중요하다. 어르신들께 커피를 대접할 때, 처음에는 믹스 커피 제품을 찾으시지만, 막상 핸드드립을 내려 드리면 정말 좋아하신다. 그래서 쉬는 날은 가끔 간단하게 챙겨 가 복지회관 등의 어르신께 커피를 대접하는 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런 봉사 기획을 동네 사장님들과 함께 하고 싶다. 공공의 지원이 있다면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커피 봉사단을 꾸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카페는 언제나 유휴 시간이 있는 사업이다. 손님이 많이 안 오시는 시간대에는 이 공간을 내버려두기보다 무료로 지역 사회에 활용할 수 있게끔 제공하고 싶다. 이런 것도 결국 소상공인 간의 네트워크가 잘 갖춰지면 시도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 아일랜드4199커피와 이원익 사장님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커피는 이제 양적 경쟁이 아니라 질적 경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은퇴 후의 인생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커피’는 좋은 기회라고 느낀다. 하지만 어디에서 정보를 얻고, 어떻게 배워 시작할 지 그 막막함을 나도 겪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 재능 기부의 방식으로 커피에 대해 알려주고,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피인'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게 곧 상권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길이라고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원익 사장은 자신의 30년 후를 떠올려 보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30년 후, 내가 80대가 되었을 때,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있을 내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다. 커피는 내게 참 가슴 벅찬 일이다.”

한 잔의 커피와 '아일랜드4199커피'의 전경 (사진 : 김연웅 기자)
한 잔의 커피와 '아일랜드4199커피'의 전경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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