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픽사베이
이미지 : 픽사베이

진료실을 찾으신 분 중, 지하철 2호선 모든 역사의 화장실 위치를 다 외우고 다니는 분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변의를 느꼈을 때 화장실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려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까 두려워 수많은 지하철 역사의 화장실 위치를 암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일상에서 큰 불편과 고통을 느낀다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거나 무리를 하면 복통과 설사가 잦아지고 심할 때는 출근길에 3~4회나 화장실을 찾지만, 용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아랫배가 무지근하면서 배에 가스가 찬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되어 대장내시경 검사까지 했지만,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고 내원하신 경우였습니다. 

다행히 이 분은 꾸준한 한약 복용과 침구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증상이 아주 많이 호전되어 일상에서 느끼던 불안과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을 겪는 환자분들 중에는 증상이 점점 심각해져 학업과 업무에 악영향을 주고, 또한 이것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경험하는 분도 있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Irritable Bowel Syndorome)은 간헐적으로 배가 아프면서 변비나 설사와 같은 배변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그 증상이 고통스러워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심한 경우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받게 됩니다.

복통을 수반한 과민성 대장증후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심리적인 요인, 위장관 감염, 특정 음식에 대한 과민반응 및 생활의 변화 등이 관련되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인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장기능 이상이 발생합니다. 대장이 과민해져 대장의 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설사가 유발되고, 반대로 움직임이 급격히 감소하면 변비가 발생하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배변 양상에 따라 변비형, 설사형, 변비와 설사가 교대하는 교대형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설사나 변비가 있다고 해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이 질환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통입니다. 배가 아프면서 배변 양상이 변화해 설사나 변비가 발생하거나, 변을 보고 나서 복통이 없어지는 증상이 지난 3개월간 한 달에 3일 이상 지속된 경우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체중감소가 심하거나, 대변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 나이가 50세 이상인 경우에는 혈액검사, 대장내시경검사 등을 시행해 다른 질환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합니다. 사람들과의 대화나 취미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짜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 기름진 음식은 삼가야 합니다. 술, 카페인, 유제품, 찬 음식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과식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식사일기를 쓰고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이 있는지 알아보고 섭취를 제한합니다.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기르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 또한 증상의 완화 및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평소 배를 따뜻하게 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 조절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습니다. 만성화된 기능성 질환의 경우 한의학적 치료가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므로, 이럴 때는 한의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증상 및 원인에 따라 적합한 한약 치료, 침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체질 개선을 기본으로 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주로 증상을 악화시킨다면, 신경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비위 기능을 도와주는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기혈이 막힘없이 잘 순행할 수 있게 해 주는 침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식습관이 좋지 않거나 소화 기능이 떨어진 경우라면,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고 위장에 정체되어 생긴 복부 팽만감과 불편감 등을 치료하는 한약을 복용하며 장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침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경우라면 근본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서 속을 편안하게 해 주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기혈순환을 촉진시켜 주는 침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과음과 기름진 음식 섭취 등으로 체내에 습열이 쌓여 설사를 하는 경우에는 습열을 몸 밖으로 빼내는 한약을 복용하며 기혈순환을 돕는 침치료를 병행한다면 설사나 잔변감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몸도 훨씬 개운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지 : 픽사베이
이미지 : 픽사베이

그러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특성상 치료 도중 일시적으로 증상이 개선되어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특정 음식으로 인해 쉽게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치료는 최소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그동안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할 경우 오랜 시간 동안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환자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 좋아질 수 있는 기능성 질환입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주는 불편과 고통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이 때문에 많은 기회를 포기하고 사는 분들이 혹시 있다면,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질병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평소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가까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지속적인 치료를 병행한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