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자세로 합리적인 의정활동을 펼치는 은평구의회 되길 

은평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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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은평구의회는 은평구 정당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역대급 여대야소 구조였다. 총 19명의 구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명, 국민의힘 의원이 4명으로 민선 구청장이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이 형성되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을 일으키자, 다함께 원팀!”을 외치며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두 명의 후보를 출마시키며 1-가, 1-나까지 출마시켰고 불광1·2동을 제외하고는 전부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당시 문재인 정부의 높은 국정지지율과 보수 진영에서 갈라진 바른미래당의 출마로 당시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갈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적 이점을 딛고 은평구 더불어민주당은 민선7기 동안 원팀으로서 면모를 보였을까? 결론은 그렇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은평갑과 은평을로 나뉜 구의원들은 각각 세력을 형성하며 당내 갈등을 보인 경우가 수차례 있었다. 후반기 의장단 구성이나 은평복지재단 조례안 표결, 공익활동지원 조례안 표결, 은평구청 임시청사 표결 등 민주당 갑·을 구의원들은 주요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의견이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합리를 추구한다는 관점에선 같은 당이어도 구의원들이 정파 논리를 펼치지 않고 각자 제 목소리를 내며 구민을 대변한 것이라 볼 수 있고, 협치의 관점에선 같은 당끼리도 함께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당내 갈등은 지난 지방선거 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골이 더 깊어졌다. 은평갑에서는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장창익 전 은평구의회 의장이, 은평을에서는 이현찬 서울시의원이 각각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국 경선과정도 건너뛰고 김미경 구청장을 단수 공천하면서 은평을 소속 정치인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은평구 국민의힘도 당내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4명의 의원이 임기동안 일치된 의견을 보이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결정적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은평갑 홍인정 전 당협위원장이 경선에서 승리하며 공천장을 거머쥐는 듯 했지만, 국민의힘 은평을 남기정 후보의 재심이 받아들여지고 결국 공천 결과가 뒤집어지면서 선거 내내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오히려 민주당보다도 합심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갑과 을이 각자도생으로 선거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유가 어떻든 은평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내부에서 갑 대 을로 나뉜 채 갈등 양상을 보이며 8대 은평구의회를 마무리 지었다. 당 내부 양쪽 지역위 소속 정치인들이 겉으로 으르렁대지는 않지만 수면 아래 흐르는 갈등 구조는 9대 은평구의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당은 2개지만 세력구도는 4개로 나뉘어져 다투는 의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 정치세력이 4개로 나눠져 갈등하며 출동하기만 한다면 그 손해는 오직 구민에게로 돌아간다. 각 세력이 협치의 자세로 합리적인 의정활동을 펼쳐내며 구민을 위한 방안을 찾아 나서는 것이 9대 은평구의회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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