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마을' 퇴소자 박지훈(가명)씨가 지난 1월 19일 꿈나무마을 앞에서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꿈나무마을' 퇴소자 박지훈(가명)씨가 지난 1월 19일 꿈나무마을 앞에서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학대 관련해서 이야기하던 그는 순간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학대관련해서 줄줄이 나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맞아서 머리가 찢어지는 일은 다반사였고 몽둥이로 개잡듯이 때린다는 말을 하던 참이었다. 

1월 25일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는 구체적인 학대사실이 보도됐다. 모두 벌칙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다. 꿈나무마을 출신 30여 명이 일관된 증언이 이어졌다. 함께 지내는 친구와 얘기하면 안 되는 ‘투명인간’부터 밥을 늦게 먹는다고 먹던 밥을 모조리 비벼 먹이고 먹다 토하면 그것까지 다시 섞어서 먹게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매를 맞는 일은 일상이었다. 왜 맞는지 몰랐지만 그냥 맞았다. 우리 반이 안 맞으면 옆 반이 내가 안 맞으면 옆 아이가 맞았다. 샤워하다 늦으면 보육교사가 들어와 샤워기로 가장 뜨거운 물을 뿌리고 아이들이 안 맞으려고 구석에서 웅크리면 불을 다 끄고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잘못했다는 말을 한 시간쯤 반복하면 그제서야 문이 열렸다. 머리채를 잡고 흔들고 옷을 찢고 벗겨서 쫓아내는 일도 있었다. 성장기 여자아이는 한 겨울에 벌거벗긴 채 쫓아내고 서 있게 해도 누구 하나 묻는 이 없이 그냥 지나갔다. 

기합이나 체벌보다 더 무서운 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었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고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2~3주 뒤에 돌아온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어두워져서 돌아왔다고 한다. 아이들은 경남 합천 삼가면에 있는 수녀마을에 가서 강제노동을 했다. 주변에 민가도 없는 외딴 곳에서 하루 종일 밭일을 해야 했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체 경기도 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했다. 거의 밥을 먹지 못했고 몸무게도 7~8키로 정도 빠졌다. 겨우 다니던 고등학교에 연락을 해 학교 도움으로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의 학교 선생님과 친구는 특별히 문제 있는 학생이 아니어서 그의 정신병원 입원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의 강제입원에는 꿈나무마을 이외에 그에게 문제가 있다는 소견을 밝힌 인근 병원도 함께 했다. 그가 일관되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상세히 설명했지만 병원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은평구청도 그의 강제입원을 허가했다. 행정입원 허가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은평구청은 관련 서류를 비공개 처리했다. 은평구청은 아동학대 조사권한을 가지고 있던 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의 소관사항이라고 밝혔지만 구청이 이 두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꿈나무마을에서 지낼 당시 학대 관련해서 수차례 수녀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시설 출신이 보육교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수녀들은 시설출신은 가족이다,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아이들 탓으로 돌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박지훈(가명)이다. 부산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나 초등1학년 때 꿈나무마을로 왔다. 알로이시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인근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를 마치고 꿈나무마을에서 퇴소했다. 

그가 꿈나무마을 학대 문제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건 주변 친구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였다고 한다. 그리그 그 자신도 학대 후유증으로 몇 차례 자살시도를 할 만큼 고통을 받고 있었다. 

며칠 전 그에게 전화를 했다. PD수첩에서도 크게 다뤘으니 다양한 후속조치가 이뤄지겠구나, 그도 바쁘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들려준 얘기는 당혹스러웠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해요”

오랜 기간 꿈나무마을 안에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을 울타리 삼아 마음과 몸을 의지했던 많은 이들이 아동학대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우리사회는 아동 스스로 피해를 인지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해자 분리 등의 적절한 조처가 일어나기는 사실상 힘든 구조다. 학대 아동이 너무 이른 죽음을 맞는 극단적인 사례가 언론을 통해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학대로부터 살아남아 어른이 된다. 비로소 조금 자신을 보호할 힘이 생겼지만 마음과 몸에 남아있는 학대 후유증의 고통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제 우리사회가 이들이 아동학대 피해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 이들에게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낱낱이 조사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와 함께 오랜 시간 고통 받은 피해자들이 회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야 한다.

아동학대로 겪은 고통이 더 이상 트라우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들의 고통이 곧 우리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고통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지역사회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이제부터라도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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