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 인터뷰

20일 서울 은평구 꿈나무마을 보육원 앞에서 고아권익연대가 아동학대, 고문, 노동착취에 대한 진상 파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20일 서울 은평구 꿈나무마을 보육원 앞에서 고아권익연대가 아동학대, 고문, 노동착취에 대한 진상 파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지난 1월 19일 응암동 꿈나무마을 앞. 시설 퇴소자 박지훈(가명) 씨가 “꿈나무 학대 피해자분들에게 진정 있는 공개사과 하라!”며 공개시위를 벌였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눈까지 내렸고 주위는 적막했던 그 때, 박지훈 씨 곁을 지키고 있는 이가 한 명 있었다. 바로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 봉고차 한 대에 몸을 의지한 채 진행된 1박 2일 시위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비좁은 봉고차 안, 조윤환 대표는 존재하지만 잊혀 진 단어 “고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의 고아는 전쟁 등 천재지변으로 부모를 잃은 게 아니라 부모로부터 유기된 피해자들이며 부모로부터 버려진 상상할 수 없는 아픔과 원초적 상처를 우리사회가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설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관련 뉴스가 나왔지만 박지훈 씨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해요”라는 말을 전했다. 2월 9일이었다. 그는 “국가랑 싸우는 기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피해를 드러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힘겨운 걸음을 내딛었을 뿐인데 왜 국가와 싸우는 느낌을 받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이런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을까? 다시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를 만나보기로 했다. 구로구 온수동에 자리 잡은 ‘고아권익연대’를 찾았다. 

고아권익연대는 어떻게 시작됐나?

나도 시설출신이었고 부모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국가가 헤아려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헤아려주기보다는 좌절시키더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이런 소원도 막고 있는 게 싫어서 도움을 줄 단체를 찾았는데 없더라. 부모를 찾고 싶어도 못 찾는 건 이름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단체를 통해 그 힘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2018년 직접 단체를 만들었다. 

부모님은 만나셨나? 

기적처럼 만났다. 부모이름도 생년월일도 모르는 내가 부모를 만난 일이 우리 단체에게는 희망이 됐다. 전국의 백만 고아가 모두 부모를 찾을 수 있겠구나, 뿌리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 전윤환에서 조윤환으로 이름도 되찾았다. 그런데 사실 현실에서 뿌리찾기는 너무 먼 얘기다. 시설에서 퇴소한 이들에게는 당장 먹을 것, 잘 곳, 온기가 필요하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고아는 국가책임”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가?

고아를 만든 장본인은 정부고 지자체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면 어떻게 되나? 처벌받는다. 반려동물 유기하는 이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길에 버린다고 항변하지만 그런 사정을 봐주는 건 아니다. 유기견도 잠시 보호하다 입양을 보낸다. 왜? 집단으로 있으면 좋지 않으니까. 그런데 고아는 어떤가?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에는 절대로 아동을 유기하지 말라고 되어있다. 부모가 아이를 유기하면 그걸 철저히 기록으로 남기고 부모를 찾아야한다. 그런데 국가는 관련기록도 안 남기고 아이를 시설에 넘기고는 끝이다. 유기범의 완전범죄를 도운 셈이다. 처음부터 아이를 고아로 대하고 피해자를 양산했고 국가 책무를 다 하지 않았다. 국가가 공범이고 협조자라는 걸 알아야 한다. 

오죽하면 아이를 맡겼을까 하는 사회분위기도 한 몫 하는 거 같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부모를 잃은 사람이 진짜 고아다. 60년대 이후로 생긴 고아는 대부분 유기피해자다. 국가가 아이들이 버려지는 걸 방조하고 묵인했는데 학대가 일어난 들 막아주겠는가? 부모도 아이를 볼 명분이 없으니 누구도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시설 뒤에 숨어서 이런 모든 상황을 모른 체하는 거다. 

고아는 우리사회의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다.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지만 고아들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 가장 아픈 곳이니 그 부분은 얘기하지 말자고 한다. 어렸을 때 이미 그런 아픔을 감내했기 때문에 시설 내 폭력은 넘어가기 쉽다. 왜? 버려진 아픔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 고아들의 그런 원초적 상처를 우리 사회가 이제 알아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23세에 미국으로 입양된 쥴리 듀발씨가 한 얘기가 있다. “한국에서 저와 같은 고아는 ‘먹잇감’이었다”고.  [관련 기사링크]

시설 내 인권 문제 심각하다. 시설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도 그냥 묻어버리기 일쑤다. 늘 은폐하고 거짓말만 들어오던 아이들이 18세가 되어 사회에 나왔는데 갑자기 너희들은 ‘정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이 통하려면 시설에 있을 때도 덮어버리지 말고 제대로 처벌해야 하지 않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암담하다. 주변에 도움을 주신 분들은 없었는지? 

그동안 은폐되고 짓밟힌 아이들의 인권을 드러내서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사실 고아들을 돕는 순수한 시민들이 많다. 그런데 그걸 국가가 악용하고 호도한 거다. 고아원이 굉장히 아름답게 운영되는 것처럼 선전해서 후원금을 모으고 그 돈을 윗사람 배불리는 데 썼다는 걸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고아들에게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아이들이 느끼면 좋겠다. 

많은 시민들이 우리들의 아픈 외침에 공감해 주시고 함께 울어주셨다. 특히 기자님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들은 뭐랄까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고 그걸 알리고자 하는 갈망이 있고 이게 문제구나 하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대항하며 기사를 썼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를 만나 고아권익연대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 박은미 기자)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를 만나 고아권익연대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 박은미 기자)

꿈나무마을 관련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은평구청에 아동학대 관련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법적 결과가 나오면 그 때 행정조치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물었다. 시설 아이들 학대 건 외에 일반 아동학대 건도 이런 식으로 처리 하냐고. 신고 되고 법적결과 나오면 그 때 TF구성해서 대응하겠다고 하냐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아무 말 안하더라. 서울시도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직원은 “대표님 다닐 때랑 달라요.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데요” 하더라. 단언하는데 아이들의 인권유린은 진화되고 심화되고 지능화됐지 조금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단체가 없다보니 아이들 목소리가 짓밟혔다. 2017년에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그 때라도 나서서 조사하고 예방했으면 됐을 텐데 정부와 지자체, 우리사회가 너무 외면하고 있었다. 

정부나 지자체는 시설문제가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다.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국민들이 이런 실태를 알게 되면 그 책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아이들을 이렇게 밖에 못 키웠는가, 그게 드러나는 게 두려운 거다. 

그리고 사실 학대의 주범자는 교사가 아니라 국가다. 교사들이 아이들 관리하는 거 쉽지 않다. 혼자서 2~3명 관리하기도 힘든데 10명씩 관리하라고 해봐라. 그 중 8명이 따르고 2명이 잘 따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가 이런 시스템을 만든 거다. 아이들이 신고하면 공무원이 와서 “선생님 말 잘 들어야 해, 혼나야 해” 그리고 가 버린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도태된 아이들은 때려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했는데 어떻게 그 책임을 교사에게만 물을 수 있겠는가?  

보육교사들이 힘들어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보도를 봤다. 

아이들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교사가 떠나고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은 항상 이별이고 항상 단절이다. 어느 누구도 평생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삶에 찌든 아이들에게 (18세 이후) 갑자기 정직하게 살 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

교사들도 사실 제2의 피해자다. 문제 있는 아이들은 때려서라도 시설을 조용하게 만들어라, 18세까지는 조용히 있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거다. 시설에서 나간 이후에는 세상도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시설 책임자가) 법적으로도 책임질 일이 없다. 삶이 피폐해져서 나온 아이들은 문제를 제기할 힘도 없는 상태다. 

만약 교사들에게 삼성그룹 직원만큼의 연봉을 주면 어떨까? 한 번 아이를 케어하면 끝까지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진실되게 일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지역에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엄청난 일들 앞에서 무얼 해야 할지 또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들의 눈빛과 몸짓에 관심가져 달라. 지역주민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솔직히 이렇게 폐쇄적인 시설이 없다. 지역사회에 오픈하고 담장을 내리고 탈시설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은평의 주민들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보호대상 아동들에 대한 시민감찰단, 이런 걸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든지 시설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지속적으로 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힘과 조직이 만들어지고 또 들어가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아빠가 되어주면서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혹시 문제가 있으면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어 고맙다. 그런데 어떤 분은 우리가 추구하는 고아인권 이런 데는 별 관심 없이 이곳이 고아원인 줄 알고 오기도 하더라. 지금 고아인권특별법 초안을 만들었다. 부모를 찾으면서 겪었던 어려움 등을 녹여내 부모를 만나는 과정, 만나고 나서 필요한 제도 등을 넣었다. 이 특별법에 동의하고 진정성을 보이는 후보가 있다면 100만 고아가 응원할 것이다. 우리는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그동안 빼앗겼던 권리를 다시 찾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진짜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어려운 조건에 처한 부모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그 부모에게 어떤 조건을 지원해주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지 국가가 물어야 한다. 그리고도 도저히 양육이 어려울 때는 입양가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입양 후에 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다시 국가는 이 아이를 원가정으로 복귀시킬지 다시 입양을 선택할지 같이 의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민주적인 과정이 있어야 아이도 행복하고 맡긴 부모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시설에서 학대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한 부모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나타날 수도 없고. 

그리고 아이가 파양되거나 성인이 됐을 경우 원가족 부모를 알려주고 만나면서 사후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모든 걸 감추고 숨기지 말고 아이도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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