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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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해제됨에 따라 이제 우리의 일상도 서서히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활양식은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우리의 수면과 관련된 영향은 지대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불면증을 경험하는 비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고합니다. 이는 실제로 잠자는 시간이 뒤로 늦춰지거나 낮과 밤이 뒤바뀌어 버리는 것을 겪었던 많은 분들이 경험적으로도 공감하리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불면증의 증가는 먼저 코로나로 인한 여러 상황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에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활동량의 감소나 자가 격리 및 재택근무로 인한 실내 거주 시간의 증가도 수면의 리듬을 망가트리는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햇빛을 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하루의 활동에서 낮과 밤의 구분이 흐려지는 것은 수면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 

우리 몸 안에는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있습니다. 하루를 주기로 갖는 많은 생체현상을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대략 24시간(실제로는 24.2-24.5시간)을 주기로 일정한 시간에 잠이 오도록 하고 일정한 시간을 깨어 있도록 하는 리듬이 생체시계입니다. 이러한 생체시계의 가장 중요한 통제 본부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신경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입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우리 몸 전체 기관-위장관, 심장, 근육, 콩팥, 내분비기관 등-들이 하루를 주기로 각자 나름의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돌아가며 수면과 각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수면은 위와 같은 내인성 요인에 더하여 외부의 환경 인자와의 조율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러한 환경 인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햇빛입니다. 그밖에도 매일의 규칙적인 일, 사회적 활동, 식사 습관 등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인자입니다. 

햇빛보기의 중요성 

거듭 강조하자면 밝은 빛은 우리의 수면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가장 강력한 환경인자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접하게 되는 햇빛 자극이 망막을 통해서 지각되면 생체시계의 핵심 부위인 시신경교차상핵으로 신호가 전달되며 이것이 다시 송과체로 전달되어 밤에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도록 하는 데 관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햇빛을 보고 낮에 생활하는 동안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 밤에 일정한 시간에 잠이 오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요. 코로나 감염으로 자가 격리를 하거나 재택근무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때 규칙적 수면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햇빛의 밝기가 100,000 lux 이상인 것에 비하여 실내의 평균 밝기는 500 lux 이하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잠이 오는 시간이 뒤로 많이 밀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의 경우 광치료(light therapy)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햇빛만큼의 밝기는 아니지만, 실내보다 훨씬 밝은 밝기(10,000 lux)와 각성에 도움이 되는 푸른색 계열 파장의 빛을 내는 기기를 통해 이른 아침에 20-30분씩 밝은 빛에 노출시키면 잠이 오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시차가 큰 해외로 여행할 때 현지 시간을 기준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낮 동안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빠른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건강한 수면리듬을 위한 구체적인 햇빛보기의 방법

그렇다면 뒤로 늦춰진 수면 시간을 앞당기고 일정한 시간에 잠이 오는 건강한 수면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햇빛보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말씀드리자면 하루 가운데 아침 시간 혹은 늦어도 점심시간에는 최소 20분 이상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시간은 이른 아침일수록 좋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은 도리어 수면을 방해할 수 있겠지요. 

눈으로 직접 태양을 쳐다보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시간 실내가 아닌 실외에 머무르며 우리의 눈이 자연광에서 햇빛을 지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긴 팔이나 선크림 등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것은 괜찮지만, 모자를 쓰거나 선글라스를 써서 햇빛을 가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건강한 수면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야외에서 햇빛을 쐬면서 유산소 운동(달리기, 수영 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깊은 수면 단계를 늘려줍니다)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이것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다음의 방법들을 추천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분들의 경우 조금만 더 일찍 나서서 버스 혹은 지하철 한 정거장만 일찍 내려서 15-20분 정도 걸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점심시간에 10분 이상 되는 거리의 식당까지 걸어가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10분 이상 걸어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끝으로 건강한 수면리듬을 회복하고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임을 강조하여 말씀드립니다. 매일 아침 규칙적인 시각에 일어나서 다시 눕지 않고 활동을 유지하면서 일정한 시간 햇빛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수면리듬이 망가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망가진 수면리듬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기상과 햇빛보기를 꾸준히 2주 이상 실천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좋은 잠과 건강한 일상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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